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나절의 헤프닝은 한 편의 코미디였다.
휴대폰이 있어도 다양한 기능을 사용하지는 못하고
전화걸기, 받기, 문자보내기, ....
그 외는 아예 사용을 하지 않는다.
메뉴를 보니 정말 여러가지 기능이 내포되어있는데
할 줄을 몰라서도, 아니 하기 싫어서도 기본적인 사용법만으로도
만족했다.
지 난주에 은행에 들렀는데 입구의 휴대폰 가판대의 아줌마가
자꾸만 내 팔을 끌었다.
전화기가 있다고 하여도 새로나온 기종을 보여주며
바꾸라고 코먹은 소리를 했다.
"제 전화기도 바꾼지 얼마되지도 않았고 다양한 기능이 있어요."
"그럼 사용을 하지 그러세요?"
"그냥 귀찮으니까 그러죠..."
지레 주눅이 들어 말끝을 흐리는데 옆에 선 총각이
하고싶은 기능이 있으면 가르쳐 주겠단다.
"전화할때 숫자소리가나는데 그 소리 좀 없애줄래요?"
번호를 누를때마다 '010 3780**** 따라하니 옆사람 보기도 민망하고
번호누출도 되는것 같고, 노인네 전화기 표내는것 같아서 영 싫었다.
"하하하 그건 간단합니다. 자 .."
이리저리 꾹꾹 눌러대니 진짜 숫자누르는 소리가 들리지않고
청명한 물방울소리가 났다.
"또 이런 기능이 있는데 해드릴까요?"
"뭔데요?"
"비상연락망인데 설정해 놓으면 만약 무슨 사고가 났을 때
세명의 가족에게 연락이 갑니다"
"어머머 그래요. 맞어 요즘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데..해주세요."
남편,아들, 딸 번호를 차례로 입력을 시켰다.
딸아이에게 전화로 자랑을 했다.
"애. 너도 우리 가족 세명의 번호로 비상연락망을 만들어 놓아라"
"엄마 잘못 전화를 서너번누르면 얼마나 귀찮게 연락이 되는데요.
괜히 번거롭게 하시지말고 그냥 지우세요"
"애는~ 요즘 얼마나 위험한 세상이니. 그러지말고 너도 해라"
"전 됐어요"
문디 가시나! 내말은 지독히도 안듣는다.
그리고는 큰 사건(?)이 일어나지 않아 별일없이 지났다.
어제 저녁무렵에 시장에 들렀다가 전자상회에 청소기를 보러 나갔다.
상담원을 기다리면서 실없이 핸드폰을 열었다 닫았다 하는데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밖으로 나와서 받으니 다급한 목소리였다.
"당신 무슨일이야? 거기 오데고? ..." 전화기를 다른 손으로 바꾸는 바람에
떨러뜨렸다. 전화가 끊겼다.
내가 남편의 번호 -일번-을 눌렀다. 통화중이란다.
남편이 다시 나에게 하고 나는 남편에게 하고...
수분후에 겨우 통화가 이루어졌는데 이번에는 숨넘어가는 소리를 한다.
"봐라 봐라 거기 오데고? 오데 다쳤나? 뭐 국민은행 앞이라꼬? 꼼짝말고
서있거라이 내가 지금 당장 갈테니. 알았재. "
"뭔 일인데요? 무슨 일났어요?"
"아무일은 안당했나? 당신 괜찮아?"
도대체 무슨말을 하는지 정신을 못차리게 다급한 목소리로
나의 안전을 확인하고 또 확인하고는 전화를 끊는다.
그냥 슬슬 걸어 가면 되는데 뭐하러 올라카노. 시계를 보니 퇴근시간 10분전이다.
괜히 일찍 퇴근하려고 직원들보기 미안하니까 일부러 마누라에게 전화를 했나?
이상타~
옆에서 구수한 냄새가 나서 돌아보니 붕어빵을 막 뒤집어 꺼내고 있었다.
꼬르륵~ 뱃속에서 어서 먹자고 야단이다.
천원을 주고 4개를 샀다. 후 후 불면서 한 입 베었다. 둘이 먹다가
하나 죽어도 모르겠다. 너무 맛나다.
저~기서 까만 소나타가 비상깜빡이를 켜고 두리번거리면서 내 앞으로 미끄러져온다.
남편이 사색이 된 얼굴로 나를 흝어보다가 붕어빵을 먹는 모습에
그만 화를 버럭 낸다.
"이기 무슨짓이고? 뭣때문에 비상벨을 울리고 야단이고. 이사람이 정신이
우찌 된거 아이가? 앙?"
"무슨소리를 하는지...."
따르릉~ 그때 딸아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울 옴마 무슨일이래요? 엄마 장난쳤죠? .아무일 아니라구요?
그럴 줄 알았지. 그러게 내가 비상설정을 하지말랬잖아요.히히히"
그제사 감이 왔다. 나도 모르게 전화기를 열고 닫기를 반복하니
저절로 비상설정으로 바뀌어 남편,아들,딸에게 같이
삐삐삐..웽~~~```하고는 사이렌이 울리더란다.
남편은 회의하다말고 깜짝놀랐고, 어리둥절하고 있는데
엄마에게 무슨일이 있는가보다고 어서 가보라고 분당에 사는
아들의 전화를 받고는
부리나케 내 위치를 알아보고 달려왔단다.
딸아이는 수업중이라 그냥 있기도했지만 엄마가 실수했다는 예감이
들더라나. 그래서 느긋하게 쉬는 시간에 장난스레 확인 전화를 했고.
진짜 비상연락망이 잘 되는가보다. 남편에게 천연덕스럽게 전화기 성능좋다고
하면서 붕어빵 하나를 권하니 휘리릭~ 붕어 한 마리가 하늘로 날아갔다.
아까워...차문이 부서져라 문을 쾅 닫는다.
어머나! 여기까지 왔으면 마누라도 태워가야지..
차 시동거는 소리에 슬그머니 옆자리에 앉아 입을 다물었다.
상황이 안좋다. 이럴때는 백치로 변해야지.
"당장 그거 없애. 한번만 더 그랬다간 봐. 언 놈이 끌고가도 난 몰라"
"다 늙은 할망구를 누가 데려갈까봐. 손꾸락이 아파 마늘도 못까는데..
그릇 씻으라고 데려가봐야 그릇만 깨서 아마 도로 쫒겨나올걸.."
"뭐? 그래도 입은 살아가지고..."
에구머니 !도끼눈으로 째려보는데 아이고 무서워라.
더 이상 찍 소리도 못 내고 두 개 남은 붕어빵만 만지작거렸다.
붕어는 봉지안에서 차갑게 식어가고 있었다.
'붕어빵은 뜨끈할 때 먹어야하는데....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