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써야한다!"
할아버지가 유진이에게 만 원짜리 한 장을 내미셨어요.
유진이는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큰 소리로 인사를 했지요.
"엄마가 저금해줄게."
엄마가 손을 내미셨어요.
유진이는 잠깐 생각을 했어요.
'그게 잘 쓰는 걸까?'
주머니 안에서 푸른 개구리, 로기가 바스락거렸어요.
"엄마, 이건 제가 잘 써볼께요."
유진이는 돈을 주머니에 넣고 집을 나섰어요.
로기는 유진이의 친구에요.
다른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고
다른 사람들 귀에는 들리지도 않아요.
오직, 유진이에게만 보이고 들리는
유진이의 비밀친구거든요.
집 앞에는 커다란 식품점이 있어요.
식품점 입구에는 유진이가 좋아하는 막대사탕과 초콜릿이 놓여있지요.
"아줌마, 이걸 사면 돈을 잘 쓰는 거에요?"
유진이가 꾸벅꾸벅 졸고 있던 아주머니에게 물었어요.
"물론이지. 아주 맛있잖니?"
하지만, 로기는요.
"그걸 너무 많이 먹으면 이가 다 썩어버릴거야."
유진이는 식품점을 그냥 지나쳤어요.
막대사탕과 초콜릿을 사는 게
돈을 잘 쓰는 것 같지는 않았거든요.
이번에는 과일가게가 나왔어요.
과일가게에는 빨간 사과와 복숭아가 산처럼 쌓여있었어요.
"아저씨, 이걸 사면 돈을 잘 쓰는 거에요?"
유진이가 파리를 쫓고 있던 아저씨에게 물었어요.
"당연하지. 이건 우리 몸에도 아주 좋단다."
하지만, 로기는요.
"그건 집에 있잖아."
유진이는 다시 과일가게를 지나쳤어요.
집에 있는 것을 사는 것도
돈을 잘 쓰는 것 같지 않았어요.
유진이는 로기와 함께 놀이터로 왔어요.
"어떻게 해야 돈을 잘 쓰는 걸까?"
유진이는 생각했지요.
로기가 말했어요.
"니가 꼭 필요한 걸 산다면……."
유진이는 다시 생각했어요.
"나한테 꼭 필요한 게 뭐지?"
인형도 갖고 싶고, 재미있는 만화책도 생각났어요.
예쁜 잠옷도 입고 싶어요.
"이왕이면, 좋은 일을 하는 게 좋겠지.
너에게 꼭 필요하면서도 좋은 일!"
로기가 다시 말했어요.
유진이는 다시 생각했어요.
"나에게 필요하면서도 좋은 일, 그게 뭐지?"
뾰족한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어요.
유진이는 다시 집으로 돌아왔어요.
엄마에게 돈을 내밀며 말했지요.
"엄마. 나에게 꼭 필요하면서도 좋은 일이 떠오르면
그 때 쓸께요. 우선 저금해주세요."
엄마가 활짝 웃었어요.
유진이의 비밀친구, 로기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