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감자기 남편에 한마디
평소 반지며 목걸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내게 이리 와보라며
인터넷에서 목걸이를 보여준다.
이거 하나 사줄께 하는 남편에게 난 그런거 좋아하지 않는다고 시쿤등 했더니
내일 모레가 결혼 40주년ㅇ이라며 선물로 사주고 싶다고 한다
평소 그 어느것에도 욕심이 없는 나는 남편의 배려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더니
그럼 얼굴에 생긴 검버섯을 빼준단다
얼마냐고 대뜸 묻는 내게 칠십만원이랜다
기가 막혀서 대답도 안했다
어디 시집을 갈것도 아닌데 무슨 점을 빼냐고 그냥 이렇게 살겠노라고 했더니
그래도 빼야지 선물 사줄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 하라고 한다
순간
아프리카에 가서 선교를 하고 있는 친구 생각도 나고 티비에서 굶고 있는 아가들
생각도 나고 도저히 용납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자꾸만 배고파 눈동자만 굴리고 있는 아프리카 아가들이 눈에 밟혀 선뜻 남편의
질문에 대답을 하지 못했다
굿네이버스에 몇 만원 돕는 일 외에는 아무것도 못하는 욕심쟁이 같은 내 자신이 참 미웠다
속으로만 자꾸 떠오르는 생각이지 남편에게 표현도 하지 못했다
그래도 40년의 결혼 기념 선물을 검버섯 빼주는 수가 없었다 마음을 져 버릴 수가 없었다
이틀 후 피부과에 가서 시술을 하는데 아프다
누구에게 잘 보이려고 생긴 대로 살걸
몇 년 있으면 시골에 가서 오빠가 함께 살자 했는데 그때는 검버섯이 곱 배기로 내 얼굴에
수를 놓아줄 텐 데 속으로 웃었다
며칠을 하나 씩 떨어져 나가는 검은 점 속에서 숱한 이야기들이 웃는다
아이 돌보미 할 때는 쌍둥이 남자 아기들을 유모차에 태우고 한강을 오전 오후 6시간 씩 태우고 뙤약볕을 밀고 다니며 수돗물로 배 채우며 일했던 시간들 발바닥이 아프고 족저근막증으로 힘겨워하던 일들
거기 끝나니까 여자 쌍둥이 태우고 다니며 돌도 안된 아가들에게 책 읽어 주던 일들..
항암 치료 받으며 방사선 치료 받으며 살살 햇볕을 빨리 걷지도 못하고 살살 걸으던 사막길 같던 뚝방 길 영혼은 저 앞으로 걸어가고 육신은 저 뒤에서 걸어오는 것 같은 힘겨움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그래도 길이 막혀 갈수 없지 않았고 길을 뚫고 지금까지 걸어왔음은 버팀목이 되어주던
남편의 그림자 덕분이 아니던가
고맙고 감사하고 앞으로 살아 갈 나의 희망이지 않던가
아내가 불쌍해 보이는 모습이 싫어 늘상 느꼈던 그 마음을 들어주자 생각하고 나니
조금은 위로가 된다
잘 나가던 젊은 시절 잘못된 보증으로 희망은 꿈처럼 사라지고 하나뿐인 시동생은 그래도 밥은 먹고 살고
자녀들 잘되어 살아가고 있으니 더할 나위 없이 고맙지 뭐
남편은 세계 2위 되는 제약회사 이사로 비행기 휘날리며 잘 나갔었는데
이제 그것이 무슨 소용있으랴
둘이 건강하고 자녀들 곱고 바르게 잘 자라주었으니 무엇을 바라랴
사는것 별거 아닌것을
둘이 건강하고 굶지 않고 그러면 행복한것을
늘 자기 동생 때문에 고생하는 아내에게 미안해 하는 그 속마음을 난 다 안다
동생은 돈 주고도 살 수가 없고 돈은 또 벌면 되지 뭐
나의 마음은 그렇게 생각하고 산다
힘들어도 흑삼을 만들어 형과 형수 먹으라고 마음먹고 해오는 시동생의 그 마음도 나는 안다
그러면 족하지 그 마음을 알면 족하지
40년의 결혼 생활이 숱한 고통과 슬픔과 육신의 병마와 싸웠을지라도 괜찮다
지금 삶이 감사하고 또 감사할 일만 우리들 곁에 기다리고 있을테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