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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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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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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참, 더럽고 서러버서


BY 蓮堂 2004-06-28

지난 주말,

하고 있는일 다 팽게치고 한양 있는 아이들도 보고싶고
남편 초등학교 여자동창생 며느리 보는데 같이 가자고 해서
몇일전에 새로 뽑은 차타고 룰랄라 따라 나섰다.

차가 막혀서 짜증나고 지루했지만 모처럼의 나들이라
느긋하게 맘먹고 음악 틀어놓고 가져간 간식으로 배를 채우며 그렇게
한양길에 올랐는데...

그래도 명색이 동창생 와이프랍시고 폼을내고
앞뒤재며 거울보고 나름대로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결혼식장에 들어갔다.
그런데....
결혼식장 입구에서 남편이 하는말..
"자네는 들어가지말고 한쪽 구석에서 기다리고 있게...."
뭐라??.......그것도 한쪽구석에서????
당연히 토가 따라 붙는다.
"아니,여기까지 오자고 해놓고 기껏 구석에 박아둘려고요??"
무심한 남편은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친구들이 모여있는 식장으로
휘적 휘적 들어가 버렸다.

먼발치에서 보니 각양각색의 모양새를 갖춘 여러 친구들에게 둘러싸여서
악수를 하고 포옹을하고 환대를 받고 있었다.
어떤 여자 동창생은 남편을 얼싸안고 빙글빙글 돌기도 했다.
그러나 눈에 쌍심지는 돋지 않았다.
(내가 더 젊고 이쁜것 같았음 ㅎㅎㅎㅎㅎ)

예식이 끝날때가지 기다리고 있을려니 구두신은 발이 아프고
낯선 사람들 틈에서 무심한 얼굴로 있으려니까 이방인이 따로 없었다.
(그 예식장은 대기실 손님을 배려한 간이의자 하나 눈에 띄지 않았다-앉을수 있는 자리는 화장실 좌변기 하나 뿐이었음)

예식이 끝나고 친구들 틈에 섞여나온 남편은 내옆을 스쳐 지나가며
따라 오라는 눈신호를 보냈다.
화장실옆에 붙은 구석진 곳으로 나를 유인한 남편은 식권을 한장 주면서
한쪽 구석에 가서 조용히 먹고 있으라고 했다
두번째로 날 구석으로 몰아넣고있는 남편이 야속해서 속이 바글거렸지만
또한번 인내심을 발휘해서 그야말로 일면식 없는 사람들 틈에 끼어서
갈비탕 한그릇을 억지로 목구멍으로쑤셔 넣었다.

그 때 남편은 내 자리하고 별로 멀지 않은 자리에서 친구들과 박장대소하며
손짓 발짓 섞어가며 맛나게 식사를 하고 있었지만
들어오면서 나를 확인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눈빛하나 맞추지 않는다.
나하고 눈이 잠시 마주쳤지만 남보듯 그냥 시선을 돌려 버렸다.
이런 배신감...이런 모욕감....
나를 소개 하면 어디가 덧나냐??
내가 그렇게 혐오감 줄 만큼 추물은 아닌것 같은데.....ㅠㅠㅠㅠ

부조금 아까워서라도 눈앞에 있는 음식을 그냥 남겨둘수가 없었고
남편이 하는양을 더 지켜 볼려고 자리에서 뭉기적 거렸는데도
더이상 나하고는 상관이 없는 사람 행세를 하고 있었다.

수저를 놓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오면서 남편 옆을 스치면서 의자를 발로 슬쩍 찼다.
"좀 똑바로 앉으셔야죠...다니는데 걸리적 거리잖아요?"
어이없어 쳐다보는 남편의 표정이 ...ㅎㅎㅎㅎㅎ
그러자 옆에있던  남편의 친구가 미안해서 사과를 한다.
"아이구 죄송합니다..이 친구가 원래 좀 부실해서요 하하하"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아서 무작정 밖으로 나와서 발길가는대로 거리를 쏘다녔다.
쇼윈도우 앞에서 근사한 잉크코트도 구경했고
말로만 듣던 명품점에 한번 들어가 보기도 했다.

거의 한시간 이상을 길거리에다가 쏟아붓고는 남편과 약속한 장소에 슬슬 나타났다
아마 지금쯤 난리가 났을거다..그 성미에...
폰이 없으니 연락은 안되고....ㅎㅎㅎㅎㅎ

아니나 다를까...
멀리서 보니 사방을 두리번 거리며 연신 시계를 보는게 화가 꼭대기까지 올라있는게 보인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여유있게 다가가자마자 남편의 대갈일성이 터져 나온다.
"자네 뭐 하는사람이야?
지금 몇신줄 알아? 차막히니까 일찍 내려 가야 한다고 했어 안했어??? 엉??"
그러자 목구멍에서 기다리고 있던 말이 여유롭게 튀어 나왔다.

"근데....아자씬 누구세요??"


그린미 상경기 끄~~~~~~~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