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도 겨울도 아닌 어중간한 곳에 서있는 기분이다.
오전엔 첫눈까지 내렸는지 친구가 톡을 보내왔다.
바쁜일을 처리해야해야
톡은 나중에 봤지만 아직도 첫눈이 온다고
소식을 전해주는 감성깊은 친구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아마 나도 첫눈이 온 걸 알았다면 친구처럼 톡을 했겠지.ㅎ
이틀을 못 걸었더니 다시 빠진 살이 올라오나 보다.
숲속마을을 걸었다.
빨갛게 노랗게 물든 단풍이 절정에 이르고
한번씩 불어오는 바람에 싸늘함과 스산함이 마음 한구석을
후벼 파냈다.
나처럼 산책하는 가족은 모닝빵에 따뜻한 차를 준비했는지 엄마와
올망졸망한 두아들과 나란히 걷고 있다.
나도 모처럼 편의점 커피를 손에 감싸쥐고 나무그네에 앉이
살살 스윙을 한다.
주변이 가을이다.
네명의 꼬맹이들이 오징어게임을 하는지 한참 지들끼리 달리고 잡히고 하더니 나중에는 한 아이가 다른 아이를 뒤에서 안아주자
이제 덥다며 풀기를 바라는 아이에게 뒷편이 아이는 더욱 꺼안는다.
청개구리띠가 맞다.ㅎ
재택하는 아들이 전화를 했다.
어디냐며
간식으로 치킨을 주문했으니 어서 오란다.
아들이 사 준 치킨을 안 먹을수야 없지..ㅋ
자리를 뜨며 빈 컵을 편의점에 반환하니 알바생이 또이쁘게 인사를 한다.
야유 참..요즘 대학생들은 이리봐도 저리봐도 왜그리 예쁠까?
인사까지 웃으며 잘하니 더욱 예쁘다.
나도 한 옥타브 높여 명랑하게 인사를 한다.
가을공원에서 어르신이 단풍을 줍고 계신다.
여느때 같으면 그냥 지나쳤을텐데 말이라도 한마디 건네고 싶었다.
단풍 주워서 무엇에 쓰실거냐고 여쭈니
너무 예뻐서 가을지나고 겨울에 단풍 못 볼 때
책갈피에 꽂아 놓은 단풍잎을 볼 거란다.
너무 소녀같으신 할머님.
나도 그 옆에 쪼그리고 앉아 세 장의 단풍잎을 주웠다.
빨강단풍, 노랑단풍, 빨갛고 노란단풍잎이 조화롭다.
다른 분들도 많이 주워 가길 바라는 마음에 욕심을 내려놓고
딱 세 개만 손에 담으니 가을이 안긴 기분이다.
하교시간이라 근처의 학교학생들이 많이보였다.
단풍잎을 보여주며 너희도 단풍잎좀 주워서 가져가라고
하고 싶었지만 말이 목에서만 맴돌고 난 집으로 총총 걸었다.
바닥의 단풍잎이 한차례의 바람으로 주위를 가을단풍으로
물들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