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사는 큰 시누이가 전화를 했다.
"새언니, 이번 주말에 무슨 계획 있어?"
"아니....왜?"
달력을 힐끗 보니 별다른 일정이 잡혀 있지 않았다.
"그럼 우리 좀 만나야지....벌써 전화 통지 다 했어..대구서 보자구..."
이 모임은 참 별스러운 모임이다.
큰 시누이가 구심점이 되어서 큰 시누이의 동서랑 그 시누이의 시누이...
그리고 나의 작은 시누이,.......이렇게 다섯명
따지자면 참으로 복잡한 관계지만 하나도 어색하거나 어렵지 않은 관계를 맺고 있다.
벌써 5년째 모임을 갖고 가끔씩 만나서
여느 주부들의 모임처럼 회비 적립하고, 밥먹고, 노래방 가고, 생일도 챙겨주고,
그리고 신랑들 흉보면서 격려도 해 주고...
올 여름에는 해외 여행 가려고 야무진 계획도 세웠다.
여비가 모자라면 남편들 은행에 저당 잡히려고 모종의 음모도 꾸미고 있다.
(남편들은 아직도 이 음모를 모른다)
시 어머님이 생존해 계실때는 양쪽 어른들 모시고 2박3일 야외에서 텐트치고
거의 스무명이 넘는 대 가족을 이끌고 휴가를 보내기도 했다.
큰 시누이의 사돈 어른들이 개방적이라서
바깥 어른하고 음악 틀어놓고 같이 부루스도 추고
새벽까지 고스톱에 열을 올려서 안면몰수를 서슴치 않은적도 있었다.
"사장 어른요....이제그만 돌아 가시소...시절 좋을때에..."
"그 무신 소링교?....똥이 석장인데....."
"그래도 젊은게 살아야 되지 않능교?"
"허참....늙을수록 살고 싶은기라요.....하하하"
이럴때엔 사돈어른이고 사하생이고 없다.
두눈이 시뻘겋게 달도록 죽지않으려고 갖은 모략 다 꾸몄다.
외부에서 보면 참으로 한심한 그림이지만
우리끼리 그리는 그림은 남이 넘보거나 감히 흉내낼수 없는 아름답고 진솔한 끈끈함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다고 함부로 예를 벗어난 적은 없다.
화장실하고 사돈집은 멀수록 좋다지만....
이번 모임은 안 사장어른이 경북 서예전에서 입상을 하셔서
한턱 쏘신다고 사방통지를 하신 것이다
고희를 넘기신 연세에......
원래는 여자들 끼리의 모임인데 심심한 남편들이 자꾸만 찰거머리 처럼 달라 붙었다.
보디가드라느니, 운전 기사라느니....
때론 잔소리 꾼으로 등장해서 방해를 놓기도 했다.
그럴때는 회비를 따불로 바가지 씌워서 밥 한끼 멕여주고 내 쫓았다.
남편이 맘에 걸렸다.
망설이는 내 의중을 담박에 눈치 챈 시누이의 한마디....
"오빠는 버려.....20년 넘게 끼고 살았음 됐지....이번엔 안돼!.."
까르르 웃는 소리가 전화선을 타고 넘어왔다.
ㅎㅎㅎㅎ지 오래비를 버리란다....
"오빠 버리고 와....산뜻한거 하나 붙혀 줄께......."
또다시 넘어가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린다.
퇴근한 남편에게 은근히 불을 지폈다.
"이봐요....어떤 여자가 당신을 버리래...."
밥숟갈 입에 들이밀다가 직격탄을 맞은 표정이란...
"머??..먼 소린데?"
역시 수은주 올라가는것이 눈에 보이는기라...
"당신을 아주 오래전 부터 잘 알두만.....당신도 잘 아는여자고..."
드디어 밥숟갈 내려놓고 흰소리 늘어놓는 내 입을 쳐다봤다.
"그리고....당신하고는 도저히 이루어 질수 없는 여자더구만...."
점점 야릇한 소리를 늘어놓는 한심한 여편네를 어이할꺼나..하는 표정이다.
"그래서?.....그럼 나를 책임 진다고 하던가?"
어??....이라면 얘기가 안되는데...
"아~~니......책임도 못질 여자고...당신도 그러면 안되는 여자고...."
그러자 남편이 고개를 뒤로 젖히고 눈물이 나도록 웃는다.
"이것들이 무신 작당을 할라고....더럽고 치사해서 안 따라간다...."
아이고 벌써 남매끼리 통한걸 모리고....ㅎㅎㅎㅎ
그래서 남편을 버리기로 작정을 하고 그날의 프로그램을 짰는데...
돌연 큰시누이의 충격적인(?) 통지를 받았다
우리 모임에 시샘을 하신 바깥 사장 어른이 남편들을 초대했다는 거다.
그러니까 따로 국밥이 아니고 한솥 국밥이 되어 버린것이다.
버리기로 작정한날
결국은 버리지 못하고 또다시 달고 다녀야 하는가봐유....
산뜻한거 붙혀 준다고 했는데......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