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모두다 이중성을 지녔을까.
아니면 나만 철저하게 가려진 위선의 삶을'
살고 있을까.
며칠째 남편과의 냉전에 한마디도 안하고
지내면서 집밖을 나서면 거짓말처럼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사람과 웃으며 인사하고
만나는 사람들마다 에게
'어찌 그리도 항상 웃는얼굴이냐'
는 소릴 들었다.
어제는 어느 단체에서 하는 체육대회에 참석하여
신나게 떠들고 먹고 잘 놀다 집으로 왔다.
속없는 여자 마냥 실실 웃음을 흘리고 다니니
어떤 아줌마는 세상에서 내가 가장 행복한 여자같아 보인단다.
집으로 들어서면서 또 다시 얼굴은 굳어지고 악처가 되어
말문을 닫아버렸다.
어제 신문에서 어느 남자의 위선에 관한 이야기를
읽었다. 밖에서는 어느 누구에게든 예의 바르고
친절하면서 집에만 오면 180도로 달라져
와이프에게도 아이들에게도 권위적이 되어
자기 앞에서는 찍 소리도 못한다했다.
부인은 숨이 막혀 죽겠다며 하소연 하지만
자신도 고치지 못한단다.아니 집에서는
그렇게 하고 싶어진다 했다.
그래서 자기가 병이 아닌가 싶다 하더니.....
그렇다 치면 내 남편도 위선자?
다른 사람 얘길 들어보면 집에 가면 부인에게
엄청 잘해줄거라며 내가 넘 부럽다던데
천만에 말씀이다.
집에오면 손가락 하나도 까딱하지 않는다.
재털이 가져와라,물떠와라.다리주물러라.
밥상도 들어주지 않으면서 식탁에서는 절대
밥을 안먹는 남자.오밤중에 자는 사람 깨워
멸치 다시물있는 국수 말아달라,샌드위치 해달라.
모기 한마리라도 있으면 자기는 코를 콜며 자면서
날더러 불침번을 서라하질 않나....
마누라 배려는 전혀 안하는 남자가
밖에 나가면 남의 여자들에게 얼마나 잘해주면
만나는 여자들 마다 내가 부럽다고 할까.
그렇게 말을 하는 사람들앞에서는 나는 철저한 위선자가 된다.
'집에 와도 잘해준다고.일등 신랑이라고.집안일도 잘해주고,나를
너무 편하게 해준다고..'
천연덕 스럽게 말하는 내가 너무 가증스럽지만
남편흉을 보면 결국 누워서 내 얼굴에
침뱉기 인가 싶은 마음이 들어 그렇게 얘기 하지만
이중성을 지닌 내가 너무 싫다.
덕분에 며칠 말을 안하니 저녁나절이
너무 편하다.다른방에서 책보고싶으면 보고 TV 채널 마음대로
돌려 연속극도 보고, 자고 싶을때 자버리고...
마녀같은 얼굴을 한 입 꼭 다문 마누라 시키자니
껄끄러운지 본인이 직접 잘도 하더구만.....
냉전을 좀더 끌어볼까나.
2001.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