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오늘 아침에 느닷없이 터트리는 당신의 울음에 당황스러워
나는 어쩔줄몰라 싱크대앞에 서서 행주만 만지작 거렸습니다.
이제는 당신에게 어떤 말을 해야 위로가 되는지 모르겠군요.
아니 그 어떤 말로도 당신의 처절한 심정을 달랠수가 없겠죠.
당신의 오열은 내 입술을 아프도록 깨무는데도
자꾸만, 자꾸만 꾸역꾸역 흐느낌이 입술밖으로
삐져나와 수도물을 틀어서 실없이 행주만 헹구었답니다.
당신이 뇌경색이 된지도 벌써 5개월이 지났네요.
말이 하고 싶어도 못하고 상대방이 하는 말도 다 알아듣지 못하니
얼마나 답답하겠습니까.
머리속에서는 맴도는데 입밖으로 말이 되어 나오지 않는다고, 왜 이러냐고,
어째서 이렇지, 왜 말이 안되지?,언쩨쯤이면 말을 할수 있나?
저에게 자꾸 물으면 무슨 대답을 해야할지 너무 난감해서 당신앞에서
사라지고 싶어요.
하루해가 지고 잠자리에 누우면 그대로 땅으로 꺼지고 싶어진답니다.
'오늘도 무사히 보냈구나'
내일의 해가 뜨지 않기를 비는 제 마음을 당신은 모르죠?
아침마다 눈을 뜨면 복잡한 심정이 됩니다.
'오늘은 당신이 슬럼프에 빠지지않도록 어떻게 시간을 보낼까. '
당신 스스로 이겨내어야 한다고
똑같은 말로 앵무새처럼 항상 말하지만 제가 들어도 왜그렇게
허황하게 들리는지 모르겠군요.
"조금만 있으면 좋아질거예요. 시간이 흐르면 말을 할수 있을 거예요"
"정말 그럴까?"
희망에 찬 얼굴이 되어 밝아지다가도 다음 날이면 또 낙담을 하는
당신앞에 그 말은 입안에서만 맴도는군요.
여보!
이 시련이 어쩌면 우리에게 새옹지마가 될수도 있을거예요.
그렇게도 끊기 힘든 담배도 끊고,술도 끊었으니 오히려 건강이 더 좋아져서
남은 생은 오래오래 행복한 시간으로 보낼수 있을겁니다.
그러니 우리앞에 처해진 현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입시다.
만약 당신이 말을 하고 다리,팔이 불편하면 아마 더 힘들거예요.
그나마 걸을 수 있는것만도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 병은 더 나빠지지만 않는다면 희망이 있다는군요.
당신과 내가 함께 이겨내야 하는 긴 시간과의 싸움입니다.
우리 포기하지말아요.
당신은 할수있어요. 어느날, 어느 순간에 갑자기 말문이 터질날이 올거예요.
우리 그 시간을 향하여 마음을 비우고 여유를 가집시다.
이제 울지마세요. 당신의 울음은 저를 한없이 맥빠지게 한답니다.
가슴이 너무 아파 한걸음도 나아갈수가 없어요.
먼 훗날 지금의 이 고통을 웃으면 이야기 할날이 있을겁니다.
그 날을 향하여 화이팅을 외쳐요.
여보~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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