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우리의 선무당 노릇이 송아지를...
20 여일을 아프던 송아지가 토요일에
생명의 끈을 놓았어요
어떻게든 살려 보려고 온갖 정성과 돈을 아끼지 않았는데...
의료보험이 없는 가축은 약값이나 수의사 진료비용이
사람보다 훨씬 더 많이 들어요
정확한 병명도 찾아내지 못하면서 그저 영양제와 항생제 진통제
그런것들로만 치료 하면서...
우리가
20년 넘는 경험으로 봐서 송아지의 경우에는 수의사 몇 번 진료하고 나서
고친적이 없고 결국엔 떠나는데
그래서 우린 결심을 하지요
"다시는 수의사 부르지말자 우리가 치료해서 안 되면 포기하자"
이렇게 몇 번을 다짐하곤 하지만 그래도 또 그게 아니지요
살아있는 생명을 그대로 내버려 두는 건 차마 못 하지요
수의사가 필요한 경우는 큰소들의 경우 인데
장이 꼬여서 수술을 한다거나 재왕절개를 한다거나
그런 경우엔 다 고치는데 어린송아지들의 경우엔 고친적이 없지요
이번엔
우리도 잘 못 판단했고 수의사도 제대로 검진을 못 했어요
하긴 엑스레이를 찍는것도 아니고 배를 열어보는것도 아니고
걍 송아지의 상태와 우리말만 듣고 판단 하니까...
오진 이었어요
우리가 처음부터 잘 못 판단 했어요
심중은 있었지만 설마 했는데 부검 했더니 역시나
장파열 이었어요
장파열로 혈변이 나오는걸 장염으로 알고 치료했고
혈변은 설사가 심할경우에 따라오는 증상이 이니까
그렇게 치료 했는데
엉뚱한 치료로 송아지만 더 힘들게 했어요
설사약이 얼마나 효과가 좋은지 장속에 변이 전부 딱딱하게 굳었어요
변비가 된거지요
치료중에 그렇게 확신을 하고 변비쪽 약으로 치료를 했는데도(이미 늦은 상태)
전혀 듣질 않아서 장파열 일거라 믿었는데 역시 장파열 이었어요
원인제공으로 몇몇
의심가는 일들이 있긴한데 24시간 송아지를 지켜 본것이 아니고
우리가 집을 비워놓기도 잘 하니까
외부차량이 갑자기 들어오면 송아지들이 나와서 놀다 마구 뛰어요
그럴때 축사 파이프에 부딪히고 그러지요
외부차량이 몇 번 길좀 터 달라해서 그런적 있는데 그 차량들이 다녀가고
2~3일 후부터 아팠으니 의심이 가지만 길만 열어줬지 어떻게 했는지 못 봤거든요
그래서
축사에는 외부차량을 통제 하는데 또 질병을 옮겨 올수도 있고해서...
우리축사와 축사 사이로 지나가야 들어갈수 있는 집이 옆에 한채 있어
아주 곤란 하거든요 사람이야 다른길로 걸어서 다녀도 되지만 큰짐이
들어오고 나갈 때는 길을 내 줘야 하니까 문제인데...
밭에 송아지무덤 잘 만들어 줬어요
토요일엔
새벽6시부터 송아지 간호 하느라 가게도 못 나가고 계속 옆에서 간호를 했지요
내몸에서 소 냄내가 날 정도로 송아지방에서 함께 있었는데
저녁8시에 그 모질고 질긴 생명의 끈을 놓더라구요
얼마나 울었는지...
그동안 아픈송아지 때문에 겪었던 이런저런 일들
송아지가 괴로워서 내던 신음소리
괴로워하던 표정 몸짓...
이런것들이 나를 잠들지 못하게 자꾸자꾸 흔들어 깨워서
밤새 나도 괴로웠어요
우리의 오진으로 송아지를 그렇게 떠나 보내고 아직도 미안하고 괴롭습니다
염려 해주신 님들의 성원에 보람도 없이
멀리 떠나버린 송아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