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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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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숭아물


BY 수련 2005-06-09

해마다 딸과 둘이서 이맘때쯤이면
봉숭아물을 들인다.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올때쯤이면
손톱끝에서 맴돌다가 사라지겠지만...
.
주부로서의 집안일을 맨손으로 2ㅇ여년 넘게
하다보니 손가락 마디도 굵어지고 밉고
못생겨서 손톱에 매니큐어를
잘 바르지 않는다.
봉숭아 물도 새끼손가락 하나만 들이지만
딸애의 열손가락은 가느다랗게 쭉 뻗은손이
참 이쁘다.
나도 저런때가 있었던가 싶다.


방학이라 내려온 딸아이와
봉숭아꽃잎을 뜯어 둘이서
밤늦은 시간에 손톱에 서로 붙여주며
랩으로 칭칭 감고 자고 났더니
새끼 손가락한마디까지 주홍색이
온통 물이 들어있다.

남편은 밥먹다 말고
새끼 손가락에 양념을 묻혀다닌다고
씻고 오란다.
봉숭아 물들였다했더니
나이가 몇인데 그딴짓을 하냐며 퇴박을 준다.

나이가 무슨 상관이람.
호호백발이 되어도 여자는 여자인걸...
거울을 보면 목에 주름도 생기고,
눈가에 입가에 잔주름이 생긴걸 구태여
감추고는 싶지 않지만 그래도 외출할때는
화장으로 곱게 다듬어 나서고 싶은 마음은
아직도 내가 이팔청춘 젊은 시절의
아름다움이 있을거라는 착각속에 빠지고 싶음이 아닐까..

여자로 살아있는 동안엔
거울을 볼것이다. 화장도 할것이고,
옷매무새도 가다듬는 여자로 늙어가련다.
별탈없이 크게 아프지 않고 자식들에게
부담스럽지 않은 엄마로, 이쁘지는 않지만
곱고 아름다운 엄마로 기억되었으면 하는
작은 바램을 꿈꿔본다.

2001-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