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제일 못하고 할 줄 모르는게 머리 드라이다
그러니 드라이기에 대해서도 아는 게 없고 관심도 없는데
암튼
그런 우리집에도 드라이기 하나 있긴 하다
내가 산것도 아닌데 있는것 보면
아마도 내가 시집오기 전부터 있던건지
(남편한테 물어봤는데 자기도 드라이기 왜 있는지 잘 모른단다)
애들이 가끔 드라이기를 찾으니 목욕탕 수납장에 넣어 두긴 했지만
사내아이들이 드라이 할 일이 많은것도 아니고
추울 때 급하게 머리 말리든지 그럴 때만 사용한다
거의 한 달 전 쯤
3월 초 쯤에 태어 날 예정이던 초보 엄마가
2월 추운 겨울밤에 느닷없이 새끼를 낳았었다
다른 축사엔 송아지방이 있는데
그 축사엔 송아지방 놓을만한 공간 확보가 어렵고
전기선 끌어 오기도 만만치 않아서
송아지방도 못 놓고
남편에게 어찌됐 건 송아지방 옮겨다 놓고
전기선 끌어오자 했더니
"얼어 죽으면 할 수 없지 뭐" 그러면서 시큰둥 했다
초보엄마는 새끼만 낳아 놓고는 핥아 주지도 않고
저 멀리 가 있지
난
애가 타서 죽을 지경이었다
궁리끝에 드라이기를 생각해 냈는데
전기코드 있는곳과 멀어서
집에 있는 전기선은 죄다 갖다 연결해서
겨우 송아지 있는 곳까지 닿았다
수건으로 닦으면서 드라이기로 말리고...
드라이 바람이 어찌나 시원찮던지
나중에는 내가 꽁꽁 얼 지경이었다
옆에서 도와주던 남편 왈
"드라이기 열 센것 없냐? 뭔 열이 이렇게 약해?"
"드라이기 열이 이 정도면 됐지 여기서 더 세면 머리 드라이 할 때 머리카락 다 타"
암튼
그렇게 드라이기 덕을 본 송아지는 아주 건강하게 누나들 잘 따라 다니며
말성을 부리고 있습니다
내 옆가게 친구가 하는 미용실에 하루에도 몇 번씩 들락 거리면서도
드라이기엔 관심도 없었고 열 세기에 대해 물어 볼 생각도 못 했는데
며 칠전
박스에 들어 있는 드라이가 보였습니다
왠 드라이기냐 물었더니
미용실용 드라이기는 고장도 별로없고 좋다고
손님이 주문해서 갖다 놓은거라 했습니다
색상 골라 가라고 두 개 주문했는데 하나 남은 거라고...
그 때서야
드라이기 열에 관해 물었고 그 드라이기를 코드에 꽂고
열 세기를 봤더니 세상에나~~~~~~~~~~~~~~ 무쟈게 강 했습니다
그럼뭐야
우리집에 있는 드라이기는 넘넘 오래 되어서 열이 약해진 걸까
암튼
친구한테 지청구 듣고
새로 열이 센 드라이기 구입해서
집에 턱하니 모셔 놓으니 볼 때마다 좋습니다
이젠
추울 때 송아지 낳기만 하면 드라이기로 말려 주려고
별르고 있는데 이젠 다 틀렸지요
이렇게 푸근해지니
봄이가고 여름가고 가을가고 그.리.고.
겨울이 와야 그 꿈이 이뤄지겠지요
아~~휴 언제 그 때까지 기다려~~~~~~~~~~
이젠
봄이 왔잖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