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1,433

니 시누이값 할래?


BY 蓮堂 2004-06-29

   
  작가 :그린미

나는 올케가 셋이고 시누이가 둘이다.
올케에게는 시누이가 되고, 시누이에겐 올케가 된다.

옛날부터 내려오는 속담 중에 대표적인게
'때리는 시어머니 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했던가.
시어머니는 수직 관계지만 시누이는 수평 관계다.
그래서  묘한 심리적 갈등이 더 두드러 지게 표출 되다 보니까 이런 속담이 생겼나 보다.

얼마전에 바로 밑의 여동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큰 올케에게 서운한게 있나부다.
부모님에게 조금 소홀한것 같다는게 동생의 얘기인데...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별게 아닌데 동생은 시누이 값 한답시고 침소붕대 시킨것 같았다.

돌연 뜨거운게 머리 꼭대기를 타고 폭발했다.
" 너 시누이 값 할래?"
갑작스런 내 고성에 동생이 놀란것 같았다.
"언니야. 왜그래??........언니는 딸 아니우?"
동생은 내가 아군인줄 알고 편들어 달라고 고자질(?)을 했는데....난 적군이 되어 버렸다.

"너도 맏며느리인데..니가 올케 하는것 반 만이라도 니 시집에 한다고 생각하면 얘기 계속해라."
난 정말로 화를 내고 있었다.
올케를 싸잡기를 바라고 전화한 소행도 괘씸했고
孝子孝婦로 소문난 오라버님 내외를 옳게 꿰뚫지 못하고 아전인수로 해석한 동생이 한심했고,
더 속상한건 시누이라는 자리를 고집할려는 그 케케묵은 사고가 내 성질을 건드렸다.

"언니 하고는 이제 말 하나 봐라"
동생은 이런 언니가 야속하고 몹시 서운했나보다.
"그런 고약한 소리 하려거든 다신 전화하지마라"
동생은 거칠게 전화를 끊었다
맘속엔 엉킨 실타래가 자꾸만 요동을 치는것 같았다.

동생의 의중을 몰라서가 아니다
한발 뒤로 물러서서 며느리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하등의 입질 할 일이 없는데
시누이의 그 고까운 자리에서 좁살같이 생각할려니까 트집을 잡는거다.
한가지 일을 놓고 어느 자리에서 해석 하느냐에 따라서 해답은 하늘과 땅 차이다
易地思之라고 했는데 서로 남의 입장에서 해석하면 문제는 간단하다
오해 할 일도 이해가 되고 얼킬일도 풀리게 되어 있는데...

어느 누구든 여자라면 이 두가지 자리를 다 가지게  되는데
굳이 친정에서 파워를 과시 할려는게 맘에 안든다.
시집에 가면 또 다른 여우를 만나는데 ....씹은 만큼 씹히게 되어있는게 그래도 공평 하다면 공평하다.

좀 우스운 얘기로 윗 시누이 있는 자리는 괜찮지만
아랫시누이 있는 자리는 왠지 껄끄러워서 싫다는게 혼사를 앞둔 여자들의 편견이다
아마 내리사랑의 그 법칙을 이상하게 왜곡 시킨게 아닌가 싶다.

가족이라면 덮어두고, 감싸주고, 바람막이가 되는게 인지상정인데
이상하게 이 시누이 올케 관계는 계속 평행선을 긋고 있는거다.
경쟁관계는 될수없는데도 왠지 사사건건 눈에 거슬리고 확대 해석이 되고...
예전보다는 많이  말랑말랑 해 졌다지만 결정적인 부분에서는 여전히 발톱을 세우게 된다
올케의 입장이 아니고 시누이라는 거창한(?) 지위를 가지고 덤비는 거였다.

난 항상 친정 어머님에게 당부한다.
맏아들 내외에게 서운한게 있으면 다른 자식들에게 알리지말고 직접 말씀 하시고
(특히 딸들에게는 아들 며느리 얘기 입에 올리지말라고...)
'부모가 온 효자 노릇을 해야 자식이 반 효자 노릇 한다'는 속담을 잊지 마시라고..

그래서 그런지 친정 어머님은 맏딸인 나를 어려워 하셔서 왠만한 일은 입에 안 담으신다
어두운 친정 얘기는 난 들을수가 없다
어쩌면 딸에게 서운한 맘 가지고 계실지도 모르지만 불씨를  만들고 싶지 않은게 내 솔직한 심정이다
안 좋은 얘기 들으면 내 성깔에 어떤 불을 지필지 나도 모르기 때문에 모르는게 약이다.

올케는 맏 시누이인 나를 끔찍이 챙긴다.
의논할게 있으면 제일 먼저 연락을 하고 부모님께 서운한게 있으면 나에게 털어 놓는다.
아마 시누이가 아니고 같은 며느리의 입장을 헤아려 줄것 같았는지 믿고 얘기 해 주는게
난 또 고마웠다

난 언제나 올케 편이었다........처음부터...
우리집에 시집 와 준게 고마웠고,
층층 시하에 고생하는게 미안했고,
없는살림  다둑거리며 여러 형제들 거느리는게 대단해 보였다.
올케의 그 본보기가 내 시집 생활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렵고 힘들때면 난 항상 그 올케를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 올케를 바로 보아주지 않은 동생에게 난 동조할수 없었다.
난 친정가도 시누이기를 고집하고 싶지 않다
아직도 난  올케에게 미안하다..
그리고...고맙고...

이 나이까지 살면서 터득한게 있다면
너도 나 이고,
나 또한 너 이니까
내가 너를 보듯이 너 또한 나를 봐 주었으면 하는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