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개쳐진 꿈 조각들이 차장 유리에 모여들며 기웃거린다. 아직 시들지 않은 몇 송이의 꽃들
과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철새 무리들. 낯선듯 하면서도 낯익은 사물들이 손을 흔들며 초겨울
의 냉기를 녹여주었다.
좀처럼 한가하지 못한 현실 속에서 잠시 비켜서고 싶은 날. 달콤한 푸딩같은 부드러움으로 유혹하는 것들의 몸짓.
차가운 새벽의 문을 열어제치면 어제와 다른 어떤 흔들림 같은것이 따라온다. 단단한 빗장을 풀면 까마득한 안개너머 그리운 조각들이 몸을 푼다.
어느 새벽이 똑같은 얼굴을 하는가. 손을 뻗어도 닿지 않는 먼 곳의 그대는 아직 잠이 덜 깨었겠지.
사부작 사부작 걸음소리를 세며 걷는 새벽길. 친친 동여맨 어둠이 고뇌와 번민과 음모와 모반을 걷어차면 새벽은 타래를 풀며 천천히 밀려온다.
밤이 있었기에 새벽이 온다던가. 온갖 치레기들로 둘러 싸인 밤은 차라리 어두운 게 좋은것.
밤이 깊으면 새벽이 멀지 않다던가.
언제나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앞에 나타나느 새벽. 지친 땅덩어리에 풀어놓는 저 붉은 비단으로 펼쳐진 여명앞에 인간은 아주 초라해진다.
끊임없이 창조되고 창조되는 신성스런 존재들이 동해바다에 차오른다. 배를 띄워라. 세상의 거센 파도를 힘차게 가르는 소리를 듣고 싶다.
새벽은 새로움을 안고 우리에게 오지만 우리는 날마다 새로워지지 못한체 우두커니 서 있다.
어둠의 고삐를 풀면서 올라온 해가 자지러질듯 수평선에 아랫도리를 담근다.
바다를 거역할수 없듯 우리가 삶을 거역없듯이,세상의 모든 악다구리들이 스스럼없이 아침바다에 얼굴을 비춰보기를.
한반도 동쪽 맨 끝에서 바라본 아침 해는 어느 곳에서 보는 것과 다른 의미가 있었다.
파도가 괜히 새벽잠을 깨우겠는가.
저 처럼 금빛 나는 갈기같은 아침해를 안아보지 않고서는 동해의 아침해를 보았다고 섣불리 말하지 말라.
아낌없이 바다에 풀어놓는 저 부채살같은.
새벽을 맞는 우리도 언제나 새로운 얼굴이야 한다.
하늘과 하늘. 거기 그곳에 이어지고 이어지는, 전율하듯 일어나는 그것을 보며 그렁그렁 고이는 눈물들. 잡동사니들이 저 햇살속에 녹아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