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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기증


BY 마이걸 2004-05-20

따사로운 봄볕에 현기증이 날 것 같던 삼월의 어느 날 난 아줌마가 되었다.

화사한 꽃 내음을 가득 안고 웃고 있었지만, 시간 속에 묻혀버린 그날의 기억은

그저 피곤하고 힘든 하루였던 것 외에는 별다른 기억이 없다.

그리고, 결혼과 동시에 아줌마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난 모르고 있었다.

단지, 사랑하는 사람이 함께 있을 수 있다는 설렘으로 미스라는 호칭이 아줌마로 바뀐다는 사실조차도 인식하지 못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난 그날 느낀 현기증의 이유를 알았다.

신부화장이라는 가면을 쓰기위해 졸린 눈을 부비며 거울 앞에 앉아 있던 모습이 나의 마지막 미스 시절이라는 것을..

그리고 아줌마가 된다는 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어 살아야 한다는 의미와도 같다는 걸..



“아줌마, 파한단 사”

결혼하고 난생처음 가본 시장 통에서 촌부한사람이 내 발목을 잡았다.

“헉. 누구보고 아줌마라는 거지?”

결혼과 동시에 아줌마가 된다는 사실을 망각한 난 아줌마라는 말에 놀라 얼어붙고 말았다.

‘나 아줌마 아닌데..ㅠㅠㅠ..’

그랬다.

그날이후 아줌마라는 수식어는 시도 때도 없이 내게 찾아왔다.

동네 슈퍼에 군것질거리를 사러 갈때도 어김없이 아줌마나 새댁이라는 말을 들어야 했고,

그 말을 들을때마다 그 충격은 어지럼증을 몰고 왔다.

그저 단순히 아줌라는 단어에서 오는 충격보다는 수도없이 들었던 아줌마에 대한 수식어들이 나에 어지럼증의 원인이었다.

몸빼바지에 풀리지 않는 파마머리.

그리고 남편과 아이들에게 억눌려 숨소리조차 제대로 내지 못하는 아줌마.

내 작은 시야속에 비친 아줌마에 대한 이미지들은 나를 죄여오는 작은 억압과도 같았다.

행복에 겨워 하루를 보내도 부족할 것만 같았던 나의 결혼 생활은 아줌마라는 단어속에서 그렇게 억눌려 하루하루 지나고 있었다.

사실, 그럴수밖에 없었던 또 하나의 이유는 어린시절 아버지의 숨소리에도 소스라치게 놀라던 어머니와 할머니의 영향이 상당 부분 차지했다.

그런탓에 난 아줌마이길 거부하고 싶었다.

아니 처음 현기증을 느끼던 그 시간속으로 거슬러 올라가고 싶었다.

그리고 이건 아니야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하지만, 그건 나만의 착각일뿐 아줌마라는 수식어는 늘 내곁을 맴돌며 나를 괴롭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