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따스한 햇볕이 강해 여름인 듯 느껴지는 날씨입니다.
오늘, 피곤에 지친 남편을 보며 미안한 마음이 앞섭니다.
결혼 후 정말 잦은 다툼으로 애처로움이란 것을 생각도 못하고 지냈습니다.
무엇보다 남편에 대한 속상함과 서운함, 또 이렇게 미래가 보이지 않는 듯 살아가는 것이 서글프기만 했던 시간들이었지요.
이젠 결혼생활도 제 궤도를 오른 것처럼 기대도 서글픔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저 보이는 현실을 아무런 감정 없이 마치 타인의 일처럼 묵묵히 처리해 버리고, 밀린 숙제 해결 한 냥
홀가분하게 벗어나니, 우리부부의 다툼의 시간은 줄어든 듯 합니다. 그만큼 잃은 것도 많겠지요. 그러나 지금은 잃은 무엇을 살펴볼 틈도 없이, 남편에 대해 연민의 정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다들 결혼생활에서 마치 본인이 손해를 보고 있는데, 큰 인심 쓰듯 모르는 척 넘어 간다고 생각하면서 바쁜 삶 속에서 살아가나 봅니다. 그것이 생활의 조율일까요? 어쩌면 하느님이 서로 양보하는 법을 쉴 새 없이 다가오는 상황으로 가르치는 것 일지도 모릅니다. 저에겐 그렇게 하시는 것 같아요. 제가 포기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계시기 때문에...
깊은 잠에 빠져 든 남편의 얼굴엔 평소처럼 편안해 보이지 않습니다. 오래전에 떠나간 친구 아버님의 장례식을 다녀오면서, 아직도 가슴이 아픈지 쉬고 싶다고만 합니다. 남아있는 친구의 부인과 아이들을 보면서 속으로 많이 울었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멀리 지켜보는 저도 가슴 한구석이 아리거든요. 시아버님과 친정아버님이 하루 차이로 운명하셨으니 더더욱 그 아픔은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오늘 그렇게 남편은 그 가족을 보면서 “살아 있는 자의 슬픔”을 알았을 겁니다. 남편친구들과 함께...
아직도 또 앞으로도 오래전 떠난 친구와 그 가족을 위해, 다른 친구들 모두가 오늘처럼 친구의 빈자리를 대신해서 묵묵히 지켜나가겠지요. 내 남편도... 모두들 대단해 보입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을 한 것인데, 요즘은 보기 드문 아름다움입니다. 봄의 꽃향기처럼 온몸에 퍼져오는 삶의 향기입니다. 남편을 만나 감사하는 오늘입니다. 내일도 남편에게 감사하는 날이 많이많이 있었으면 하고 욕심 부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