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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파를 타고.


BY 수련 2005-07-26

mbc 여성시대 방송

 


 휴가시즌에는 우리집은 휴업합니다.

 

지난 2월에 남편이 거제로 발령을 받게되어 이사를 왔답니다.
경남 거제시-일명 거제도 ~ 아시죠?
천혜의 자연경관이 뛰어난 해금강을 비롯하여
우리나라 유일하게 섬 전체가 사시사철 온갖 꽃으로 뒤덮혀 방문객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는 외도.
그리고, 민족의 비극상 6.25전쟁의 산 증거물인 포로수용소를 비롯하여
빙둘러 사방팔방이 바다라 여름의 피서지로서는
그저그만이랍니다.

외부인들에게 좋은 절경만 제공하는곳이 아니라 내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알갱이가 꼭꼭 채워져있는 부우~자,도시랍니다.
우리나라 조선업계를 대표하는 대우조선과 삼성조선이
위치해 있어 그 산업인구의 소득이 거제시의 경제에
큰 영향을 미쳐 IMF때도 유일하게 거제 만큼은 불경기를
타지 않았다는거 아닙니까. 그런고로 우리나라 자치단체 시,군중에
국민소득지수가 제일 높고 실업자가 없는 활기찬 곳이기도 합니다.

이러저런 여러가지 요건으로 거제가 얼마나 살기좋은 곳인지
아시겠죠? 이사온지 6개월 밖에 안되었지만 정말 복 받은 곳이예요.
요즘같은 살인더위에 근처  바닷가에서 발만 담궈도
온 몸 전체가 시원해 져 온답니다. 물이 차가워서 더위가 놀라서
도망가지요.
아이들이 어릴때  인근 도시에 살던 우리 가족들도
거제학동해수욕장으로, 구조라, 와현,..등 여러 해수욕장을 많이 다녀갔지만
직접 와서 살아보니 진짜로 좋은 곳이예요.


이렇게 좋은 휴가피서지에서 왜 제가 <휴업>을 했냐구요?
연일 열대야에 밤잠을 설치고 아침부터 가스렌지앞에서
땀을 줄줄 흘리면서 아침상을 차리고,남편을 출근시키고
걸레 들고 기어다니면서 이방 저방 닦으면 그야말로
물에 빠진 새앙쥐가 되는 더운 날이 계속되는데.

어제 조카네가 이 거제로 휴가를 온다고 전화가 왔더라구요.
"숙모, 언니네랑 같이 휴가를 가려는데 방을 좀 잡아줘요. 녜? 벌써 예약이
다 끝났다구요? 어머머 어쩌나. "
"할수있니 우리집에 자면 되니까 염려말고 와"

아, 그래도 명색이 숙모인데 거절을 못하겠더라구요.
더구나 시댁쪽으로는 고추 내놓은 시동생이라도 만만치가 않죠.
그러니 시댁조카들이 온다는데 며칠 게으름 피운 집을 청소를 해야 겠기에.

어제는 제가 중상을 입을 뻔했다는거 아닙니까.
뭔 말씀이냐구요?

길다란 괘종시계가 화장실옆에 걸려있는데 발밑에 걸레를 깔고,
한 손에는 부채를 부치며 한 손에는 읽다만 책을 들고
위를 보지도 않고 어기적 어기적 걸레를 밀고 다니다가
그만 그 괘종시계의 날카로운 모서리에 머리를 콱 찍혔는데
눈에 불이 번쩍 나더군요. 그대로 주저앉아 머리를 감싸쥐고
눈물을 찔끔거리는데 마루바닥으로 피가 뚝뚝 흐르데요.

어찌나 놀랐던지, 휴.. 휴지를 풀어서 머리에 꾹 눌렀죠 .
지혈을 시켜야하니까요.

거울을 보니 이마에까지 피가 흘렀더군요.
병원에 가면 맹구처럼 머리를 동그랗게 잘라내고 치료를 할거라
생각하니 안되겠더군요. 좀 더 기다려보고 지혈이 되면
연고를 바르지뭐 싶어 두 손으로 휴지를 바꿔가면 머리를 꾹 눌렀죠.
그러면서도 계속 걸레를 발밑에 밀고 다녔으니 한번 상상을
해보세요. 그 꼬락서니가 얼마나 우스운지요.ㅎㅎㅎ

저녁에 퇴근한 남편이 휴지가 덕지덕지 묻은
쑤시개 된 내 머리를 보더니 눈이 동그래 지더군요.
"이기 무슨일이고.엉! 어데 박치기를 했나?"
"그게 아이고....."
내 이야기를 듣더니 당장 시계를 떼다가 문간방에
처 박아놓고 조카에게 전화를 하더군요.
"야야 봐라. 너거들 이쪽으로 휴가 오지말거래이
다른대로 가거라. 너거 숙모 직이겄다"

약국에서 소독약,빨간약을 사다가 바르고,또 연고를 바르고...
통증이 가라앉고 좀 낫데요. 오늘도 아침부터 날씨가 푹푹찝니다.

그래요. 더운 여름에는 서로에게 피해를 주지말아야 하겠더군요.
내 한 몸도 건사하기 힘든 더운 날에 손님이라도 들이닥치면
그야말로 지옥이 따로 없죠.
이사왔을 때 이웃분이 그러더군요.거제에 살면 여름에 아마 고생 좀 할꺼라고.
그래서 자기네들도 이제는 노하우가 있다면서 살짝 귀띔을 해주더군요.

일가친척이 휴가내려 온다하면
"옴마야 우짜꼬, 우리도 그 때 휴가라서 외국으로 갈낀데.."

내일 당장 온다고 연락이 오면
"옴마야 우짜꼬, 내일부터 한 삼일 물이 안 나온다고 방송하던데
그래서 우리도 친정에 며칠 가있을라꼬 안하나"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처음에 그 소리듣고 그래도 인심이 그러면 안되지 싶더라구요.
이사 오자마자 지인들에게 전화를 해서는 아름다운 거제로
놀러오라고 방송을 했거든요.
그런데,요즘 제가 그 수법을 써먹야지싶네요. 도저히 이 살인더위에
견뎌내지를 못하겠어요.
이 글을 쓰는중에도 연신 등어리에 땀이 줄줄 흘러내리네요.
오늘 친구나 친정식구들에게 일방적인 통보를 했답니다.

"알립니다. 올 여름 휴가 철에는 우리집은 휴업상태이니
아무도 연락하지 마세요"

너무 심했나요? ㅎㅎㅎ

그래도 이번 휴가철에 거제에  놀러 많이 오세요. 아름다운
팬션도 많고 해변을 낀 모텔도 많아요.
안되면 텐트를 치고 누워서 밤하늘의 별을 헤아리는
낭만을 만끽하셔도 된답니다.
그림보다 더 아름다운 곳이랍니다 한번 와보면 또 오고싶은곳이
바로 거제라구요. 많이 들 오세요. 거제시 홍보전도사 물러갑니다.

에고, 저는 머리에 약 바르러 갈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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