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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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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BY 염정금 2021-12-29



첫눈이 내린다

하늘하늘 내리는 눈발이

하늘 땅 경계를 지우고

마을 앞 산도 가리고

텃밭의 파릇한 생기도 덮고

겨울 냉기 속으로 들앉혀

옴싹달싹 못하게 하얀 걸쇠를 잠근다


얼마나 많은 눈물을 쏟아야

저 걸쇠를 열고 나갈 수 있을까

울음 소리마저 잦아져버린 지친 세상

서로 사랑하기보다 원망만 늘어놓고

끝내 곡절한 서러움 쏟고 또 쏟는다


입 막고 발 묶인 세상처럼

늦게 파종한 텃밭 채소들 얼까

오가는 아낙 마음 모르는지

그 채소들까지 하얗게 덧칠을 한다


갇혀 살아도 겨울을 나야 하는 일

겨우내 먹을 김치 담그기 위해

눈까플 내려 앉는 게으름 떨쳐내고

뜨신 등을 벗어나 옴찍거린다


등골 빠진 만큼 채워지는 겨울 양식

김치 냉장고에 차곡차곡 채워진 기쁨

동장군도 무섭지 않다

오미크론도 무섭지 않다

푸른 배추 속 노란 봄 향처럼

우리들의 봄도 희망도

윙 울리는 김치 냉장고처럼

자박거리며 오고 있을 테니까


첫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