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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대로 나라 VS 제대로 나라


BY dasu618 2004-10-21


 뾰족섬에 끝도 보이지 않는 높은 성벽이 있어요.
 성벽을 중심으로
 한쪽에는 멋대로 나라가
 다른 한쪽에는 제대로 나라가 있지요.

 멋대로 나라는 모든 것이 다 멋대로에요.
 사람들이 무얼 입고 먹고 다니든 아무도 신경을 안쓰죠.
 거리의 돌맹이들도 모두가 다 제 멋대로에요.

 제대로 나라는 모든 것이 너무나 제대로에요.
 제대로 나라 임금님이 정해놓은 대로
 하나에서 열까지 몽땅 제대로만 하지요.

 멋대로 나라에도 임금님이 있어요.
 하지만, 무엇이든 멋대로인 나라에서 특별히 할 일이 없었어요.
 임금님은 하루종일 너무나 심심했어요.

 멋대로 나라 임금님은 높다란 성벽 뒤쪽이 궁금했어요.
 “도대체 저 높은 성벽 뒤에는 무엇이 있을까?”
 성벽 꼭대기에 올라선 임금님은 돌맹이 하나를 집어 들었어요.
 그리고, 성벽 아래쪽을 향해 힘껏 던졌답니다.

 멋대로 나라의 돌맹이도 신이 났어요.
 “야호! 드디어 멋대로 나라를 벗어나는군. 이제 모든 게 다 내 멋대로야!”

 제대로 나라로 떨어진 돌맹이는 신이 나서
 여기 저기 멋대로 돌아다니기 시작했어요.
 늘 앞만 보고 똑바로 걸어다니던 제대로 나라 사람들은
 제 멋대로 튀어다니는 돌맹이 때문에 제대로 생활을 할 수가 없었어요.

 “돌맹이 때문에 제대로 살 수가 없다고?”
 제대로 나라 임금님은 머리 꼭대기까지 화가 치밀었어요.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겨 높은 성벽 꼭대기까지 올라갔지요.

 성벽 꼭대기에는 멋대로 나라 임금님이 있었어요.
 하지만, 제대로 나라 임금님은 알 수가 없었죠.
 “그 쪽 나라를 다스리는 임금님을 만나게 해주시오.”
 멋대로 나라 임금님은 고개를 쳐들며 말했어요.
 “내가 이 나라 임금이오만...?”

 멋대로 나라 임금님과 제대로 나라 임금님은 이야기를 시작했어요.

 “그 쪽에서 날아온 돌맹이 때문에
  우리 나라 사람들이 제대로 돌아다닐 수가 없소.”
 “오호, 돌맹이 때문에요? 왜죠?”
 “우리 제대로 나라 사람들은 무슨 일이든 정해놓은 대로만 하지요.”
 “그런데요?”
 “돌맹이 때문에 계획에도 없이 고개를 숙이거나 폴짝폴짝 뛰어다니거나
  크게 다치고 있단 말이오.”
 “그것 참 안됐군요. 하지만, 그래서 뭘 어쩌라는 거지요?”
 “돌맹이를 가져가시오.”
 “그건 곤란하오. 내가 날려보내긴 했지만 돌아오는 건
  돌맹이 마음대로거든. 내가 뭐라고 이야기를 해도 듣지 않소.”
 “어허! 그래도...!”
 “어허! 그래도...!”
 제대로 나라 임금님과 멋대로 나라 임금님은 똑같은 말만 되풀이했어요.

 꼬박 하루 낮과 밤이 흐르도록 말다툼은 이어졌어요.
 제대로 나라 임금님과 멋대로 나라 임금님은 지쳐 버렸지요.
 “무엇이든 제대로만 하려는 건 정말 피곤한 일이오.”
 제대로 나라 임금님이 말했어요.
 “무엇이든 멋대로만 하려는 것도 정말 짜증나는 일이오.”
 멋대로 나라 임금님도 말했어요.
 제대로 나라 임금님과 멋대로 나라 임금님은 서로 마주 보았어요.
 그리고, 이렇게 말했죠.
 “조금만 멋대로 할 수 있다면......”
 “조금만 제대로 할 수 있다면......”

 그 때 하늘 위로 쨍-
 태양이 솟아났어요.
 태양은 제대로 나라와 멋대로 나라를 똑같이 비춰주고 있었죠.
 제대로 나라 임금님과 멋대로 나라 임금님은 얼굴을 마주 보았어요.

  “아! 똑같이!”

 뾰족섬에 높은 성벽이 사라졌어요.
 제대로 나라와 멋대로 나라도 없어지고요.
 하나로 나라가 세워졌어요.
 얼마간은 제대로 또 얼마간은 멋대로 지내며
 하하호호 행복한 하나로 나라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