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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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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BY 수련 2006-05-18

「녹내장이 의심이 되니 재 진료를 하시기 바랍니다」

지난달에 경남 창원에 있는 종합병원에서 4년 만에 종합진찰을 받았다.
지난 주 초에 우편으로 보내 온 결과에는
'빈혈증세가 있음',
'왼쪽 귀에 난청이 있음'
'경도비만, 5킬로그램을 감량'
'공복 측정 시 당뇨수치가 약간 높음'
'자궁에 작은 멍울이 있으니 6개월 후에 정기검진'

'저혈압'

'심혈관계통에 약간 문제가 있으니 정기검진바람'
"녹내장이 의심이 됨"--

이 부분에서 갑자기
눈이 휘둥그래졌다.

 

반세기를 살아왔으니 당연히 몸의 구조에 녹이 슬기

시작하겠다 싶지만 녹내장이라는 말은 내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녹내장?" 백내장이 아니고??
친구 엄마가 백내장수술을 해서 안과병동에 갔더니
안과 입원실에 복도에 할머니들이 한 쪽 눈에 동그란 안대를
하고 다니는 모습들이 외계인들처럼
보여서 당혹스러웠었다.

 

선천성 백내장도 있지만 대부분 나이가 들면서
노안으로 인하여 눈의 수정체가 혼탁해지면서
물체를 흐릿하게 보여지지만
실명하고는 무관하다고 했고, 백내장은 흔한 일이고(국민의 25%)
 수술만 하면 괜찮아져서
일상생활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녹내장'은 깊어지면 실명을 하는 무서운 질병이라는 것은
익히 들어 알고있었지만 내 눈이 녹내장으로 의심이 된다니...

 

녹내장이란 안압(눈 속의 압력)이 높아져 시신경이 파괴되어,
시야가 좁아지는 병으로

결국에는 실명을 초래할 수 있는 무서운 안과 질환이며
시신경은 일단 파괴되면 다시는 회복이 불가능하고,
상당히 많은 부분의 시신경이 파괴된 후에야 본인이 증상을 느끼게 된단다.
그러고 보니 자주 눈이 충혈 되었던 것 같다.


아들놈 혼인문제로 요근래 신경을 써서 그랬던지, 아니면
컴퓨터로(국회도서관) 책을 많이 읽어서 그런가 했다.
하지만 한 숨 푹 자고 나면 어느새 핏발이 없어지곤 해서 불편하다고는
느끼지는 못했는데 시신경이 파괴되고 난 후에 증상이 나타난다니...

 

정밀 검사를 받아보라는 결과 통보서를 받고서는 좌불안석이 되어
일이 손에 잡히질 않았다. 지난 주에 일산병원 안과에 전화로 예약을 했다.


지방병원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딸애가 고양에 사니
가는 김에 반찬도 만들어 주고 딸애도 볼 겸, 겸사겸사 병원에 가서 다시
검사를 할까하는데 바로 '내일'이다.

 

병원에 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것처럼 아침부터
괜히 집안 정리를 하고, 앞못보는 장님이 되어 돌아올까 봐
어디에 뭐가 있는지 재차 확인하려
장롱문을 열어보고, 씽크대, 앞 뒤 베란다를 정리,청소하고

남편 양복바지와
와이셔츠를 다려놓고..

불안한 마음을 일을 하면서 떨궈내려고 하는데
그래도 영 불안증이 가시질 않는다.


예수님, 부처님, 공자님,....
제발 별 일 아니기를 빌고 또 빕니다.
우리 영감은 저를 '망구(81세)'라고 부르는데 그 애칭대로만
건강하게 살게 해주세요. 너무 욕심이 과하다구요?
에이 그러지 마시고...저 아직 할 일이 많아요. 지금부터

내 지나온 발자국을
더듬어 글로 만들려고 하는데 실명이 되면 말짱 도루묵이 된답니다.
컴을 배운지 3년이 넘어도 아직도 고개를 처박고 더듬더듬 자판을 두드리는데
눈까지 안보이면 어찌하라굽쇼. 오타 투성이라 아마 외계인 글이 되어 아무도
알아보지 못 할겁니다.
남한테 크게 해코지하지도 않았거든요.
미천한 제가 살아온 날보다 앞으로 남은 삶이 훨씬 더 짧은데
남은 생을 그저 무탈하게 해 주시고
크게 아프지만 말고 본래 흙으로 돌아가게 해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