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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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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함 가는 날.


BY 수련 2006-05-12

내일 아침 8시에 함이 출발합니다.
어제 주단집에서 함을 쌌어요.
함 안에 넣을 패물, 신부한복, 예장지등을
넣고 주단집 아줌마가 함을 싸는데 정말 잘 싸더군요.

싸기전에 친구들 와서 먼저 보게 했죠.
남의 며느리 패물을 만져보고 끼워보려는데
못하게 말리느라고 혼났어요.ㅎㅎㅎ

한복을 청 홍,비단실에 묶고, 패물함도 한지에
살짝 감고 핸드백도 살짝 묶고..

함이나 예단에 보내는 물건에는 매듭을 짓는데 아니래요.
잘 안풀리면 안되다나. 손만 대면 스르륵 풀리게 슬쩍 매더군요.
며느리에게 주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함안에
넣는다고 해서
몇 가지를 샀는데 들어가지 않아서 따로 포장을 했답니다.
친구가 퀼트로 만든 가방을 가져오고
또 다른 친구는 레이스가 달린 양말을 세컬레 오만원줬다네요.
"억수로 비싼거대이. 너거 며누리 주라이"

예쁜 머리핀, 치마를 잘 입는것 같아서 치마가리개를 사고
시장갈때 들고 다니라고 손지갑을 샀는데 그안에
만원,오천춴,천원권을 도르륵 말아 청홍끈으로 살짝 묶어 넣었는데
아마 열어보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ㅎㅎㅎ

함 속에는 아로마 향 봉지를 하나 넣었어요. 함을 열면
은은한 향기가 나라고..(순수 내 생각임)

어느 도공의 작품인 백자 다기를 선물받아 아껴두었는데

꺼내어 닦아서 다포를 하나 사서 위에 덮어 보낼거예요.


조금있다가 시장가서 과일을 주문하고 떡도, 고기도 주문하러 나가려구요.

참, 꽃 바구니도 만들거예요. 여자 집에 그냥 들어가면 안되잖아요.ㅎㅎㅎ
어제 밤늦게 오곡 주머니에 다섯가지 곡식을 일일이 골라 담았어요.
찹쌀, 참깨,팥,흰콩,고추(고모가 고추를 주면 아들낳는다는 속설에
큰시누이가 고추를 주시더군요)

요즘은 양주를 보낸다네요.
아끼던 발렌타인21년산을 수 놓인 보에 넣고.
신부 옴마아부지 주라고 통영누비이불 하나와 낮잠베게 두개를
쌌어요.
소소하게 돈이 많이 들었지만 재미는 있더군요.ㅎㅎㅎ
내 평생 한번 밖에 못해 볼 일인데..
그것도 그렇지만 기실 말못할 다른 속셈이 있었답니다.

저쪽집에서 이불을 보내왔는데 뭘 물어보려고 이불집 전번을 보고
전화를 했더니 신부집에서 신랑집이 엄청 격식을 갖추는 집이라고
어찌나 정성드레 포장을 하느라고 혼났다고 하더군요.

아니 우리집이 무슨 격식을 따져?
아,, 명색이 남편이 ***이니 예의가 엄청 바르고 격식을 갖추는줄
아나봐요. 그러니 더더욱 그냥 편하게 아무렇게나
못해보내겠네요.
굳이 그런건 아니라도 함은 전통으로 싸고 싶었던 터인데
하다보니 복잡하게 되었어요.
내일 함만 보내면 혼인날까지는 한가할 것같아서
후련한 마음입니다.

원래는 함이 결혼 일주일전이나 하루전에 가는거지만
예장지를 쓰려 갔더니 날을 받아주더군요.
결혼식 날은 받아서 하느냐고 해서 아니라고, 그냥 그날 예식장이
비어서 정했다고, 서울에는 날 받아 예식장을 정 할수가 없다고 했더니
그러면 함가는 날이라도 좋은 날 받아서 가라고 하더군요.

일요일이라고 신부집에서 교회가서 곤란하다는 투로 말을 하길래
"그롬 함 받지 마세욤"
"아,아니요. 그냥 받을게요. 대신 밤늦에 오세요"
"안되죠. 아들 사촌형이 거제에서 싣고 갈건데 다시 돌아오려면
낮에 가야하는데요."
"???!!! ㅜㅜㅜㅜㅜ"
너무 그러면 안되겠다 싶어서 시간을 조금 늦추었어요.
"4시에서 5시 사이에 가도록 할게요. 이제 됐죠?"
"아, 예, 예 그럼 되죠 뭐"

ㅎㅎㅎㅎ 이 못된 시어미의 심술을 어찌 할꼬나..
걱정스럽습니다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