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삭파삭 햇살이랑 살랑살랑 바람이
살풋 잠든 웅이의 뽀얀 살갗을 간지르고
홍홍.. 웃음소리를 남기며 떠나버려요.
마루바닥에 엎드려 코- 자던 웅이는
장난꾸러기 햇살과 바람의 손길이 귀찮은가 봐요.
휘익- 벽을 향해 고개를 돌려요. 그런데 이상해죠?
엄마의 발자국 소리가 들리지 않아요.
손등으로 두 눈을 부비며 웅이는 부엌으로 향해요.
한 발짝, 한 발짝.... 이제 엄마가 “까꿍!” 하며 나설 것 같은데
엄마의 소리는 여전히 들려오질 않네요. 두리번 두리번....
고개짓 하던 웅이는 턱을 움찔움찔.. 코를 발름발름..
두 눈 가득 눈물을 만들어냈어요.
이제 조금만 있으면 “으앙-” 울음보가 터질 테고요.
엄마는 반드시 나타날 거에요.
바로 그 때!
웅이의 눈동자가 동그래졌어요.
가득 고여있던 눈물이 거짓말처럼 사라졌고요.
무얼까? 반짝반짝 유리 식탁 위에 빨간 친구가 놓여있네요.
빨간 친구는 동글동글 고무공 같기도 해요.
오른쪽 왼쪽.. 천천히 고개는 돌아가지만
눈동자만큼은 말똥말똥! 빨간 친구만 향해 있어요.
오른 발, 왼 발.. 웅이는 조심스레 식탁 아래로 기어갔어요.
그리고 고개를 쑤욱- 쳐들었죠. 빨간 친구의 아래쪽에는 초록빛 나뭇잎이
붙어있어요. 돌돌 말아올려진 나뭇잎 끝자락이 빨간 친구의 엉덩이를
콕콕 찌르고 있네요.
엉금엉금.. 웅이는 식탁 밖으로 나왔어요. 그리고 조심조심..
식탁 주위를 한 바퀴나 돌았지요. 그래도 빨간 친구는 그 자리에서
꼼짝도 안해요. 웅이는 손가락을 입술에 대어 보았어요.
저게 뭘까? 더 이상 바라보고만 있을 수 없네요.
오른팔을 쭈욱-
맨들맨들, 보들보들. 나쁜 친구는 아닌 것 같아요.
저 빨갛고 동글동글하고 맨들맨들한 친구를 폭 안아보면 어떨까요?
웅이는 손바닥을 쫙 편 채 양 팔을 쭉 뻗었어요.
빨간 친구를 덥석 안을 욕심으로요.
툭!
웅이의 손 끝에 닿은 빨간 친구가 냅다 도망을 치기 시작하네요.
데굴데굴데굴데굴.... 식탁 끝에서 잠깐 멈칫하더니...
아래로 푹- 찰싹!
바닥에 곤두박친 빨간 친구는 더 이상 동글동글하지 않아요.
반으로 갈라진 듯 터져버렸지요. 터진 틈 사이로 초록, 노랑 알갱이들이
가득 담겨있어요. 빨간 친구는 초록, 노랑 알갱이들의 집이었나 봐요.
웅이의 두 눈엔 또 다시 눈물이 그렁그렁해져요.
빨간 친구는 그 자리에서 꼼짝도 안해요.
고양이가 넘어졌을 때처럼 살살 쓰다듬어 주면 발딱 일어날까요?
조심조심 빨간 친구의 터진 틈 사이로 손가락을 넣어봐요.
손 끝에 물렁한 것이 닿아요.
손가락 끝에서 초록, 노랑 알갱이가 조르르 흘러내려요.
웅이는 두 눈을 깜박깜박! 빨간 친구 안에 초록, 노랑 알갱이들은
얼마나 들어있을까요? 웅이는 손가락이 아닌 손바닥을
터진 틈 사이로 쏘옥 집어넣어봐요.
손바닥 가득 초록, 노랑 알갱이가 다다다다 붙어있어요.
차갑긴 하지만 끈적이지 않아요. 히히- 웅이의 입이 살짝 벌어졌어요.
초록, 노랑 알갱이들이 정말 귀여웠거든요. 이번엔 다른 손바닥을 들어올려
빨간 친구의 벌어진 틈 사이로 더 깊이 쑤욱-
웅이의 손바닥 안에서 초록, 노랑 알갱이들이 춤을 추듯 미끄러져요.
초록, 노랑 알갱이를 더 기쁘게 만들어줄까요?
웅이는 손바닥을 바닥을 향해 꾹 내리 눌렀어요.
초록, 노랑 알갱이들도 웅이의 손끝를 따라 부엌바닥으로 미끄러졌죠.
오른손 쪽, 왼손 쪽! 다시 오른손 왼손 쪼옥 쪽!
더 이상 바닥에 내려놓을 알갱이들이 없어도 걱정 없어요.
손바닥을 빨간 친구의 틈 사이로 쑤욱 넣고 또 쑤욱!
다시 바닥을 향해 쪼옥 또 쪼옥!
빙그르르- 웅이는 손바닥을 꼭꼭 눌러 찍으며 한 바퀴를 다 돌았어요.
초록과 노랑 알갱이들이 부엌 바닥에 동그란 꽃을 만들었어요.
웅이도 초록, 노랑 알갱이들과 함께 한 송이 꽃이 되었지요.
꽃송이 아래 빨강 잎받침 하나가 빈 속을 드러내며 활짝 웃네요.
웅이도 꽃 송이 안에서 씩- 미소를 날려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