李春風傳'은 조선 후기에 쓰여진 작자 미상의 신 소설에 속한다.
풍자와 해학을 바탕에 깔고 하고 싶은 말이나 시대의 이슈를 은근슬쩍 꼬집어서 대리 만족을
채워 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관객들을 보면서 마치 대화하듯이 또는 의중을 묻듯이 일체감을 보여 주기도 했고
더 나아가서는 스토리를 엮어가는 제스쳐에 관객을 동원 시키기도 했다.
지정석은 입장권이 비싸다는 이유도 있지만
자유석을 구입하면 입장권도 싸고 마당 언저리에 앉아서
출연진들의 호흡을 가까이에서 느낄수 있다고 해서 일찌감치 엉덩이 바닥에 붙히고
퍼질러 앉았다.
놀이마당이 펼쳐지는 가운데 관객들과의 거리감 없는 어울림은 여느 장르의 예술보다도
더 리얼하고 감동적으로 가슴 한켠에 자리하고 있었다.
스토리는 다 알고 있지만 리메이크 해서 재연해 보이는 그 모습들은 또다른 맛을 느끼게 했다
중간중간에 터져 나오는 뒤집어질것 같은 현실 풍자에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춘풍이는 천하의 한량이다.
주색잡기로 가사 탕진하고 그것도 모자라서 나랏돈 빌려서 기생 치마폭에 다 쏟아 부었다.
이부분에서 요즘 항간에 유행하는 어르신들의 행태를 꼬집는데..
정면에서 직격탄 퍼 붓는게 아니고
여불때기(옆)에서 삐딱하게 일격을 가하는 그 맛은 막혔던 가슴을 시원하게 틔워 주었다.
가사탕진한 이 바람둥이에게 호조에서는 '공적 자금' 2만냥을 빌려 주었고...
빌려줄때는 '재신임'을 묻기로 했다나...
그리고 공적 자금 '10분의 1'얘기를 쏟아냈고.....
형틀에 묶여서 곤장을 맞더니 '더러워서 춘풍이 노릇 못 해 먹겠다,- 이 부분에서는 박수갈채가 쏟아 졌는데...
유독 현실풍자에서만 떠나갈듯이 쳐 대는 박수의 의미가 재미있었다.
왜 그렇게 재미있어 하는가.....
현실에 찌든 사람들은 막힌 속을 시원하게 틔워줄수 있는 소화제나 청량제에
목 말라 하고 있었던게 아닐까...
이춘풍의 허리를 두를겨 패려는 하인넘에게 슬며시 아낙의 속내를 내 비치는 대목에서는
'역시'.........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이놈아,,허리는 살살 다뤄라.......누구 죽는 꼴 볼려고....."
옆볼을 살짝 붉히는 조선 아낙의 그 숨겨진 본능이 또 한번 웃음을 자아냈다.
관객과의 호흡 일치를 보여주는 가슴 찡한 씬도 있었다.
춘풍이 엎어지면서 한탄하는 대목은 마침 내 코앞이었다.
넘어지면서 나하고 눈이 마주치자 씨익 웃는다.
얼굴은 온통 땀으로 뒤범벅이었고 호흡을 고르느라고 그러는지 나를 한참이나 쳐다보더니
한쪽눈을 껌벅한다
순간 당황하면서도 웃음이 나왔고
멀리서만 바라봐야 했던 그 유명한 배우가 나하고 눈을 마추었다는 그 작은 사실이
바닥에 퍼질러 앉아서 불편한 두시간을 쏟았지만 불편함을 못 느끼게 했다.
놀이마당이 끝나고 모든 출연진들은 관객들과 손 잡고 마당을 돌면서
마음껏 춤추고 노래 부르고........공중에서는 별들이 쏟아져 내렸고...
이것이 한 민족 만이 누릴수 있고 느낄수 있었던 우리만의 놀이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