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을 보면 '관심'과 '무관심'의 차이를 확실하게 알게 된다.
자기의 관심 부분은 속 알맹이까지 다 들여다 보는데
무관심한 부분은 겉 껍데기 조차도 강건너 불이다.
항상 그러했지만 숫자 외우고 날짜 기억하는 쪽으로는 뇌 기능이 멈추어 버린 사람이다.
(그러나 공적인 즉, 업무적으로 기억해야 할 것은 졸도할 만큼 확실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지게 나한테 타박 받는게 있다.
처가집에 관한 숫자 기억은 아예 그이의 사전엔 존재하지 않는다.
머리속에 백번 넣어주어도 몇초를 넘기지 못하고 밖으로 튕겨 나간다.
친정에 대해서 그이가 기억하는건 두어가지...
친정 아버님과 맏 오라버님의 함자와 그외의 가족들 이름(두어명 정도)
그것도 가끔식 뒤집어서 기억하다가 나한테 면박 당한게 한두번이 아니다.
얼마전에 친정 조카 결혼식 때문에 친정에 전화 할 일이 있었는데...
남편이 해야할 부분이 있었는데 자꾸만 나한테 미루는 거였다.
알고 보니 전화번호를 기억 못해서 여기저기 눌러대다가 포기한 모양이다.
나한테 물을려고 하니까 무서워서 못 묻겠단다
번번이 묻더니 '빈대도 낯짝이 있더라고'....더 물을 염치가 없던거였다
그래서 수첩에 기재를 하랬더니 엉뚱한 번호를 메모해서 하나마나가 되었고..
그런데 희안하게 자기네 피붙이에 관한 번호는 집번호 폰 번호 줄줄이 다 꿰는 거였다.
심지어는 주소까지..........
그 기억력에 불가사의한 일이다.
또 있다.
달랑 새끼 둘 있는거 한번도 생일 맞출때가 없다
(용캐도 날짜는 기억 하는데 누구의 생일인지는 모른다...ㅎㅎㅎㅎ)
50%의 그 쉬운 확률 마저도 배신하고 한바탕 잔소리를 들어야 기억을 하고 그 다음해는 또 잊어버린다.
머릿속에 뭘 넣어 가지고 다니는지 해부를 해 보고 싶을지경이다
내 생일이 남편생일 이틀 뒤인데...
미역국 잘 먹고 거하게 생일파티 해 주고 일주일이 지난뒤....
"어이 자네 생일이 아직 안 지났지?"
미치고 발라당 뒤집어 져도 시원찮다.
내 생일날 내손으로 미역국 끓여서 들이밀어도 미역국에 얽힌 사연을 모르더라 이거다.
前織에 충실하다 보니 우리 가족들 주민등록 번호를 줄줄이 꿰고 있는 나를 보고 하는소리가
할일 없으니 별걸 다 기억한다고 별종 취급을 하는데 어이가 없다.
기억력 좋은게 별종이면 기억력 젬뱅이도 별종이긴 마찬가지 아닌가 ...ㅎㅎㅎㅎㅎ
어제는 또 희안한 일로 기네스 북에 올려야 했다.
컴에 들어가더니 나를 부르는 거였다.
자기 아이디를 몰라서 로그인이 안되는걸 가지고 내가 기억 못하고 있다고 성질을 내는 거였다.
" 그럼 당신은 내 아이디 기억해요?"
할말이 없을줄 알았는데 기가 막힌 소리로 내 입을 막아 버리는 거였다.
"이 사람아...자네는 날 시원찮게 보지만 난 자네를 시원찮게 안보니까 당연히 기억 못하지..."
입은 가로로 찢어져도 말은 바로 하라고 했는데
세로로 찢어지고 거꾸로 뱉아놓는 남편의 말에 두손 두발 몽땅 들어야 했다.
며칠전에 지나간 제사 때문에 한바탕 소동이 났다.
제사 하루전날 집안에 어른들이 제사 지내러 오셨는데 난 까무라 치는줄 알았다.
분명이 내 기억엔 내일인데 오늘이라고우겨대는 어른들과 남편 때문에 난 내가 틀리는줄 알았다.
등어리 식은땀이 나면서 그렇게 황당해 보긴 처음이었다.
알고보니 남편이 그날 아침에 나도 모르게 자기 딴에는 기특한일 한다고 어른들께 제사라고
일부러 전화를 드린게 화근이었다.
난 내 기억이 틀리지 않음을 확인 시켜 드릴려고 20여년간 써온 가계부를 들쳐서
남편 코 앞에 들이미니까 백기를 드는거였다.
수년간 모셔온 제사를 어찌 모를까봐 우겨대는지.....
이구....시거든 떫지나 말던지......ㅉㅉㅉㅉㅉ
여자들은 출산 과정에서 기억력 세포가 많이 죽는다고 한다
그래서 건망증이 늘어나고 실수를 한다는데
아이도 못낳는 남자들이 무슨 빌미로 기억력 감퇴를 운운 하는지...
그러나 대수술을 한 남편이라서 그래도 이해를 해 줄법하지만 예전에도 그랬으니 합리화가 안된다
(수술한 사람은 마취하는 과정에서 기억력 감퇴가 현저하게 드러난다고 한다)
앞으로 또 무슨 기막힌 말로 날 졸도 시킬지 아침 해 뜨는게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