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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문화


BY 수련 2006-01-27


 매주 금요일 밤에 한 방송국에서 정책 토론이라는 프로그램을 즐겨본다. 자정을 넘겨 1시까지 이어지는 격론은 잠을 잊고 텔레비전으로 빠져들게 한다. 어제는 시위문화를 어떻게 고칠 것이며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 청군 백군으로 갈라 단상토론을 벌이는 시간이었다. 지난해 11월에 사망한 농민의 의제가 대두되면서 공방은 열띤 논쟁으로 이끌어갔다.
시위를 주도하는 농민이 먼저 폭력을 휘둘렀느냐. 아니면 전경의 과잉진압이 먼저냐.
결국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 시비가 붙었고, 사회자가 중간중간 말을 끊음으로써 진정시키기도 했다.


학생이 수업시간에 떠들다가 선생님께 들켰다. 선생님은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두 학생에게 벌칙을 가했다. 서로 마주보고 상대편의 뺨을 열 번을 때리기였다.
처음에는 뺨이 간지러울 정도로 살살 때리다가 어느 순간 한 학생의 손에 힘이 조금만 가해져서 상대편 아이가 아프다고 느낄 때 손에는 감정이 실리기 시작한다. 그때부터 한 아이가 세게 때리고 , 또 상대방 아이가 세게.. 열대 째에는 두 아이의 눈에는 분노의 불꽃이 튀면서 욱한 심정으로 변하여 손바닥에 온몸의 힘이 실리게 된다. 결국 두 아이는 격한 감정의 대립으로 씩씩거리게 되는 것이다. 가장 잔인한 체벌이다.


시위대와 전경들도 마찬가지 양상이 아닐까. 처음에는 평화시위를 하기로 했지만 시위대의 손에 쥔 긴 죽창과 쇠파이프, 화염병을 보면서 젊은 전경들은 불안했을 것이다. 저 도구들이 언제 무서운 무기로 돌변하여 자기들에게 날아올지 모른다는 두려움.. 아들, 손주 같은 젊은 전경들의 기세에 어른의 자존심을 꺾이지 않으려고 막아선 방패와 헬멧의 틈새로 번뜩이는 눈을 노려본다.
초반에는 밀고 당기고 하다가 점점 힘이 가해지면 결국 죽창과 쇠파이프, 방패가 부딪혀 소리가 나게되고 점차 이성을 잃고 자기보호 본능으로 돌아가 상대를 향해 공격과 방어를 하게된다. 인터넷을 다룬 젊은이들은 게임의 다양한 문화를 접하였다. 폭력적인 게임에 몰두하다보면 어느새 폭력에 무감각해지고 자신도 모르게 폭력성이 잠재되어 있게된다. 몇 년 전에는 인터넷게임을 하다가 현실과 구분을 못하고 동생을 도끼로 찍어 죽인 끔찍한 사건도 있었다. 최근에는 하루종일 인터넷 게임에 빠진 아들에게 컴퓨터를 그만 하라고 하는 어머니를 폭언과 폭력을 휘두르는 패륜아를 보면서 이 시대의 도덕성이 무너짐을 안타까워 했다. 전.의경들도 인터넷세대이다. 대다수의 젊은 이들이 폭력적인 게임을 즐긴다. 작년에 전방에 있었던 김일병 사건은 온 나라의 부모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였다. 너무 평범한 아이가 선임들의 언어 폭력에 그런 무서운 일을 저지르는 세상이다. 점차 군대에도 선임들의 폭력이 사라지고 신세대군인들이 아무 탈 없이 군 생활을 마치고 제대할  수 있도록 힘을 쓰고 있다.

 

머리가 커지는 아들에게 손찌검을 함부로 하지 못한다

가족계획으로 아이들도 많아야 셋이고 보통 두 명인데 그 자식들이 얼마나 귀한가.

군사정권이 물러가고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점차 시위는 확산되어 참여정부인 노무현시대에는 툭하면 시위대가 길거리를 점거한다. 작년에 대략 10000건의 시위가 있었다고 한다. 각양 각색의 시의에는 나름대로 이유와 명분이 있을 것이다. 그 명분을 표출해 내는 방법으로 시위를 하면서 폭력을 수반하게 된다면 이는 단연코 법치국가에서는 범죄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 지난번 홍콩에까지 가서 농민들이 시위를 하면서 구속되는 불상사가 생겨 세계에 "국제적인 시위 국민"이 되고 말았다. 소규모 시위라도 하게 되면 어김없이 전경들을 태운 차가 출동한다.

 

규모에 따라 몇 개 중대가 진압으로 나서는 1개 중대원이 90명인데 세대의 버스가 움직인다. 대규모시위가 벌어지면 4, 5개중대가 출동하면서 길가에는 경찰버스까지 혼잡함을 더해 서울도심 휴일은 그야말로 살벌하다. 이제는 시위하는 광경이 낯설지도 않고 그저 '또 시위 하나보다' 하고 무심하게 지나치게 된다. 지난번에는 전경의 어머니들이 시위를 벌였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귀하고 귀한 아들이 시위대가 휘두른 죽창에 찔리고 쇠파이프에 맞아 피가 흘러도 어느 누구에게 호소할 길도 없어 가슴이 아픈데 거기다가 전.의경들의 실명제가 불거지면서 왜 우리 아이들이 죄인처럼 명찰을 달아야하니 기가 막힐 일이니 너무 억울할 수 밖에. 그렇다면 시위대들도 같이 명찰을 달면 될 것이 아닌가. 그 말도 맞는 말이다.시위농민대표의 주장은 전경을 해체하여 군대로 보내고 직업경찰을 더 뽑아 몇 명만이 시위대를 관리하게 하자고 하고, 이 쪽은 계속 평화시위를 하면 굳이 전경을 뽑을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시원하지 못한 결론으로 끝이 났다.

 

정부에서 근간에 '평화시위 민관위원회'를 발족했다. 시위로 인하여 얼마나 많은 불상사가 생겼으면 이런 기구까지 또 만들어졌겠는가. 이래저래 이득도 없는 소모적인 곳에 불필요한 인력과 경제적인 낭비는 국가적으로 큰 손해다. 현행법에는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이 있다. 폭력시위를 할 때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고, 평화시위를 방해하는 자에게도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이 있지만 제대로만 이 법을 지킨다면 시위 때마다 일어나는 불상사는 생기지 않을 것이다. 폭력시위 뒤에는 반드시 방어적 과잉진입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엊그제 농민단체 대표들이 부상당한 전.의경들이 입원해 있는 경찰병원을 찾았다.

 

작년  2005년 한 해에 부상당한 전.의경들의 숫자가 893명이고 아직도 반신불수로 병원신세를 지는 경찰관도 있다고 하니 이 무슨 비극인가. 병원을 찾은 농민대표들은 전.의경들의 손을 잡고 미안하다고 하면서 살자고 하는 짓이니 이해해 달라고 했다. "우리도 부모님들 같은 분들께 방패를 휘두르기 싫어요. 술 드시고 데모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다른 이념 때문에 같은 민족끼리 적이 되어 눈을 부라리며 총칼을 들고 대치하는 비극의 아픔을 겪고있는 우리나라에서 남 북간 이념의 대립이 아니라, 자신들의 권리주장을 내세우며 폭력을 휘두르고 그에 맞대응하면서 부모, 자식간에 원수대하 듯 하는 이런 시위는 이 땅에서 사라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