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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없는 여자
BY 수련 2005-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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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번째 맞는 생일!
결혼후 첫 생일만 챙기고는
그후 몇년동안인가는 아예 생일, 그자체를
잊고 살았다.결혼후 일년을 겨우 넘겨
사니못사니 삐걱거리는 막내딸을 보다 못한 엄마는
보따리 옆에 두고 쭈그려 앉아있는 나를
보더니 남편생일 날짜와 내 생일 날짜를
꼽아보시더니 내년부터는 생일을 챙기지 말라셨다.
의아하게 쳐다보는 나에게 내생일이
남편보다 앞서있기 때문이란다.
싸우면 항상 내가 지는데
내생일이 앞서 있는게 무슨 상관이 있다고..
엄마의 엄명에 의하여 그뒤로 몇년동안을
생일이 없는 여자로 살았다.
그후로 엄마가 돌아가셨지만
계속 무심코 지나치다가
큰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때인가
학교에서 엄마아빠 생일을 알아오라 했다면서
엄마 생일이 언제냐고 물었다.
그제사 나는 잊고 지냈던 내 생일을
달력에서 꼽아보았다.
그동안 받지못했던 보상심리로 그때부터
9월이 되면 그 날짜에 빨간 싸인펜으로
동그라미 치고 "내생일"이라고
큼직막하게 써놓았다.
아직까지는 무드없는 남편에게서 꽃다발은
받아보지 못했지만 큰애가 대학 들어가면서
해마다 꽃바구니와 선물을 보내주었다.
올해에는 군에 가 있으니
훈련중이라 밖에 못나오는지 여동생에게
꽃바구니와 선물을 보내라 했나보다.
아침일찍 꽃집아가씨에게서 가을향기를 가득머금은
노오란 국화꽃을 한아름 받았다.
새벽에 전화로 축하해주는 아들,
전화선을 통하여 생일축하노래를 불러주는 딸아이,
자식키운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요란스런 아침의 덜그럭거림에
그제서야 남편은 눈치를 챘는지
'아이고 오늘이 당신 귀빠진 날인가'
하고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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