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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풍경2


BY 수련 2006-05-11

아들이 결혼식 일주일전에  전화를 했다.
"어머니, 미장원은 신부화장 하는 곳에서 하세요. 친정어머니와 시어머니, 시누이까지
무료로 해준다는데요.  강남 코엑스 근처예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안되겠다.
아침 일찍 일어나 미장원을 가면 다시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는데 남편과 언니는 어쩌고?
같이 간다면 어디서 몇 시간을 기다리나. 미장원에서? 무리다.
더군다나 안사돈과 거울 속에서 눈 맞추기가 싫다.


아들에게는 딸이 사는  화정에서 하겠다고 했더니 영 미덥찮은지 말끝을 흐렸다.
딸애도 오빠 덕에 강남에서 머리한번 해보려고 했더니 옴마 때문에 글렀다고
앙탈이다.
"야 원판이 이쁘면 아무데서나 머리해도 괜찮지 뭘 그러니?"
"그래도 새언니 엄마보다 울 옴마가 더 예뻐보여야하는데.."
"마 됐다. 강남미장원에서 하면 추녀가 미인되냐?"

결혼식 전날 딸애 집 근처 미장원을 몇 군데 둘러보았다.

한 곳에서는 올림머리를 하려면 가발을 사오라고 하고 한 곳에서는 화장을 못해준다고 했다. 난감하기 그지없다. 나는 화장을 잘 못한다.

아들 결혼식에 좀 예뻐 보여야 아들체면도 설 것인데...
목욕탕에 가서  한증탕에 들어갔다.

여러 아줌마들에게 어느 미장원이 잘 하느냐고 물었더니 한 군데를
알려주었다.

 

목욕을 마치고 미장원에 가서 다음 날 머리를 했으면 한다고 했더니
8일 아침 9시에 두 사람, 10시에 두 사람이 이미 예약이 되어 있어 곤란하다고 했다.
내가 신랑 옴마 되는데 꼭 좀 해주면 안 되는냐고 했더니 아가씨가

원장에게 전화를 하더니 내일 아침 8시30분에 나오라고 했다.

이렇게 고마울 데가.. 내 돈주고 해도 못해주겠다면 그만인데 신랑 옴마라고 했더니 문도 여는 시간이 아닌데도 일찍 나온다는 원장이 너무 고마웠다.

 

결혼식 당일 날 아침. 서둘러 아침을 먹고 언니 머리를 드라이를 해주고 남편 옷도 다 챙겨놓고 딸과 미장원엘 갔다..


"우리 옴마 진짜 야당이네. 한복도 시골에서 하겠다, 머리도 강남에서 공짜로 해준다는데도
굳이 후진 동네에서 하겠다.. 좌우지간에 못 말리는 옴마여"
"야, 너 자꾸 그러면 이 좋은 날에 한대 맞는다. 나중에 안사돈이랑 누가 더 이뿐지 함 볼래?"
입을 삐쭉거리는 딸애를 때리는 시늉을 하면서 미장원에 갔더니 벌써 원장이 나와있었다.

"저기요. 화장은 자연스럽게 해주세요. 진하게 안 해봐서... 머리는 가발이 없어도 올림머리가 되나요?"
싱긋이 웃으며 걱정 마란다. 1시간 30분이 지나고 나는 완전 변신을 했다.
딸애도 바이얼린 축주를 하기 위해 반 올림머리를 하고 화장도 원장이
손을 좀 봐주니 저 애가 내 딸이 맞나싶게 예쁘다. 시집보내도 되겠다. 하하하
"우와 우리옴마 이뿌다. 캡이다~"
내가 봐도 진짜 화장을 자연스럽게 잘했다. 내가 아닌 것 같다.

 

집에 가서 한복까지 곁들어 입으니 내가 오늘 시집가는 새색시 같은 기분이 든다. 하하하
"아이고마 아들 장가가는데 당신이 더 요란을 떠노. 그래도 화장한께 쪼매 이뿌긴 하네."
"흥~ 나도 꾸미면 예쁘다고라. 왜 이러셔~"
"또 올라간다. 착각 말거래이 . 그래봤자 시엄니 밖에 안된께. 퍼뜩 나가자 늦을라"

올림픽 대로에 피어있는 개나리가 황사에 가려서 제 빛을 발하지는 못해도 봄을 한층 더 느끼게 해주었다. 차안에서 내다보는 내 마음은 활짝 핀 개나리가 된다.

 

코엑스에 도착.
일층 그랜드볼륨 로비에 들어서니 화환이 줄지어 서있다. 우리 쪽 말고 신부 쪽에..
저 쪽에서 안사돈이 웃으면 다가온다. 자주색치마와 주황색 저고리를 입었는데 조금 어두운 느낌이 들었지만 그래도 화사해서 잘 어울린다.
"호호호 오셨어요? 우리도 조금 전에 왔어요. 아직 이른 시각이니 식장 안에도 한번 둘러보시죠"
"아, 예 예..."
살며시 문을 열어 안을 들여다보았다.


옴마야~ 무슨 홀이 그렇게 넓은지...식장 안에는 온통 붉은 색 장미로 장식을 하고, 벽에는 대형스크린을 세 개나 걸려있다. 주례가 서는 곳에는 꽃으로 둘러 싸여 있어 무대 같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