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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풍경4


BY 수련 2006-05-11

"다음은 신부아버지가 딸의 결혼을 축하하는 마음을 노래로 하겠습니다"

 

아니 이게 무슨 소리여? 결혼식장에서 신부아부지가 노래를 하는 건 처음 보네.
외국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지만.. 남편과 황당하게 마주보다가 무대를 보니 망설임 없이
바깥사돈이 당당하게 걸어나온다.

 

피아노 반주가 시작되고 ♬ 마이웨이~ 를 영어로 불렀다.
우와~ 정말 기차게 잘 부른다. 전직이 가수가 아닌지 의심스러워진다.


일 절이 끝나고 내려오는가 했더니 다시 이 절까지 다~~ 부른다.

박수소리가 엄청 크다. 사위와 장인의 무대 같다. 오늘의 신부를 위하여 신랑과 신부 아부지가 노래를 바치니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신부가 아닌가 싶다.
바깥사돈이 못 부르면 남편도 나가서 부르라고 하겠건만 가수 뺨치는 열창에 아무래도 남편은 안되겠다. 오늘 시골사돈 완전 기죽었다.

 

"저 신랑 아버님께서도 하실 의향이 없으신지요"
사회자의 예쁜 목소리가 원망스러울 정도로 불편하다. 남편을 집적거렸더니 손을 휘휘 젓는다. 속으로 '아유 다행이다'싶다. 혹시라도 오기로 영감이 나가서 부르겠다고 하면 어쩌나하고 걱정이 되었는데... 사실 남편의 레파토리를 너무나 잘 알기에 덜컥 일어나 나갈까봐 잠깐 오금이 저렸다.


"♬ 울어라 열풍아. 봉선화 연정. 짠짜라. 서귀포칠십리.외나무다리.."
클래식과는 거리가 먼 뽕짝스타일이다.

나중에 자리를 돌면서 하객들에게 인사를 할 때 동기생들이 모두 한 마디씩 했다.
"어이.@@아 너도 한 곡 멋지게 뽑지 그랬니?"
"맞아, ♬십오야 밝은 둥근 달이~둥실둥실 떠가고..너 십팔번 있잖아."
"아냐 쟤는 ♪낙동강~ 강바람에~치마폭을 적시며... 기똥차게 잘 부르는데."

남편의 대답
"어허, 이 사람들이..여기서는 안되고 그런 노래는 노래방에서만 어울리는기여. 으흠!"
하하하하하하 한바탕 웃음소동이 일어났다.

 

"신랑신부 퇴장"
다시 학군단들이 일렬로 서서 칼을 들고 터널을 만들고, 한 걸음 나갈 때마다 칼을 내려 막고서는 요구사항을 아들에게 한다.
"선배님! 신부에게 열 셀 동안 키스를 하십시오"
또 다음 한 걸음 나서면
"선배님! 신부에게 평생 한 눈 팔지 않고 신부만 사랑하겠노라고 맹세하십시오"
다시 또 한 걸음..
"선배님! 팔굽혀펴기를 제가 그만 할 때까지 하십시오"
아니 저놈들이 남의 아들 힘 뺄 일이 있나. 오늘 신혼여행 갈 건데..
하나, 둘, 셋, 넷....서른 아홉.. 그만.
아이구 내 손에 진땀이 다 난다. 이제 그냥 보내주겠지 하는데 웬걸 마지막 관문에 가서는..
"선배님! 신부를 안고 한 바퀴 도십시오"

어머머 안돼. 며느리 재는 암만 봐도 속살이 통통하던데 우리아들 허리 부러지겠다.


내가 안절부절 하니 사회자가 한마디한다.
"신랑어머님께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십니다. 좀 봐주세요. 호호호"

그런데 우리 아들이 며느리를 덥석 안고 늠름하게 한 바퀴를 돌고 내려놓는다.
아휴~ 살았다. 저놈의 자슥들 못쓰겠네. 후배가 선배를 갖고 노네 놀아.

 

다행히 어려운(?) 관문을 통과하고 무사히 퇴장했다. 그때부터 어디서 왔는지 한꺼번에 아가씨들이 한꺼번에 우르르 나오더니 식사를 테이블마다 나르기 시작했다.

 

가족 사진촬영이 끝나고 신랑신부 우인대표들 사진을 찍는데 딸 친구들보고 연주한다고 수고했으니 신랑친구들 중에서 한 명 고르면 오빠더러 다리를 놓게 해준다고 했더니
아무도 마음에 안 들고 "오빠"가 제일 멋있단다. 하하하 그건 안되고..임자가 있잖아..

 

조금 있으니 2부가 시작된다는 사회자의 말.
또 무슨 2부?? 도대체 결혼식이 언제 끝나는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