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퍼머를 하지 않는다. 삼십 대에는 몇 번 퍼머를 해 보았지만 독한 퍼머 약으로 그랬는
지 머리 숱이 적어지기 시작 하였다.
괸리를 잘못한 원인도 있겠으나 어쨋든 그 뒤부터는 퍼머를 하지 않는다.
한 동안 예전의 여고생 단발머리를 줄곧 고집하였는데 요근래에는 스포츠 형으로 머리을 자
른다.
머리가 짧으니 우선 관리하기가 무척 편하다. 머리를 감고나서도 대충 물기를 닦고 놔 두면
마르기 때문에 신경 쓸것 없이 편하다.
퍼머를 하지 않는 이유중에는 미용실에서 한 두시간을 죽여야하는 그 시간이 엄청 아깝고
돈도 아깝다는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지금의 머리는 한달 조금 지나서 자르게 되는데 오천원이면 만족하지만, 퍼머를 하려면 최소
한 삼 만원이 지갑에서 빠져야 한다.
무성해진 잡초를 말끔하게 자르듯이, 욕심덩어리를 모두 내던진듯 미용실에 다녀오면 한껏
가벼워지는 몸뚱이, 내 영혼의 공간에는 향초가 켜지며 은은하게 퍼져간다.
긴 여정에 지쳐 길섶에 주저 앉았을 때 먹었던 물 한 모금의 고마움처럼. 날마다 새로운 태
양이 떠오르지만 우리는 날마다 새롭게 살지는 못한다.
지금까지 살아 오면서 켜켜이 내려 앉은 땟자국을 빡빡 닦으려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 복잡
하고 자질구레한것들을 모두 털어내기란 어렵지만 그렇다고 붙들어 맬것도 없는데.
맨날 파랑새만 좇아가느라 정작 귀중한 것을 잊고 살았다.
가슴속에서 옴지락거리는 욕심덩어리. 빈 공간이 생길지라도 욕심을 담아둬선 안되는줄 뻔
히 알면서도 날마다 저울질을 하는데 필요이상으로 시간을 들였다.
버거운 것들과 시달리느라 얼굴은 붓고 어둡다.
머리를 자르고 집에 오는길, 바람도 햇살도 들꽃도 모두 나를 향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