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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했던 기억


BY 낸시 2022-01-25

날씨가 끄물끄물하니 비가 올 것만 같다.
코로나 환자 수가 급증했다하고 날씨도 이래서인지 식당에 손님이 없다.
손님도 없는데 외식이나 하자고 남편을 꼬드겼다.
외식을 싫어하는 남편도 늙었는지 요즘은 이런 꼬드김에 비교적 잘 넘어간다.

남편은 비지찌게를 난 우동을 시켰다.
둘 다 별로였다.
맛을 기대한 것은 아니고 그저 콧바람을 쐬는 것에 의미를 두었으니 큰 불만은 없다.
나온 김에 남편이 슈퍼에 들려 식당에서 쓰는 고구마를 사자고 하였다.
여기 대형슈퍼에서는 화분도 판다.
나는  고구마보다 화분에 관심이 많다.
고구마를 사러 가자는 말에 옳다구나  살만한 화분이 있나  살필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굳이 살펴볼 필요도 없이 입구에 있는 화분이 눈길을 끌었다.
분재 형태로 잘 다듬어진 향나무가 10불이다.
횡재도 이런 횡재가 없다.
이 정도면 백불을 훨씬 넘는 것이 정상이다.
앞서가는 남편을 불러 카트에 화분을 실었다.
날아갈 듯한 기분이 되었다.
큼직한 것으로 골라 고구마도 넉넉히 샀다.

계산대로 가는데 케익을 파는 코너가 눈길을 끈다.
문득, 아버지 생각이 났다.
밖에서 기분 좋은 일이 있던 날, 아버지는 껌이라도 한 통 사들고 오셨다.
"나만 기분 좋으면 되겠냐, 너희들도 껌이라도 하나씩 씹어야지.'
그렇지, 나만 기분 좋으면 안되지, 식당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뭔가 기분 좋은 일을 만들어 줘야지.
눈길을 끄는 예쁘고 맛있어 보이는 케익을 하나 샀다.
아버지 말을 하면서 케익을 사자고 했더니 남편도 좋은 생각이라고 선선히 동의 한다.

식당으로 돌아 와 커피를 새로 내리고 케익을 나누어 먹었다.
포크로 조금씩 잘라 케익 맛을 음미하면서 어린시절 행복했던 기억에 잠겼다.
그 때는 그 기억이 이렇게 오래도록 남을 줄 미처 몰랐다.
아버지가 사 들고 온 껌 한 통이 몇 십 년이 지난 오늘까지 날 행복하게 할 줄 어찌 알았을까...
오늘 내가 하는 어떤 일들이 훗날 누군가에게 두고두고 기억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에게 먼 훗날 나에 대한 기억이  행복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누군가에게 행복한 기억으로 남으려면 하루하루를 조심스럽게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