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0시가 조금 넘었다. 방바닥에 배를 쭉 깔고 몇 번이나 거듭해서 보고 있던 책장을 성의없게 넘기며 여살살난 아이가 하품을 한다. 가서 자야겠단다. 엄마가 아이에게 말한다. "아들, 뽀뽀!" 평소 같으면 아이는 입술을 동그랗게 말아 쭉 내밀고 "뽀-" 하며 달려들었을 터였다. 하지만 오늘은 이상하다. 가만히 있는다. 샐쭉해진 엄마가 아이를 쳐다본다. "왜?" 한다. 아이가 엄마를 가만히 들여다보다가 한 마디 한다. "엄마같은 아줌마랑 뽀뽀하기 싫어!" 엄마는 충격을 받는다. 과장된 몸짓으로 어이없다는 듯 웃는다. 그리고 다시 묻는다. "그럼 누구랑 뽀뽀하고 싶은데?" "하경이랑!" 하경이는 같은 유치원 같은 반에 다니는 여자아이다. 갑자기 엄마는 장난기가 동한다. 해서 다시 묻는다. "하경이랑 뽀뽀해봤어?" 아이는 서슴없이 답한다. "응!" 엄마는 다시 충격을 받는다. 하지만 이번엔 웃지 않는다. 놀란 눈을 하고 묻는다. "정말? 언제? 왜? 어떻게 했는데?" 아이는 마지막 질문에만 답한다. "제대로 했어." "제대로? 그게 어떻게 하는 건데?" 아이는 엄마한테 뽀뽀하듯 입술을 동그랗게 말고는 앞으로 쭉 내민다. "그렇게 했어?" "응!" "하경이도 그렇게 했어?" "응!" "왜? 왜 했는데?" "좋아하니까 하지!" 아이는 팽- 하니 돌아선다. 엄마는 기가 막힌 듯 헛헛거린다. 여섯살. 아이의 이성친구. 그리고 뽀뽀. 어떻게 키워야 좋은 건지... 막막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