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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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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헴 할아버지


BY dasu618 2004-11-07


 에헴!
 할아버지가 나타났어요.
 친구들은 쏜살같이 달아나버렸죠.
 에헴 할아버지는 우리 집 대장이셔요.
 원래 지리산 골짜기에 사시는데
 잠깐 볼 일이 있어 오신 거래요.


 에헴!
 할아버지에게 걸리면 큰일나요.
 조금만 잘못해도 회초리를 드시거든요.
 손톱을 깎고 쓰레기통에 버리면 회초리 감이에요.
 우리 몸은 부모님이 물려주신 소중한 것이어서
 함부로 다루면 절대 안된다는 거죠.
 하지만, 손톱, 발톱을 모아서 어디에 쓰겠어요?

 누나는 짧은 바지를 입고 나가다가 혼쭐이 났어요.
 한복까지는 아니어도 무조건 팔과 다리를 가려주는
 긴 소매옷에 치마를 입어야 한다는 거죠.
 그런데, 진짜 큰일은 제 생일날 벌어졌어요.
 집에서 생일 파티를 하기로 했거든요.
 나는 친한 친구들이랑 내가 제일 좋아하는 다현이를 집으로 불렀어요.

 그런데......
 “요 놈~~~~~~! 남녀칠세부동석이라 했거늘
  어디 계집아이가 사내아이들이랑 어울려 다닌단 말이냐!
  썩 물러가지 못할까!”

 나는 너무 너무 속이 상했어요. 

 할아버지는 또 회초리를 내미셨어요.
 나는 꼼짝도 하지 않았어요.
 할아버지는 더 크게 화를 내셨어요.
 엄마가 말리고
 누나가 사정하고
 아빠가 말씀을 드려도
 고집불통 에헴 할아버지는 회초리를 거두지 않으셨어요.
 아무도 나랑 놀아주려 하지 않았어요.
 에헴, 우리 집 대장 할아버지 때문에 나는 외톨이가 되고 말았지요.

 딩동딩동!
 경비아저씨가 인터폰을 하셨어요.
 "에헴 할아버지가 크게 다치셨어요!”

 병원 응급실은 수많은 환자로 북새통이었어요.
 침대 한쪽에 할아버지가 누워 있는데
 간호사 누나가 다가왔어요.
 “에헴, 에헴! 의사선생님이 오셔야지!”
 할아버지는 간호사 누나가 마음에 안드나 봐요.
 안경을 쓴 예쁜 의사 선생님이 오셨어요.
 할아버지는 눈이 둥그레졌어요.
 “에헴, 에헴!”
 큰 소리로 헛기침만 하셨어요.

 깁스를 한 할아버지는 집에서 꼼짝을 못하셨어요.
 할아버지가 집에 계시는 동안 많은 아줌마들이 다녀갔어요.
 가스검침원, 전기검침원, 정수기필터교환원.
 모두가 아줌마들이에요.

 할아버지가 다리 깁스를 풀던 날.
 집으로 돌아온 할아버지가 엄마랑 나를 부르셨어요.
 “영찬이 생일 파티 다시 해라! 귀여운 다현이도 부르고~ 에헴!”
 할아버지의 양 볼이 빨개졌어요.
 나는 할아버지에게 쪽- 뽀뽀를 해드렸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