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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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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가루 집안들....


BY 蓮堂 2004-06-28

   
  작가 :그린미

별스런 모임에 갈려고 일찌감치 집을 나섰다.

약속 시간을 꽤 남겨놓았는데도 불구하고 남편은 재촉을 한다.

어두우면 운전 하기 싫대나 어쨌다나...

 

고속도로에 올라가면서 큰 시누이에게 전화를 했다.

"어이~~ 아줌마!!......치마 벌리고 기다리고 있수??"

"지랄한다.....바지 입고 있다.."

(큰 시누이는 나하고 동갑이다)

우린 지금부터 가족이라는거, 아래위 라는거 다 무장해제 시키고

''막가파'' 아줌마들로 전락 하기로 이미 무언의 약속을 하고 있었다.

 

대구지리에 익숙치 않은 탓에  콤파스로 원 그리듯 집 주변을 빙빙 돌고 있는것 같았다.

한번 온적이 있는데도 불구하고..역시 사돈집이 멀긴 멀다....ㅎㅎㅎ

 

사돈지간의 예를 날아갈듯이 깍듯하게 올리고 기본적인 인사를 나누었다.

곳곳에서 모여 들다보니 머릿수 마춰지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일주일 동안 출장가 있던 남편을 맞이할려고 결석한 시누이의 아랫 시누이에게 전화를 했다.

나보다 세살어린 캠퍼스 커플이고, 碩士 커플이다.

"어이~~고령댁.....우째 결석이유?"

" 밀린 숙제가 많아서리.....ㅋㅋㅋㅋㅋ"

"대충하고 와야지.....지달리는 사람 많은디....."

"땅거는 몰라도 이 숙제만큼은 밀리면 힘들어.....잘 암시롱~~~"

까르르 유리 구슬 구르는 소리를내면서 낼 보잔다.

 

이 고령 커플 때문에 온 집안이 배꼽을 잡는다.

연세드신 사돈 어른들 만이 이 ''숙제''의 의미를 모르시지만 따라서 웃으신다.

"누군지 오늘 죽었다...일주일 치를 어캐해?"

"하루치를 해도 옳게만 하면 돼....."

윗목에 앉아서 사뭇 점잖만 빼던 시매부의 한마디에 방구들이 빠지는줄 알았다.

"내사마 밀린숙제 치고 옳게 하는거 못 봤다....처삼촌 벌초하듯 하두만...."

"경험담이유??"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봐야 아냐?...척 보면 알지..........."

준회원으로 참석한 시누이의 손위 시누이의 돌출된 발언에  또다시 배꼽을 잡았다

 

매운탕으로 늦은 저녁을 먹고  여담 시간이었다.

큰 시누이랑 사돈 어른께 드린다고 쇠고기를  그것도 안심 부위만 골라서 사 가지고 갔는데

이게 또 시비(?)의 빌미가 되었다.

시누이의 큰 시누이가 한다는 소리가.

"올케도 친정 올케 뽄좀 보레이...시누이 준다고 괴기도 사 오는데

니는 시누이 대접 이래해도 되나?"

"아이구마..... 성님~~ 시누이노릇 좀 저 처럼 해 보이소...괴기만 사 오겠수?"

그러자 옆에서 대화를 지켜보시던 안 사장어른께 고자질을 한다.

"엄마..당장 저 며느리 내 쫓아여.......더러버서 친정 오겠나..."

일부러 눈물 찍어내는 시늉을 한다.

"더러버면 오지마라....올케한테 식은 밥알 이라도 얻어먹을려면  납작 엎드려야지.."

한슬 더 뜨시는 사장 어른 말씀에 모두들 넘어가는 시늉을 한다

"무신 친정 엄마가 이렇누?"

 

그러자 화살이 내게 돌아왔다.

"우째 교육을 저렇게 시켜서 시집 보냈수?..다시 델꼬가소...고마...."

"아이고....친정서는 안 저랬는데 ...이 가문에 오더니 사람이 이상 해 졌구만..."

"내사마 띵띵한 올케말고 이젠 날씬한 올케 보고 잡구만...."

"내 띵띵한거에 성님이 머 보태준거 있수??.........."

"내 동상 등골 다 빼 먹었구만...ㅉㅉㅉㅉ"

"그런 소리 마소 성님.....델꼬 사느라고 내사마 울매나 욕 보는데..."

"시방 버리면 영전이고 출세한 거지 머~~~"

"보이소......

마흔에 상처하면 ''이쁜년''이고,... 오십에 상처하면 ''독한 년'' 이고......

육십에 상처하면.............''질긴년'' 이라고 하던디...."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는 소리로 내가 뱉은 한마디에 곳곳에서 맞장구를 쳤다.

"그려....그럼 이제 이쁜년은 물 건너갔고.....그렇다고 독한년 되기는 싫고..."

 

걸죽한 한 마디 한마디가 터져 나올때마다  지붕이 덜썩 거렸고

화투판 방석이 방 한 가운데를 차지하자 모두들 지갑 챙기느라고 바쁘다.

난 10분후에 하겠노라고 하면서 멀직이 누웠다가 그냥 잠이 들었는거 같은데

잠결에 들으니 오고가는 대화가 가관이었다.

 

"쇠괴기 실컥 먹여 놓았더니 설사는 왜 해서 이웃까지 욕 보이냐?"

"하이고...설사라도 해야지 살이 빠지죠....아까 띵띵하다고 구박 하두만"

"그렇다고 똥물이 나한테 까지 튀면 니가 책임 질끼가??"

"어따...성님....요즘 세제가 울매나 좋은디...."

두 남매의 입씨름은 고스톱판에 양념이 되었다.

 

"이모요......거기서 목을 자르면 어째요....밑에서 기다리고 있는디..."

시누이 동서의 자지러지는 소리가 나온다.

아마 작은 시누이가  중간에서 무언가를 가로 챈 모양이다.

"어따....어차피 남 망칠라고 작정한 노름 판인디....노름판 원칙 몰라여??"

작은 시누이의 능글거림에 난 속으로 노름판 4대 원칙을 곱고 있었다.

"첫째, 안면몰수...두째, 현찰 박치기...세째, 가사불문....네째, 뒷말없기..."

"참말로 미치고 입에 거품 물겠네.....그 동네 고스톱은 그래여??"

"어따 그 아지매 말 많네.....아까 죽어라고 할때 죽었으면 수억 벌었을낀데..."

 

시끌벅적한 노름판을 뒤로 하고 잠이 든것 같았다.

씻지도 안하고 잔게 내내 맘에 걸려서 일어나 보니....세상에...

시간은 새벽 네시....고스톱 판이 끝난 자리는 목불인견이었다.

넓지 않은 거실에 그 많은 식구들이 옹기종이 잠이 들었는데...

제수씨 옆에 누워자는 시숙...

형부 다리를 걸치고 자는 처제...

시동생 머리위에다가 엉덩이 들이밀고 자는 형수...

사돈 옆에서 간크게 다리 벌리고 자는 내 남편,,......ㅎㅎㅎ

 

아마 놀다가 앉은 자리에서 그냥 쓰러져 잠들이 든 것 같았다.

민망한 자세들은 대충 바로 잡아서 이불을 덮어 주고는 밖으로 나왔다.

아직 동이 트자면 이른 시간이지만 사람들의 움직임이 있었다.

 

여기가 어디인가.

사돈지간의 높고 가파른 담장을 허물어 버리고 이렇게 온거다.

가시없고 뼈없이 좋은 사람들과의 이 아름다운 만남에 난 감사해 하고 있다.

이 만남이 내세에서도 영원하길 난 빌고 또 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