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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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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


BY 수련 2005-06-09

어젯밤에는 모기땜에 잠을 설쳤다.
유난히 남편은 예민하여 모기 한마리가
있으면 깊이 잠이 들었어도
알아채어 오밤중에도 나를 깨운다.

앉아서 불침번을 서라는뜻이다.
그리고는 자기는 다시 코를 골고 잔다.
그러는 세월이 20년이 넘었다.
거짓말 같지만 사실이다.
여름밤만 되면 싸우다 지쳐 아예 불을 켜고
구석구석을 살피며 모기를 잡으려 다닌다.

남편은 어두움 공포증이 있는지 꼭 TV 도 켜놓은채,
불을 켜둔채로 잠잘려고 하고, 나는 절대로 불을
꺼야 잘수 있다하고, 일년내내 우리는
밤마다 실랑이끝에 잠자리에 든다.
특히 여름밤에는 모기때문에 불을 꼭 켜두어야 한다며
불끄려는 나에게 욱박지르듯이
불끄는 대신 자다가도 모기 한마리라도 있으면
날더러 잡아라고 다구친다.



밤잠을 설치고 나면 아침내내 짜증을 내며
모기를 불러들인 죄(?)로 뒤집어 씌운다.
출근할 사람이라 번번히 참지만
내가 할일이 없어 모기와 놀자고 집안에 들일까.

여기 시골 모기가 여간 영악한게 아니다.
베란다 방충망 작은 구멍사이로 기어서 들어오는걸 봤었다.
그렇다고 이 오뉴월더위에
앞뒤창문을 꼭꼭 닫아 놓을수도 없고...

어제도 초저녁에 구석구석 약을 치고 살펴보고 난뒤에
잠이 들었는데 자다가 남편의 짜증섞인 소리에
잠이 깨어 불을 켜놓고 맥없이 앉아 있었다.
코고는 남편을 보니 얄밉다.

다 잠든 밤중이라 그럴까 지나가는 기차소리가 요란하다.
객실에 불을 밝히고 달리는 기차. 야간 열차인가 보다.
어떤 사람들이 타고 있을까.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을까.
잠은 달아나 버리고,
모기 잡을 생각은 않고 내 마음도 지나가는
기차에 실어 멀리 떠나 보내버렸다.





2001-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