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랬다.
우리 부부는 항상 남편의 일방적인 독재에 어이없는 갈등에 물베기를 해야 했다.
결과는 싱거운 무승부..
아니 더 정확하게 표현 하자면 별로 세우지 못했던 내 꼬리는 힘없이 내려져야 했다.
지는게 이기는 거라는 기가막힌 논리에 난 순응하는게 맘 편했는 지도 모르겠다.
어제도 그랬다.
분명히 특별한 스케줄이 있으면 아침에 미리 귀에 넣어준다.
건망증 심한 남편의 그 거미줄 같은 기억력을 못 믿기에 중간에 한번 더 주지 시켜 줘야 했다.
그러지 않으면 오리발을 내 밀기 때문이다..못 들었다고.......기억이 안난다고....
그런데,
친구들 하고 어울리다보면 그넘의 시간은 시속 백 킬로를 능가하는 속도로 달린다.
아무리 잡을려고 해도 달아나 버리는게 시간의 속성인데 그 안에서 발빠르게 움직여도 한계를 어쩔수 없는거다.
어느새 12시가 훌쩍 넘어버린 시계의 침들을 그대로 구겨 버리고 싶었는데..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고 했던가...
까치 걸음으로 살금살금 기어 들어가면서도 문득 서글프고 비참하다는 생각이 와락 덮친다.
이럴 필요가 있을까.
내 행위에 대한 자신감이 이렇게도 허물어져야 할까.
20여년을 그렇게 살다보니 그게 내 틀이 되어 버렸으니 누굴 원망해?
아니나 다를까.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남편의 고성이 들렸다.
"이젠 간이 배 밖에 까지 나왔구먼 ..도대체 몇시야?"
이럴땐 어떤 말로 대꾸해도 내 합리화가 되지 않기에 입을 다물어 버렸다.
"무슨 저녁이 이렇게도 길어?.........두끼 먹고 다니나??"
순간,
그동안 휴화산 같이 숨 죽이고 있던 불길이 터져 올랐다.
"당신, 아침에 분명히 얘기 했어요..오늘 좀 늦는다고......"
"이게 좀이야??.......이게 좀이냐고?.......앞으로 더이상 용서 없다"
숨이 턱 막히는것 같았다.
남들은 통보만 하고 다녀도 남편이 엎어져서 절 한다고 하는데
이건 동의를 구하고 통보를 하고 법적인(?) 절차를 다 밟았는데도 불구하고 형량을 때린다.
이럴땐 항소를 해야하나 포기를 해야 하나.
그러나 우리 나라는 3심 제도 가 버젓이 있는데 군법도 아니고 1심에서 승복 할수는 없다
"당신,.........."
난 숨을 꼴깍 삼켰다.
"당신은 10년 이상을 새벽이슬 맞고 다녀도 난 바가지 한번 안 긁었수."
이건 남편도 인정하는부분이고 남편의 아킬레스건이다.
결코 건드리고 싶지 않았던 부분인데 내가 공격할수 있는 유일한 통로이기도 했다.
말하자면 hiddn card이고 last card이다.
이건 비겁한것도 아니고 야비한것도 아닌 나 만의 무기였던 거다.
남편의 거친 숨소리가 자연히 잦아드는건 당연하다.
"이사람아 그때는 젊은 혈기에 그럴수 있잖아"
"그럼 난 이제 늙은 혈기에 마지막 발악이라고 해야 하는거유?"
"이 사람이 뭘 잘 했다고......."
이렇게 까지 발전하면 남편의 기세는 내리막 길이다.
개구리 올챙이적 시절 모른다고..
기억력 상실도 아니고 자기 유리한 대로 해석해 버리면 그게 정석인 줄 안다.
번번이 원인 제공 해놓고는 뒷 감당에 약한게 남편의 특징이다.
그렇다고 코너로 몰아 부칠 생각이 아니었는데 .......
우리의 갈등은 결코 그 날을 넘기지 않는다.
만일 하루가 넘어가면 그건 장기간을 암시 하기에 그런 위험한 게임은 할수가 없다.
각방을 쓴다는건 상상도 못한다.
그건 곧 틈새를 벌이는 시발점이 되기 때문이다.
가장 가까운 부부지간 이기에
서운한것도 가장많고 오해할일도,싸울일도 그리고 이해할수 있는 폭도 가장 넓어진다.
문제는 ,
어느만큼 수용하느냐가 부부싸움에 강도를 조절하는게 아닐까.
그래도,
싸울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것에 감사하며
다음에 나갈 일 있음 또 나갈거유...그리고 싸우고..또 나가고...또 싸우고.....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