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일찍 음악캠프를 떠나는 딸을 보내고 돌아오니 남편은 여전히 투덜거렸다. '딸아이가 어딜 그리 나다니냐'고... 며칠전부터 딸애는 지 아빠에게 허락을 못받아 노심초사하는 모습이 안타까워 걱정말라며 큰소리치고는 그저께 저녁에 남편에게 보내주자고 했더니 여기(경남)서 경기도까지 길이 어딘데, 또 이 더위에 딸애가 어딜 나돌아 다니냐고 한마디로 '안돼' 였다. 여자라서 왜 안되냐고, 젊음이 얼마나 좋으냐고, 저렇게 다닐수있을때 마음껏 보내주자고 역성을 드니 눈을 부라리며 그 에미에 그딸이라며 화살이 나한테로 돌아왔다. 다소곳이 집안에만 있기를 바라는 남편에게 항상 불만 이었던 나는 아이들에게는 건전한 곳이라면 어디라도 보내주고 싶었다. 딸아이는 방학하면 당연히 집으로 와야하고 방학중 엠티를 갈때는 항상 제동을 걸어 내가 중간에서 겨우 허락을 받아내곤했다. 물론 딸애를 걱정하는 마음이야 어느 아버지가 다르랴마는 분명히 명분이 있는데도 무조건 안된다는 남편의 무대포는 아무래도 무리가 있다싶다. 중고등학교 다닐때도 성탄절날 성당안에서 밤샘하며 지들끼리 놀고 싶어 안달인데 마루에 앉아 지키고 있으니, 방에서 발을 동동 굴리며 애간장을 태우는 딸애를 자정미사 보러갈때 데리고 가서 살짝 떨구고와서는. 학생들 행사마치면 곧 올거라며. 그러면 나는 새벽에 지 아빠 몰래 문을 열어주고는 시침떼며 당신 막 잠들었을때 들어왔다고 거짓말을 하곤했다. 딸애도 마찬가지로 내친구들과 낮에 모임이 있어 나갈때 지 아빠에게서 전화오면 나간지 시간이 꽤 지났어도 '엄마 금방 나가셨어요' 그래주면 한참 놀다와도 잠깐 나갔다 온것처럼 됐다. 그러다 둘이서 '엄마가 딸 교육 자~알 시키네'하며 한바탕 웃기도 하고... 남녀의 구분을 너무나 불합리하게 분리하는 남편을 상대로 나는 앞으로도 계속 요령껏 딸애와 공범자가 될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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