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년말께
그러니깐 정확히 말하면 04년 12월29일 새벽 4~5시쯤
축사앞 황토방에서 자던 우리는 큰소의 이상한 소리에 남편이 얼른 밖으로 나갔지요
창호지 바른 문이라서 밖깥에서 들려오는 작은소리도 다 들립니다
나는 그냥 방에 있었고요
한참있다 들어온 남편 왈 "새끼낳어"
"송아지 방에 들어놓고 왔어요?"
"아니 닦아만 주고 그냥 놔둬서 시~발놈이 불알을 달고 나왔잖아 그래서 얼거나 말거나 놔 둬서"
"아니~ 이렇게 추운데 그래 불알 달고 나왔다고 그냥두면 어쩌라고?"
"에미가 좋길래 씨 받으려했더니 불알을 달고나와~~~ 저번에도 수놈 낳더니..."
"아니~그럼 자기도 불알 떼 버려라 뭣 하러 달고다니냐?"
그러다 잠시 다시잤고
해가 떠서 나가더니 조금있다 다시 들어와서 하는 말
"송아지가 코가 빨갛게 얼어서 송아지 방에 들여놨어"
그 말에 내가 농담반 진담반 몇마디 했고
남편은 소들 아침주고 나는 안채로 건너와서 우리아침 했고
아침먹고 좀 치우고 어쩌다 가게 나왔었고
저녁에 퇴근해 들어갔더니 또 하는 말
"송아지가 아직까지 젖을 안 먹었어 먹여도 못 먹어 그래서 짜서 쪼끔 먹였는데
괜찮을라나 모르겠네"
그 소리에 내가 또 한 소리 했지요
"아무리 그렇다고 송아지를 얼게 그렇게 내버려 두는 사람이 어디있어 자기도 불알 떼 버려
라~~~"
긴장으로 밤을 지내고 아침에 다시 젖을 먹였지만 송아지는 젖을 빨지 못했고
우리 둘은 수단방법 안 가리고 애를 쓰다 할수없이 우유병에 젖을 손으로 짜서 먹이고
송아지는 송아지 방에 넣어놓고..."
다행인 것은 에미는 참으로 순하고 새끼탐을 많이해서 젖 짜는데 힘들이지 않았고
오랜시간 송아지를 젖 밑에 갖다대도 에미가 젖을 먹이려는 듯이 잘 따라 하는데
문제는
송아지가 입을 안 열어요 우유병에 짜서 주면 잘 먹는데...
대게는 그렇게 젖맛을 들이면 자기가 알아서 젖을 찾아 먹는데
이 송아지는 젖을 빨 생각을 안해요
그러길 이틀을 했었고 그렇게 하는것도 춥기는하고 도저히 안 되겠길래
분유 사다 키우자고 합의보고 한번만 더 젖 먹이는 시도를 해 보자고 했어요
우리가 완전무장하고 칼바람 맞으며 축사에 나가려는데
아~니 저게뭐야 어떻게 된거야 송아지가 젖을 빨고있네
우리는 방문을 살며시 닫고 창을통해 내다 봤는데 분명히 그 송아지 맞아요
한 십분쯤 젖을 먹고는 어느새 송아지 방에 들어가 있어요
(송아지 방은 바닥에는 전기메트 깔려있구요 위에는 보온등 켜 있구요
바람이 안 통하는 재질로 돼 있어요)
아~~~니
입도 안 열던놈이 혼자 젖 먹고 방에도 혼자 들어가고...
이건 사건 이지요
이렇게 고마울때가...
우린 송아지 쪽으로 큰절을 했지요
우리의 시간을 무쟈게 절약해 주고 또 무엇보다 모유를 먹게 되어서 고맙지요
이제는
제맘대로 막 뛰어 다니고 훨씬 더 똑똑해 졌답니다
*송아지 방에 들어가 있는 녀석 넘 고마워서 그날 찍은 것 이지요
*에미는 송아지 못 믿어서 다른칸으로 얼굴을 내 밀고 송아지 보느라 애를 태우고요
착한 에미소 한테도 종종 고맙다고 내가 큰절을 합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