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비 라도 내리는 날이면
왠지
우리곁을 떠나버린 녀석들 얼굴이 더 떠 오릅니다
사람만 각각의 얼굴 모습이 있는게 아니랍니다
그냥 보면 다 비슷비슷 해 보이지만
소들도 구별할 수 있는 얼굴 생김이 있답니다
잘 크서 팔려나간 녀석들은 별로 기억에 남지 않는데
어떤 연유로든 먼길 떠난 녀석들은 우리가슴에 대못을 박고
떠납니다
이런일도 있었답니다
태어난지 두어달은 족히 된 녀석인데
그러면
위험한 고비는 거의 넘긴 마음을 놓아 될 만큼 큰 녀석이었는데
자꾸 축사 귀퉁이에 쪼그리고 앉아있는 것이 보였어요
자세히 관찰 했지만
감기나 호흡기도 아니구 그렇다고 설사를 하는 것도 아니고
기운없이 어슬렁 거리다 꼭 그 귀퉁이가서 앉아있었지요
한참을 그렇게 했어요
하는 수 없이 수의사 왕진 시켰는데
병명을 못 잡아 냈지요
며칠을 치료를 해도 차도가 없더니
그냥 힘 없이 숨을 거뒀습니다
바로 갖다 묻자고 하는 남편을 설득해서 부검을 하기로 했어요
부검이란 의문사 일때 하는것 이지요???
우리도 송아지의 죽음이 의문사 였어요
이유를 알아야 다음에 또 그런 일 없지요
의사도 못 찾는 병명을 우리가 찾는다는 건 무모한 짓 이지만...
궁금한건 알고 넘어가는게 그래도 낫지요
소의 위가 4개라는 것 쯤은 다들 알고 계실테고
(저는 학교에서 해부학을 배웠거든요)
그렇다고 독립적으로 따로따로 떨어져 있는 건 아니고요
칸만 4칸으로 나눠져 있습니다
제1위는 가장 크고 타올처럼 생겼고요
제2위는 1위보다 작고 벌집문향을 하고있어요
제3위는 보통 천엽 이라고들 하지요
얇고 까칠까칠한 천이 위 전체를 차곡차곡 감싸고 있지요
천개의 나뭇잎 같다고 천엽이라고 부릅니다
제4위는 사람의 위처럼 살로 돼 있습니다
4개의 위를 연결하는 곳은 좁은 구멍으로 돼 있습니다
1위에서 소화 시켜서 2위로 넘기고
2위에서 소화 시킨것은 3위로 넘기고
마지막 4위에 오면 거칠은 여물들도 곱게 가루로 돼 있지요
그리고 소장으로 연결 돼 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4위와 소장을 연결하는 통로가 뭔가로 막혀 있어요
탁구공 만한 동그란 뭉치가 막고 있으니
먹지도 못하고 소장으로 영양가가 넘어가지 않으니
시름시름 앓다가 죽을 수 박에 없었지요
우리가 진작에 알았더라면 수술을 하면 살릴수도 있었는데...
그 탁구공 만한게 뭔냐구요???
소털 같기도 했는데
우린의 결론은 비닐끈으로 확정 지었어요
요즘엔 볏짚을 손으로 묶지 않고 기계로 묶지요
그때 비닐끈을 사용 합니다
짚 주고나서 아무렇게나 방치한 결과 이지요
소들의 습성은 뭘 질근질근 씹기를 좋아합니다
그렇게 먹은 비닐끈이 소화되다 되다 다 못 되고
뭉쳐서 있었던 것이지요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 했던가요???
울신랑 그날 이후로 비닐끈 단속에 혈안이 돼 있습니다
그날
부검을 안해 봤더라면 또 그런 일이 생겼을 겁니다
그 녀석이 앉아있던 그 자리에서 오늘도 난 그녀석을 만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