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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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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그대에게


BY 씀바귀 2004-07-09

고향집 마당 한켠에 서 있던 감나무. 구불구불한 골목길에 햇빛이 폴짝폴짝 뛰놀며 깔깔대던

곳. 빨래줄에선 빨래가 물기를 털었다.

 

흙담에 호박덩쿨이 날로날로 뻗어가는 한낮. 하늘을 떠 가는 흰돛닿배에 몸을 싣고서 알수없

는 그곳으로 상상여행을 다녀오는 꿈결속의 내가 있었다.

 

산봉우리 아래의 나무들도 더위에 좀 지쳤는지 졸고 있는지... 

 

밤이면 별빛과 나누던 무언의 대화. 제각각 빛을 내느라 바쁜 별을 하염없이 바라보노라면

어깨에도 치마폭에도 별빛이 쏟아졌다.

 

눈으로 별을 쳐다보아도 마음은 온통 별에게로 가 있다.

희미하여 잘 보이지 않으면 어디가 아픈가, 식구중에 누가 아팠을까.

흘린 눈물땜에 흐릿해보이는건지 궁굼증은 더 커져갔다. 지구와 몇광년이나 떨어져 있다는 별.

밤하늘을 볼때마다 황망스럽게 달아나는 시간의 축을 붙잡아 세워두기란 당치도 않고, 그렇

게 할 수도 없음에 초라해진다. 지금 남겨진 몫이란 아주 보잘것없는 헤진 보자기뿐이다.'

 

내' 몫이 아주 작고 형편없다면 그대는 정말 인생을 제대로 산 것이다. 빈 주먹뿐이라고 슬퍼

할일은 아니다. 빈손으로 왔으니까 빈손으로 가도록 만든 신의 위대함에 감사할일이다.

별들은 자기에게 주어진 신의 명령대로 자신이 낼수 있는 빛 이상은 절대로 내려하지 않는다. 

 

한낮의 풍경은 진초록뿐이다. 눈과 귀가 풍성해지는 여름. 진초록의 나무, 풀들. 바람까지 진

초록이다. 조금 느슨해진 몸의 균형이 탱탱해 지며 곳간에도 진초록물이 가득 찬다.

 

그 앞에 서면 비록 가진것 없어도 풍요를 안을 수있고 밝고 화사하고 따스함, 차분하고 엄숙

해지기까지 한다. 아름다운 언어들이 음표를 그리며 '내'곳간속으로 들어온다.

 

 먹을것만 가득찬 곳간은 아무 소용이 없다. '내'생의 곳간에는 무엇이 가득찼을까. 이즈음'나'를 향해서 묻는 질문이다.

 

아름다운 언어들을 더 담아두려는 노력을 하며 살았는지에 대한 확실한 답이 나오지 않아서

 고민이다. 한해의 절반이 훌러덩가버렸다.

계절의 빈 자리에 권태가 낀 머리를 천천히 빗질할것이다. 함부로 나울거리는 몹쓸 흉터에

새 살이 돋게 하는 일에 바짝 긴장시키면 온몸이 말끔해지리라.

행복해 지는 일에 몸을 던지고 이 여름을 '내'것으로 만들리라. "육신은 시궁창을 굴러도 영

혼은 은하와 함께 흐른다"는 이육사 님의 말처럼 적당한 깊이와 무게를 저울질하면서 가을

무 처럼 단물이 도는 여름을 이야기하고 싶다.

 

 "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은 언제인가, 바로 오늘이다. 내 삶에서 절정인 날은 언제인가,

바로 오늘이다. 내 생애에서 가장 귀중한 날은 언제인가, 바로 오늘이다. 어제는 지나간 오늘

이요, 내일은 다가오는 오늘이다. 그러므로'오늘'하루하루를 이 삶의 전부를 느끼며 살아야

한다" 벽암록

 

복잡하고 자질구레한 것들을 모두 털어내기란 어렵지만 그렇다고 붙들어 맬 것도 없다 .

누구를 사랑하거나 미워하거나 간에 행복과 눈물과 질투는 늘 따라다니며 '나'를 시험에 들

게 하지만 그 씨앗자체를 몸속에 뿌리지 않는 것이 '내'영혼을 쉬게 하는 첩경이다.

더 채우기 보다는 예측할 수 없지만, 그러나 미래를 꽁꽁 묶어 둘수는 없다. 덜 갖되 더 충실

한 현재가 보석이다. 보석처럼 세공하며 이 계절을 보내고 싶다.

 

행복은 부 처럼 축적하거나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처럼 나눠주고 누리는 것이기에,

 

어느 날 문득 서랍을 열었을때 달짝지근함이 물컹 배어나서 등덩산같이 쌓여오는 그런 행복.

 때로는 자기 몫을 챙기지 않는 의연함으로 빛이 나는 사람으로, 감추고 있어도 멋이 드러나는 사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