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도 정리하고 성찰도 필요해서 모처럼 미술관을 찾았는데
문화의 날이라고 무료관람이라며 무료티켓을 줍니다.
문화의 날?
코시기라 문화의 날도 잊고 산 지 오래됐는데
오늘이 문화의 날이라니 우연치곤 좋은 일이다.
쾌적한 공간에서 혼자 작품을 감상하니 마음도 느긋해지고
작가의 의도와도 상관없이 나혼자 제목을 만들어 보고
나중에 작품의 제목을 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작품이 탄생하기 까지 작가는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내며
구상하고 생각하고 시작을 했을까?
한시간 이상 작품에 빠져 있다가 눈이 건조하다는 것을 느꼈다.
요즘 쉽게 눈이 건조해져서 속상하다.
속상하다고 해결 될 문제도 아니니 시원한 공기를 마시기로
하고 미술관 문을 나서니 거리가 촉촉하다.
어느새 눈에서 비로 내리다 그쳤는지 우산을 들고 다니는 사람도
눈에 보이고 날씨가 어둑어둑하다.
많이 춥지는 않지만 스산한 바람에 손이 장갑을 찾는다.
장갑을 끼려고 보니 아뿔사 왼쪽장갑이 없다.
지나왔던 자리를 되돌아 가며 장갑을 찾았지만 보이지 않아
최종적으로 미술관 안내데스크에 물어보니 접수된 장갑은 없단다.
난 오늘 무료가 아닌 장갑값을 내고 미술감상을 한 날이네.
차리리 잊어버리려면 장갑을 양쪽모두 잊어버려야 나두 개운하고
혹시나 줍는 사람도 사용할 수 있을텐데..
착각이 아니라면 집에 여유분의 장갑이 있을거다.
다행히 따뜻한 회색장갑을 발견했다.
한쪽만 남아있는 장갑에게는 미안하지만
너와 나는 여기까지가 인연이구나.
사람과 사람도 인연의 끝이 있는데 물건도 마찬가지다.
장갑을 한짝 잃고보니 사람을 소중한 사람과의 인연을 유지하고 싶다면 좀더 잘돌봐야 되지 않나 하는 생각에 장갑이 오늘 나에게
교훈을 준 날이라 나쁘지만은 않은 날이다.
*마가렛 초상화
나와 분위기가 사뭇 다르지만 어딘가 비슷하다.
*아침식사를 하는 네덜란드 소녀
혼자서 기품있게 식사를 하는 모습에 나의 아침식사를
생각해 보니 좀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