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파트의 나이는 서른살이다.
헉..나랑 맘먹네..크크..
처음 입주시기가 1974년이라니..내가 태어난 해랑 같다.
(헉..내 나이 들통났다...으흐흐흐)
우리집은 2층집..
11층 어머님댁에선 늘 허공만 보였는데 처음 이집에 와보니
거실 베란다 너머로 푸르른 나무들이 가득히 보였다.
그리고 봄이되면 소리없이 하얀 목련이 마침 우리집 베란다에
활짝 핀다.
나무 높이가 딱 2층 높이인가보다..헷..
난 여기 와서야 목련이 봄이 핀다는걸 알았으니..원..
서울 촌놈..ㅋㅋ
여름인 요즘엔 매미소리에 귀가 따갑다.
휴가때는 강원도 평창엘 갔었는데 오히려 듣지도 못한 매미소리를
우리 집에선 아주 흔하게 들어본다.
사실 매미란 놈도 더위에 지쳐 성이 날때는 가차없이 소리를
질러대는 통에 어찌나 귀가 따가운지 모른다.
방학을 맞은 아이들은 매미채를 들고 나무마다 진을 치고 있으니,
여기가 서울 한복판이라면 믿을까?
나무도 무성하다.
단지가 오래되어서 노후된 부분도 많지만,나무가 풍성한 점은
정말 좋다.
옛날 아파트의 구조도 재밌다.
요즘 같은 평수와 비교하면 작긴 하지만,나름대로 지내기 좋다.
옛날엔 서른평대 아파트에 살 정도면 가정부를 하나 두었나보다.
꼭 부엌에 쪽방처럼 작은 방 하나가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거실 한켠에 놓여있는 라지에터와 마룻바닥..
사실 이건 무지 불편하다. 겨울엔 무지 춥다.
얼른 가을이 오면 좋겠다.
정말 여름은 너무 싫어..잉..
오늘도 청소를 하는데 땀이 줄줄이다..허걱..
가을이 되면 창문 너머로 노랗고 빨간 단풍잎이 보일거다.
동글동글한 은행도 떨어질테구..
이집에서 지낸 4년동안 자연은 참 정직하다는걸 새삼 깨달았다.
봄이면 봄꽃이 소리없이 피고 여름이면 여름꽃이,
가을이면 단풍잎이..겨울이면 또 겨울 분위기가..
요즘엔 리모델링 이야기가 한참 나오고 있다.
우리도 찬성을 했지만, 막상 공사를 한다고 생각하니,
이런 푸르고 풍성함이 사라지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당장 이 나무들 어떻한디여? 크윽..
이래서 옛것이 좋다고 했나보다..헤헷..(2004년 8월9일 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