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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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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랑 뒤집는 남자


BY 수련 2005-06-09

나는 생리가 있으면
집안일을 다 접어둔다.
생리통이 심하여 허리가 아파 겨우 밥만 해먹고는
생리가 끝나고 나면 집안구석구석
청소하기 시작한다.

오늘은 아침부터 가을 햇살에 이불도 내어널고
기어다니며 방,마루도 닦고
밀린 빨래를 하려고 고무장갑을 끼고
쭈그리고 앉았다.
사흘 빨래를 안했는데 가득이다.

와이셔츠 3장,양말6컬레,런닝,팬티각3장,
티셔츠 3벌,온통 남편 옷뿐이다.
요즘 건강을 생각해서인지 새벽마다 산엘가니
속옷과 양말은 덤으로 한장씩 더 나온다.

세탁하는게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하나같이 죄다 뒤집혀져 있다.
거짓말처럼 바로 벗어놓은게 없다.
평소에는 매일 빨래를 하니 대수롭잖게
넘겼는데 오늘은 한대야 가득 담긴 빨래들을
고무장갑을 벗고 하나하나 뒤집다보니 슬슬 부아가 났다.

애들이 어릴때 뒤집어 벗은 양말을 비누가 묻은채로
젖은 양말을 애들보고 직접
바로 하라했더니 기겁을 하고는 그후로는 지금까지도
우리 애들은 절대로 뒤집어 벗는일이 없다.

그런데, 남편의 그 버릇만큼은 고칠수가 없었다.
살면서 양말 뒤집어 벗는걸로
많이도 다투었었는데 옛적에 내가 포기하는게
가정의 평화를 위하는길이라 생각하고
지금까지 암말않고 넘어갔다. 오늘 아침에는
그양이 많으니 자연히 울화가 치밀수 밖에....

남편의 옷을 벗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면
밑에서 위로 홀라당,위에서 아래로 홀라당...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고쳐지지 않는 습관이다.

한번은 궁시렁대는 나를보고
'그냥 빨아널면 신을때 바로 해서 신겠다'길래
양말을 뒤집혀진채로 빨아서 말려
신으라고 줬더니 그대로 신는게 아닌가.

점심먹으러 식당에서 신발벗을일이 있을때 직원들 눈에
거꾸로 신은 양말을 들키면
뒤숭스런 마누라라고 광고하는것 같아
시비를 거느니 귀찮아도 그냥 내가 바로하는게
낫겠다 싶었다.

저녁에 퇴근하면 오늘은 한마디 하고 싶지만 꾹 눌러참는다.
"집에서 놀면서 뭐하는데? 양말이나 뒤집지"
그 말이 두려워 도닦는 심정으로 하나하나
바로 뒤집어 빨았다.





2001-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