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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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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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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맛살 끼인 엄마들


BY 蓮堂 2004-06-28

   
  작가 :그린미

내가 어렸을때 아버님의 눈을 피해서 친구네 집에서 늦도록 놀고 오다가
'딱 걸렸을때' 듣던 소리가 있었다.
'역마살 끼었냐?.............'
그때는 그게 무슨 뜻인줄은 몰랐지만 듣기 좋은 소리는 아니라는 건 '등신'이 아니고는 알거고
그래서 禁足令이 내려지면 그때 부터는 억수로 안좋은 얘기 였다는걸 더더욱 눈치 챘다.
역마살이 한곳에 정착않고 여기저기 떠 돌아 다닌다는 뜻이란다

답답하게 두문불출 하는걸 즐기는 사람도 더러는 있을지 몰라도
바깥이 좋고 친구가 좋아서 東家宿 西家食 할수도 있건만
'역마살'운운 하시며 두발 묶어두신 아버님이 오늘의 '나'를 있게 만드시느라고
그리 하셨던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 당시는 아버님이 참으로 원망스럽고 간섭 안하는 아버지가 안계신 친구를 부러워 한 적이 있었다.
유독 맏딸인 나를 더 옭아매신(?)  아버님이 야차 같다는 생각이 들때도 있었다.
어쩌다가 하루 집을 비우신 날은 나에겐 '해방된 민족'이라는 거창한 팻말이 세워지는 날이었다.

그때의 영향이 수십년  훑어 지나가니 내 생활속에 아예 똬리를 틀고 들어 앉았다.
바깥 보다는 집이 좋았고  친구들과의 수다 보다는 책이나 음악이 더 좋았으니까....

요즘 아이들 목에 '키'가 달린 애들이 종종 눈에 띄인다
소위 'Key Boy' 의 신종어가 어느샌가 슬며시 자연스러운 단어로 자리매김 하는게
영 맘에 들지 않는다.
즉,
비어있는 집에 아이들이 키를 따고 들어가는것.......
다시 말해서 엄마의 부재가 은연중에 노출이 되는 거였다.

물론 맞벌이 부부의 아이들도 있을 것이고 잠시 출타한 엄마도 있을것이지만
할일없이, 이유없이 휩쓸려 다니면서 수다로 귀한 시간을 죽이는 한심한 엄마들이 문제였다.
모여서 하는 짓이란 뻔하다.
남의 얘기,고스톱, 집안 흉....더 나아가서는 옳지 못한 모의를 하는 부류들....

물론 건전하고 영양가 있는 모임을 가지는 사람도 많을것이지만
그런 사람들은 아이들 팽게치면서 밖으로 돌지는 않을것 같다.
할일, 해야할 일 얼음 알 같이 해놓고 여가시간 가지는게 아닐까.

좀 오래전에 얘기가 지금껏 나에게 남아 있는게 있다.
옛날에 '예비고사'라는게 있었다.........요즘의 수능시험
어느핸가 여학생이 전국 수석을 해서 그 아이의 엄마하고 인터뷰 한게 참 인상적이었다.
기자가 물었다.
딸을 위해서 엄마로서 무엇을 해 주었냐고........
그러자 그 엄마의 말이.
"난 아이에게 해준게 없다. 넉넉치 못해서.....
그러나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 왔을때는 언제나 집에 있어 주었다"

그 말이 어쩌면 나에게 좌우명이 되어서 가슴에 뿌리를 내린것 같았다.
그래서 난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올 시간이면 거의 집에서 아이들을 맞아 주었다.

엄마가 비운 집, 아내가 집에 없어서 냉기가 도는 집 만큼은 만들지 않아야 했다
아이들이 문을 열고 들어서면서 부르는 이름이 '엄마'다.
퇴근해서 돌아오는 남편들이 눈으로 찾는건 아이들 보다는 '아내'다
부유한 냉기 보다는 빈한한 따사로움이  더 절실해 지는 요즘이다

사람들은 엄마에게서 많은것을 배운다.
지식이 아닌 지혜와 슬기를, 그리고 따스함을 몸으로 익힌다.
아이들이 공부 못한다고 쥐어박기전에 내가 아이에게 무엇을 해 주었냐를 생각해야 겠고
돈으로 도배질 하는 학원 보다는
이마 맞대고 앉아서 영어단어 하나 수학공식하나  더 머리에 넣어주고
짬짬이 데리고 다니면서 서점에서 책도 같이 구입하고
아이들 눈높이에서 만화영화도 같이 보아주고..
같이 뒹굴면서 스킨쉽도 하고.........

너무 에프엠을 강조 하는것 같지만 충분히 할수 있는 일을 할수 없다고 오리발 내미니까 하는 소리다.
나폴레옹이 '불가능은 없다' 고 했지만
요즘은 '가능이 없다'에 더 무게가 실리는것 같아서 안타깝다.

바쁘고 할일 많은 요즘 엄마들.
제발 역마살 만큼은 거두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