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아지 폐사율 0%에 도전 하겠다고 다부지게 맘 먹었는데 결국엔 내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어요 며칠전에 유산된 송아지야 그렇다 치고라도 한달이나 키운넘을 장례 치렀습니다.
하루의 외출에 대한 댓가치고는 엄청난 댓가이지요. 우리는 언제쯤 맘 편하게 부부의 외출이 가능할까? 겨우 하루 비웠다고 송아지가 죽고 돼지가 죽고... 넘 억울해서 할말도 잃었지요. 말할 기운도 없었지요. 이제 겨우 맘 비우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 왔어요.
축산하는 사람끼리의 모임에서는 야유회를 가더라도 축산에 지장없게 시간을 안배해서 다녀옵니다 그리고 평일에 다녀오지요. 그런데 축산과 관련없는 모임에서는 일요일날 새벽부터 떠나서 오밤중에 돌아옵니다 . 우리는 도저히 나갈수없는 시간이지만 겨우겨우 나갑니다.
지난 1일 (일욜날)도 새벽 6시30분에 모여서 늦어도 7시에 떠나자는 제안이었는데 난 8시쯤이나 8시30분쯤이 좋겠다고 했더니 같은 집행부가 펄쩍 뜁디다요 길 막혀서 못 간다고...
할수없이 회원들 의견에 따르기로 했지요. 우리가 집행부를 맡고있기에 회원들의 의견을 존중 하기로 했는데 밥을 해 오겠다던 회원이 펑크를 내는 바람에 내가 밥을 해 가기로 했는데 한번에 밥을 할 솥이없어 할수없이 가마솥에 밥을 했는데 글쎄 그날따라 밥이 잘 안 됐지뭡니까
마음은 급하고 밥물이 적은것 같아서 찔끔찔끔 물을 더 부었더니 질어졌는데 뜸을 푹 들일 시간도 없어 대충 퍼 갔는데도 이미 약속시간은 지났고 중간에 자꾸 전화는 들어오고...
울신랑은 그날 태풍과 비가 온다는 뉴-스에 고추에 비료를 주고(고추대궁 빳빳하게 되라고) 소들 아침챙겨 주느라 진땀을 뺐지요. 오죽하면 반바지에 구두를 신고 갔어요.
우리땜에 출발이 30분 지연되어서 미안해 죽을판인데 함께 일보는 집행부의 한사람이 계속 그 30분 갖고 투덜댑니다 "아침에 30분이면 낮에 1시간보다 더 소중한 시간인데..." 도착해서 평상 빌리러 가면서도 계속 투덜 댑니다. 그래도 아무대꾸도 못 했습니다. 생각보다는 사람이 많지않았고 비싼 임대료 때문인지 평상은 많이 비어있어 그 투덜대는 소리를 잠 재웠지요. 환갑이 다된 분들부터 사십대후반의 우리들은 나이도 잊은채 물속에서 재미나게 잘 놀았습니다.
우린 작은아들이 친구들이랑 집 보고 있었지요 한달에 한 두번 주말에만 집에 오는 놈을 먹을것 준비해 놓고 유인 했었지요. 점심때 아들로부터 전화가 왔어요. 송아지 한마리가 자꾸 따라다니면서 소리 지른다고, 얼마나 바빴던지 분유 먹이는 놈 분유도 못 먹이고 갔었거든요. 아들한테 분유타서 먹이라고 지시하고 축사 한바퀴 돌아보라고 했는데, 글쎄 빠트린게 있었지요. 돼지축사(토종 흑돼지 몇마리) 에 물 뿌려주고 먹을물 주라고 해야하는데 그 생각을 못했지요.
우리가 돌아왔을땐 이미 어미돼지 한마리가 숨을 거뒀었고.거기에 속이상한 남편이 소들의 관찰을 하지않고 들어갔는데 아침에 보니까 송아지 한마리도 숨을 거뒀어요. 한달 된 놈인데 한창 이것저것 주워먹을 시기라서 배탈이 좀 나긴 했어도 심하진 않았는데...
우리의 방심이 두 생명을 잃었습니다. 우리부부는 서로 아무말도 안하고 송아지 장례식을 치렀습니다 고추밭둑에 잘 묻었습니다. 오늘새벽에 고추 따면서 송아지 무덤을 보면서 송아지 얘길 남편이 먼저 꺼냈습니다. 속 상한거야 두말하면 잔소리지만 그래도 난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린 송아지 죽었는데도 이렇게 속이 상한데 뉴-스에 나오는 그 사람들은 어떨꼬, 어떻게 살아갈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