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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자가 뒤집어 질 뻔했던날


BY 蓮堂 2004-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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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자가 뒤집어 질 뻔 했던날...
   
  작가 :그린미

' 여자 팔자는 뒤웅박 팔자'라는 말이 있다.
즉 뒤웅박이라는 바가지에 무얼 담느냐에 따라서 여자의 팔자가 달라진다는 말이다.
남녀가 평등하게 공존함이 분명한데도 여자를 남자에게 예속 시키려는 가부장적 사고가
여자를 뒤웅박으로 만들고 있었다.

 

'남자의 갈비뼈로 여자를  만들었다'는 기독 성경,
'고려사'에 나타난 신라시대의 골품제도가 무너지면서 일부다처제로 여자들을 노예로 전락시켰다.
조선시대로 넘어가면서 여자들의 입지는 더욱 곤궁해졌다.
'忠臣은 不事二君이요, 烈女는 不敬二夫'라는 족쇄로 두 남편을 섬기지 못하게 하였다.
일제시대는 종군위안부로, 산업화시대로 접어들면서는 여성을 상품화 시켰다.


일련의 사례로 보아도 여자는 분명 그 인격체를 인정해 주지 않았던 거다.

그래서 여자는 어떤 남자를 만나느냐에 따라서 바가지의 수준이 달라진다는 거였다.
금을 담으면 금 바가지요,돌을 담으면 돌 바가지,똥을 담으면 똥 바가지..
그러다가 깨어지면 쪽박이라......

 

3년전 어느날,
진달래 개나리가 흐드러지게 피어있던 날...
며칠전 부터 소화가 안된다고 하면서 동네 약국을 드나들던 남편이 병원에서 '위암' 선고를 받았다.
난 아무것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았는데 남편은 담담하게 남의 얘기 하듯 했다.
초기니까 수술하면 된다고 하면서 애써 나를 진정 시켰다.

 

평소에도 과묵하고 말이 별로 없는 남편이었지만 막상 코앞에 닥친 운명의 줄타기에서는
그의 눈빛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다.
불안과 긴장과 그리고 초조감과 걱정....
무슨 말로든 남편에게는 불안을 덜어내는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솔직히 난 내 앞날을 더 걱정하고 있었음을 인정하고 싶었다.
가는 사람이야 가지만 남아있는 난 어쩌라고...
남편등에 기대고서 비스듬이 앉아 있어도 쓰러지지않았는데
그 받침대가 빠져 나가면 힘없이 쓰러지는건 당연한데....난 받아드릴수가 없었다.
남편을 위해서가 아니고 나를 위해서도 남편은 살아야 했다.
이런 이기주의.........난 이기주의였다....지독한 Egotist......

 

화석같이 굳어있는 남편의 옆모습을 차마 볼수가 없었다.
어떻게 하나....정말 어떻게 하나.....

"이봐요....울 엄마가 내가 결혼하기전에 사주를 보니까 난 과부 팔자가 아니라고 하더래요"
물론 거짓말이다.
사주를 본적도 없고 그런말 들은 적도 없지만 순간적으로 떠오른 생각을 뱉아버렸다.
남편의 눈빛이 어떤 안도감을 드러내면서 난 내 기발한 기지에 스스로 박수를 쳤다.

 

아침 7시에 수술실에 들어간 남편의 이름이 '수술중'에서 6시간을 머물러 있을때
난 거의 초주검이 되었다.
수술중에 보호자가 불려 들어가면 그건 가망없다는 암시라는거였다.
난 혹시라도 불려들어갈까 싶어서 큰 시누이를 남겨놓고 밖으로 도망치는 비겁함을 보였다
두귀를 막고......

 

피를 말리는 7시간을 기다린 끝에 '회복실'의 파란불이 들어오자 난 숨을 쉴수가 있었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얼마나 무섭고 아팠을까...
난 회복실로 달려가면서 계속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마취에서 깨어나더니 눈으로 나를 찾고 있었단다.
그러더니 알듯 모를듯 하는 소리가...
"니 올케 과부 안 만들려고 내가 노력하고 있다......."
그러더니 다시 잠속으로 빠져 들더라는 시누이에 말에 난 소리내어 울고 말았다.
내가 한 거짓말이 그렇게 힘이 되었을까.
그 거짓말이 어쩌면 남편에게 어떤 주술을 건 것 같았다.

 

아무리 고개 꼿꼿이 들고 목청 높혀봐야 역시 난 여자일수 밖엔 없었나부다.
남편에 기대고 매달릴수밖에 없는......
홀로서기엔 저항력이 소멸된 이 나이에 내가 기댈곳은 남편 뿐이라는거 살아가면서 느낀다.

 

'있을때 잘해'라는 유행가 가사가 아니더라도 난 나를 위해서라도
내 옆에서 고른숨 쉬고있는 남편에게 그날의 악몽을 되새기면서
'과부'가 되지 않기 위해서 아침밥상 차리러 간다우.....

 

있을때 잘하세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