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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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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맹이공주의 꼬리


BY dasu618 2004-06-11

하늘나라에 올라가 본 적이 있나요? 저런, 한 번도 못 가봤다구요?

그럼 이 아줌마가 올라가서 본 하늘나라의 꼬리왕국. 그 중에서도 말썽꾸러기

꼬맹이 공주 이야기를 들려드릴까요?

 

꼬리왕국은 하늘나라에 있어요. 꼬리왕국에는 모두 다섯 공주가 있는데요.

첫째 공주는 땅 위에 사는 동물들의 꼬리를, 둘째 공주는 바다에 사는 동물들의 꼬리를,

셋째 공주는 하늘을 나는 새들의 꼬리를 그리고 넷째 공주는 땅 속에 사는 동물들의

꼬리를 예쁘게 그리고 사각사각 오려내고 단단하게 풀칠해서 각자 맡고 있는 동물들이

땅으로 내려가려 할 때 따닥, 붙여주는 일을 해요. 가끔씩은 각자 맡고 있는 곳으로

파르르 내려가 달랑달랑 떨어지려고 하는 꼬리들을 단단히 붙여주기도 하지요.

그런데 꼬맹이 공주는 누구냐구요?

꼬맹이 공주는 말 그대로 꼬맹이, 그러니까 다섯째 공주에요.

꼬맹이 공주는 아직 어려서 특별히 하는 일이 없어요. 하지만 꼬맹이 공주는

날마다 날개를 바스락 거리며 땅위로, 바다로, 하늘로, 땅 속으로

멋지게 날아다니며 꼬리를 붙여주고 고쳐줄 연습을 하고 있지요.

그런데요, 날마다 날마다 연습만 하고 있으려니 가슴이 답답하고

자꾸 하품만 짝짝 나왔어요.

 

"뭐, 재미있는 일 좀 없을까?"

꼬맹이 공주는 어슬렁어슬렁 꼬리왕국을 돌아다니다가 초록 꼬리별을 만났어요.

"야호, 초록꼬리별아, 오늘은 저 아래 세상으로 내려갈 일이 없니?"

"응. 요즘은 공주님들이 통 내려갈 생각을 안하시네. 아웅, 심심해!"

초록 꼬리별은 언니 공주들이 꼬리왕국을 떠날 때 슝- 타고 내려가는 별이거든요.

꼬맹이 공주는 자기처럼 지루해하는 초록 꼬리별을 보자 갑자기 멋진 생각이 떠올랐어요.

"옳아. 초록꼬리별아, 그렇다면 나를 태워줘. 내가 아래 세상에 한 번 내려가보게."

"어머. 니가 벌써? 안돼. 넌 아직 꼬리를 단단하게 붙일 수 없잖아."

"아냐, 나도 할 수 있어. 배웠다니까."

"힝, 어림없는 소리. 또 아래 세상에서 내 꼬리, 붙여줘요~ 이렇게 소리를 지르는 녀석도

없잖아. 괜히 내려가 봐야..."

"흥! 걱정마. 내가 내려가면 분명히 도와줘야 할 친구들이 있을 거야. 그러니까.."

"아이, 그래도 안돼!"

"심심하다며? 지루하댔잖아. 그냥 나만 태우고 슝- 내려갔다 오면 돼."

"하지만 올라올 땐? 올라올 땐 너 혼자 와야 해!"

"알았어. 걱정 마. 나 날개짓 연습도 아주 많이 했다구. 이것 봐!"

꼬맹이공주는 초록 꼬리별 앞에서 얇고 작은 날개를 힘차게 움직였어요.
초록 꼬리별의 눈썹이 포르르 흔들렸어요.
"부탁이야. 오늘 딱 한 번만! 맨날 꼬리왕국에만 있으니까 너무 너무 심심하다구."

"허긴 나는 며칠 있는 것도 지루한데.. 좋아. 그 대신 오늘 밤까지는 꼭 돌아와야 해."

초록 꼬리별은 가느다란 목소리로 꼬맹이 공주님의 다짐을 받았어요.

그리고, 긴 꼬리를 꼬맹이 공주 앞에 사뿐 펼쳐놓았지요.

손바닥만큼이나 작은 꼬맹이 공주는  셀로판지 같은 날개를 부비며 초록 꼬리별을 타고

초록별 지구로 내려왔어요.

 

초록별 지구는 꼬리왕국에서 내려다볼 때보다 훨씬 아름다웠어요.
사방은 초록빛 풀로 가득했고요. 단물을 머금은 초록빛 나무는 햇빛을 받아
선명하게 빛이 났어요. 고인 듯 흐르는 작은 연못은 맑고 투명했지요. 꼬맹이공주는

음- 가슴을 쫙 펴며 초록별 지구의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셨어요. 그런데 바로 그 때!

쿵쿵쿵! 요란한 발자국 소리가 들렸어요. 꼬맹이 공주는 작은 귀를 쫑긋 세웠어요.

멀리 아주 크고 굵은 뒷다리와 그것만큼이나 커다란 꼬리를 길게 늘어뜨린 캥거루가
보였어요. 
'와, 저렇게 크고 무거운 꼬리를 끌고 다니려면 얼마나 힘이 들까?'
꼬맹이 공주는 우선 캥거루의 꼬리를 떼어주기로 마음먹었어요. 붙여주는 것보다는 떼어주는 일이 훨씬 쉬울 것 같았거든요. 꼬맹이공주는 캥거루에게 다가갔어요. 그리고, 캥거루의 꼬리에 꼬맹이 공주의 작고 뾰족한 꼬리를 폭 꽂았지요.
"꼴꼬리꼴꼬리꼴꼴꼬꼬꼬-" 꼬맹이 공주가 외치자 묵직한 캥거루의 꼬리가
감쪽같이 사라졌어요. 그리고, 커다란 캥거루는 맥없이 옆으로 쿵- 쓰러졌지요.
'그 동안 무거운 꼬리를 끌고 다니느라 무척 피곤했나보다.'
꼬맹이 공주는 캥거루가 잠을 자는 사이, 다른 동물의 꼬리를 떼어주기로 마음 먹었어요.

한참을 날아가자 휘리릭- 뭔가가 있는 힘껏 뛰어가는 것이 보였어요. 사자였어요.

달릴 때마다 달리는 방향으로 길고 가느다란 꼬리가 힘있게 움직이는 것도 보였어요.

그 꼬리엔 북실북실 털송이도 매달려 있었어요.

'아휴. 저 털송이만 없어도 훨씬 빨리 달릴 수 있을텐데.'
꼬맹이 공주는 사자의 꼬리도 없애주기로 했어요. 꼬맹이 공주는 있는 힘껏 사자를

쫓아 날아갔어요. 한 오백미터 쯤은 날았을 거에요. 드디어 사자가 달리기를 멈췄어요.
꼬맹이 공주는 헉헉거리며 사자의 토실토실한 털송이 끝에 공주의 꼬리를
폭 꽂았어요. 그리고 큰 소리로 외쳤지요.
"꼴꼬리꼴꼬리 꼴꼴꼬꼬꼬-" 사자의 꼬리도 단숨에 사라졌어요.
겨우 꼬리 두 개를 떼어줬을 뿐인데 벌써 해는 뉘엿뉘엿 저물고 있었어요.
이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시뻘건 해를 집어삼킨 듯 주황빛으로 물든
들판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 곳에서 이상한 게 눈에 띄었어요.
초록빛 풀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무언가가 햇빛에 번쩍했거든요.
꼬맹이 공주는 그곳을 향해 힘겹게 날개를 저었어요. 꼬맹이 공주가 발견한 것은
공작새의 꼬리였어요. 초록색 나뭇가지 같은 긴 꼬리 끝에는 검정색의 길고 가는
털이 우아하게 붙어있었어요. 또 초록빛 사이 사이에는 빨강, 노랑, 검정 등
여러 가지 빛깔의 깃털이 화려하게 꽂혀있었죠. 하지만 공작새의 얼굴은 무척이나
슬퍼보였어요. 화려한 꼬리를 한껏 펼치고 그 자리를 뱅글뱅글 돌고만 있었죠.
꼬맹이 공주는 마지막으로 공작새의 꼬리도 없애주기로 했어요.
"꼴꼬리꼴꼬리꼴꼴꼬꼬꼬-" 이번에도 공작새의 날개가 뿅하고 사라져버렸어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오랜 동안 날개짓을 한 꼬맹이 공주는 그만 쉬고 싶었어요.
하지만, 꼬맹이 공주는 쉴 수가 없었어요. 부지런히 꼬리왕국으로 올라가야 했거
든요. 바로 그 때, 초록 꼬리별이 쌩-하고 나타났어요. 꼬맹이 공주를 데리러 온
걸까요?
"꼬맹이공주야. 큰일났어. 꼬리대왕님이 널 찾아오라고 난리셔. 크게 화가 나셨다구!"

"어머, 정말?" 꼬맹이 공주의 얼굴이 검은 구름처럼 변했어요. 그리고 작은 눈동자가

동그랗게 커졌죠. 슝- 긴꼬리황새를 타고 날아오는 꼬리대왕님이 보였기 때문이에요.
"허락도 없이 초록별엘 내려오다니!" 
꼬리대왕님이 무서운 눈을 하고 꼬맹이 공주를 쳐다봤어요.
"죄송해요. 전 아직 초록별 지구에 내려오면 안된다는 걸 잘 알아요. 하지만 아버지.
 전 아주 좋은 일을 세 가지나 했다구요!" 꼬맹이 공주가 자랑스럽게 말했어요.
꼬리대왕의 눈은 더 커졌어요.
"좋은 일을 했다구?"
"예! 한 번 보실래요?"
꼬맹이 공주는 초록 꼬리별의 긴 꼬리에 살포시 올라탔어요. 꼬리대왕은 긴꼬리황새를
타고 꼬맹이 공주를 따라왔어요. 먼저 꼬맹이 공주는 커다란 캥거루를 찾아갔어요.
무슨 일인지 캥거루는 아직도 누워있네요.
"캥거루야, 어서 일어나. 내가 너의 무거운 꼬리를 없애줘서 몸이 날아갈 것처럼
 가볍다고 꼬리대왕님께 이야기해주렴."

"흥! 내 꼬리를 니가 없앴구나!"
캥거루는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어요.
"니가 내 꼬리를 없애는 바람에 난 똑바로 일어설 수가 없게 되었어.
 빨리 내 꼬리를 돌려줘!"

꼬맹이 공주는 슬금슬금 꼬리대왕의 눈치를 살폈어요. 꼬리대왕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몸을 돌렸어요. 그리고 커다란 꼬리를 캥거루의 몸에 대고 주문을 외웠어요.
"꼬리꼬리꼬리꼴꼴꼴꼬리"
캥거루의 몸엔 다시 길고 커다란 꼬리가 생겼어요. 그제서야 누워있던 캥거루가
벌떡 일어났어요.

"고맙습니다. 저희는 꼬리가 꼭 필요하다구요!"

"알고 있네!"
꼬리대왕님은 힘없이 말했어요. 꼬맹이 공주는 너무나 슬펐어요.
캥거루는 커다란 꼬리가 있어야 똑바로 설 수 있다는 걸 몰랐거든요.
하지만 마냥 슬퍼하고 있을 수는 없었어요. 꼬맹이 공주는 얼른 사자를 찾아갔어요.
다행히 사자는 잠을 자고 있지 않았어요. 똑바로 앉아있었거든요.
"사자야! 아까처럼 달려봐. 꼬리가 없으니까 더 빨리 시원시원하게 달릴 수 있을
 거야."

꼬맹이 공주가 말했어요.

"읔.. 그럼 뭐해? 내가 가려고 하는 쪽으로 달릴 수가 없는데. 빨리 꼬리를 돌려줘!"

꼬리대왕은 다시 한숨을 푹 내쉬었어요.
그리고 커다란 꼬리를 이용해 사자에게도 털송이 꼬리를 붙여줬지요.
"사자는 꼬리가 있어야 달릴 때 방향을 제대로 잡을 수 있단다. 알겠니?"
꼬리대왕은 점잖게 말했어요. 이제 남은 건 공작새밖에 없었어요.
꼬맹이 공주는 다시 공작새를 찾아갔어요.
"공작새야. 넌 크고 무겁기만 한 꼬리가 없어져서 좋지? 꼬리가 없어도 똑바로 설
 수 있고 달릴 수도 있지? 훨훨 쉽게 날 수도 있고 말야."

"물론 그래!"
와! 꼬맹이 공주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폈어요. 드디어 꼬리대왕님께 자랑할 일이
생겼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공작새가 말했어요.
"난 화려한 꼬리가 있어야 여자친구를 사귈 수 있는데 이제 여자친구를 못 사귀게
 되었어."

공작새가 꺼이 꺼이 울기 시작했어요.
꼬리대왕이 공작새에게도 화려한 꼬리를 다시 만들어주었어요.
"공작새야. 이제 화려한 꼬리가 있으니 어서 예쁜 여자친구를 사귀도록 해라."
"으아, 고맙습니다. 역시 꼬리대왕님이 최고에요."

공작새는 오색찬란한 꼬리를 흔들며 여자친구를 찾아갔어요. 꼬맹이 공주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었어요. 

"아버지.. 전 그냥.. "

꼬맹이 공주가 눈물을 떨구기 시작했어요. 어깨도 들썩이고요.
옆에서 꼬리대왕만 쳐다보고 있던 꼬리별도 끄아앙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어요.
"얘야, 그만 울어라. 동물들에게 꼬리는 정말 소중한 거란다. 그러니까 함부로 떼어내면

안돼요. 앞으로는 날개짓 연습 말고도 할 일이 또 늘었구나. 동물들 꼬리부터 공부해야겠어.

그래야 맘 놓고 초록별 지구에도 드나들 것 아니냐!"
꼬맹이 공주의 얼굴에 눈물자욱과 환한 미소가 함께 번졌어요.
꼬리대왕은 꼬맹이 공주를 향해 길고 탐스러운 꼬리를 내밀었어요.

꼬맹이 공주는 꼬리대왕의 꼬리에 얼른 올라탔지요.

"자, 이제 꼬리왕국으로 출발!"

꼬맹이 공주를 태운 꼬리대왕은 사목사목 꼬리를 흔들며 꼬리왕국으로 날아
올랐어요. 꼬리대왕의 꼬리를 꼭 붙잡은 꼬맹이 공주의 뾰족한 꼬리가 사르르르
소리없이 자라나고 있었어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