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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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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맛


BY 수련 2005-06-09

입추라고 날씨도 염치가 있나보다.
아침부터 시원하게 빗줄기를 내려주네.

집안일을 끝내고 책을 읽다보니 배가 고프다.
정오다. 내배는 어김없이 점심때인걸 어찌알꼬.
글이 아른거린다.

나이들어가면서 한끼도 건너뛰지 못하겠다.
다이어트? 옛말이다. 이제는 살뺀답시고
한끼라도 굶었다가는 여지없이 다음끼니때는
두배로 먹으니 도로아미타불이다.

먹기위해 사는건지 살기위해 먹는건지 모르겠다만
어쨋던 한끼라도 걸렀다간 천장이 뱅글뱅글돌고
어지럼증까지 생긴다.옛어른들 말씀대로 나이들면
밥심으로 산다는말이 맞나보다.


밥솥을 여니 찬밥이 있다. 먹기싫다.
식빵두조각이 남아있다. 구워서 잼을 발라먹을까.
그것도 싫다.
싱크대를 열어보니 라면이 눈에 뜨인다.
그래 오늘은 나만의 라면을 끓여먹자.

남편은 라면속에 아무것도 안넣는걸 좋아하고
딸애는 참치를 넣어먹는다.
일요일날 냄비에 같이 끓일때는 남편몫으로
먼저 떠놓고 얼른 참치를 넣은다음
딸아이몫을 그릇에 담아준다.
나머지는 내 차지인데 참치가 들어가니 느끼하여
김치를 넣어 다시 끓이면 면발이 퍼져서 맛없는
라면이 된다.

그래서 언젠가 나혼자서 맛있게 끓여먹어야지 하고
별렀지만 아직 한번도 끓어먹질 못했었다.

비오는 오늘, 딸애는 엠티가고 없고,기회는 이때다.
냄비에 라면을 넣고, 김치를 넣고
냉동실에 있는 만두도 서너개 넣고 양파,파,고추를 넣고
고추가루를 조금넣어 얼큰하게 보글보글 끓여
작은 상을 펴서 앉았다.
한가지 빠졌다. 음악...ㅎㅎㅎㅎ

자주 놀러가는 미애사부홈을 열어야지.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저절로 노래가 나온다.
좋은노래는 어디서 다 구했는지 계속 흘러나온다.
역시 태그의 명사부님이라 다른가.
이은미의 '기억속으로', 이문세,이소라의'슬픈사랑의 노래'
내가 제일 자신있게 부르는팝송'에버그린''포에버'......
정말 좋은 노래가 많다.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먹는 라면!

이렇게 기가 막히게 맛있는 라면이 어디있을까싶다.
'금강산구경도 식후경'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이제 책글이 제대로 눈에 들어올려나.
양이 너무 많았을까. 국물까지 다 먹고나니
넘,넘, 배가 부르다.

아, 난 지금 이 세상에서 부러울게 없는 여자다.ㅎㅎㅎㅎㅎㅎ

2001-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