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는 점점 어디든 가라고 부르고, 여건은 쉽지가 않다. 아직 아이와 둘만 움직이기는 힘이 드는데, 남편은 주말이면 편히 집에서 쉬고 싶어 한다. 산을 좋아하는 그, 혼자서라도 덜렁 배낭하나 매고 다니던 사람이, 가정이란 울타리 속에 우리 눈초리만 살펴야하는 고단한 사람으로 바뀐 것이 미안하기도 하고, 당연하다고 여겨지기도 한다. “뭐니 뭐니 해도 가족이 최고지! 서로가 서로를 챙겨야지! 혼자서만 하려면 결혼은 왜 해? 가정이 생긴 이상 최선을 다해 행복을 만드는 거야." 매일 부르짖는 무슨 구호 같은 나의 말이다.
결혼 후 남편에게 어린시절의 추억들을 많이 이야기했다. 남편도 어린시절부터 가족이나, 친구들, 동료들과 많은 여행을 했던 사람이고 아직도 그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데이트시절 우린 강화도에서 낚시도 하고, 노을이지는 작은 시골길을 드라이브하기도 했다. 소똥냄새, 흙냄새 나는 허름한 민박집에 묵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이다. 땅에 구덩이를 파서 그 위에 돌을 얹어 삼겹살을 구워 먹는 것을 좋아하고, 코펠에 밥 지어 먹고 찌게 보글보글 끓여 먹는 것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으로 차 뒤 트렁크 속엔 가스버너와 불판이 담겨 있다. 우연히 라도 지나가다가 좋은 장소가 있어 고기를 구워먹게 되면 거기서 고기를 구워먹고 가는 그런 사람인 것이다. 꼭 내 남편만 그러는 것은 아니다. 남편친구나 각모임 들은 부부모임이어서 종종 가족끼리 여행을 간다. 그중 가장 오래된 팀은 어린시절부터 친한 친구들로 일년에 꼭 한두번씩은 여행을 가는 팀으로, 부인들이 모이면 한결같은 하소연을 한다. 더운물이 콸콸 쏟아지는 곳에서 편안히 음식 사먹으며 지내다 오고 싶다고...
우린 여행을 하면 열서너 팀으로 가족이 모두 모이면 남편들이 스스로 알아서 한다. 장소를 정하고 준비물을 준비하고, 모이는 시간이며 가서 음식을 만들고 치우고 하는 것들이 몸에 밴 사람들처럼 순식간에 척척 해낸다. 여기까진 90점짜리 남편들이지만, 밤새 술을 마시며 담소를 즐기는 바람에 그 다음날은 일어나지 못하고 아내들이 아침 점심을 챙겨서 먹고 오곤 하는 것이다. 그래서 문제가 최근에 발생하게 되었다. 아내들이 심각하게 요구사항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이젠 친한 회포를 푸는 것도 좋지만 아이들과 함께하자고... 아이들도 여행에 기대를 하고 오기 때문에 그들에게도 무엇인가 추억을 남겨주자고... 다음번 여행부턴 프로그램을 가지고 만나서 아이들과 함께 하자는 것이다. 결론은 아직 나지 않았지만 노력은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아이와 함께하는 여가 프로그램이 많지가 않아서 아쉽다. 누구는 고구마 캐기 프로그램에 다녀오자고 했지만, 길든 짧은 한때의 나들이라도 가족과 하는 프로그램이 많이 있었
으면 한다. 대단위 사람이 모이는 것 말고, 팀 단위. 가족단위의 20명 내외의 하루, 또는 1,2박 프로그램이 말이다. 사방에 팬션도 많고, 휴양림 숙소도 많지만 잘 만들어진 프로그램이 없어서 시간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 주5일째근무로 인해 여가생활의 중요함이 부각되고 있는 지금은 차별화된 적은 비용부터 많은 비용까지 각종 가족별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텐트치고 즐기는 그런 작은 하루 한때의 나들이 프로그램까지 말이다. 오늘부터 나라도 생각해 내어 주위 사람들과 함께 추억을 만들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