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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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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된 놈!


BY 수련 2005-06-08

지난 주에 아이들이 있는 화정에 다녀왔다.

한 달에 한번정도 가는 길이라 집안 일부터 밑반찬까지 해놓고 나면

집에 돌아오기 바쁘다.

그래도 힘이 든만큼 돌아오는 길은 흐뭇하다.

한 달동안 아이들이 내가 해 놓은 반찬을 맛나게 꺼낼 먹을생각을 하면

오랜만에 엄마의 도리를 다 한것처럼  뿌듯한 마음이 들기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 돌아오는 기분은 내내 불쾌하다못해 화가 치밀어 올랐다.

아들놈하고의 대화에서 거리감을 느꼈고,

품안에 자식이란말을 실감나게 하는 서운함에 내내 꾹 참았던 감정이

집으로 와서 장문의 메일로 이어졌다.

 

그 연유는 사귀는 여자친구가 결혼을 서두르는지

아들놈도 내 년초에 결혼을 했으면 한단다.

동생이 지금 수험생인데 적어도 내년 3월초, 추가까지

기다려봐야 하는 상황이고 집문제도 신경이 쓰인다.

 

일단은 딸애의 시험결과에 따라 딸애를 작은 아파트를 얻어

옮겨주고(원룸의 독신녀사냥꾼때문에 불안하여)

 나머지 돈으로 아들놈 결혼하면 전세를 얻어주려고

작정을 하고있는데 이놈이 내비치는 말이 가당타.

동생학교가 정해지면 기숙사에 넣던지 하숙을 시키란다.

괘씸한 놈.

 

만에 하나 서울이나 수도권에 합격이 되면 동생을 데리고

있겠다는 말을 비췄으면 생각이 기특해서라도

아니다 신혼부부사는데 동생이 같이 살수있나 따로 내 보내야지 할 참인데

못된놈이 아예 동생을 자기들의 영역안에 들이지 않겠다는게 아닌가.

 

설사 기숙사에 들어간다치자, 방학때마다 짐을 들어내고 개학하면

또 짐을 부치고. 또 방학하면 애는 어디에 가있고?

또, 하숙을 한다면, 나이가 몇살인데 어린 애들하고

여럿있는 집에서, 화장실을 같이 사용해야하는 불편을 어쩌고.

지놈도 하숙할때 제일 곤욕이 아침에 화장실때문에

불편해서 원룸으로 옮기지않았던가. 그런데 지 동생의 나이도 생각도않고

결혼하면 동생을 떨궈낼 생각을 하고있다니 괘씸하기 짝이 없다.

그러면 원룸을 얻어주면 안되느냐고.

지가 결혼을 하면 여자측에서 살림을 다 해올건데 집에 있는 전자제품이나

가구는 어디다 들여놓느냐고. 버리란 말이지. 이런저런 이유를

설명하는데 자꾸만 격한 감정으로 이어질것같아서 한 박자쉬고

큰 숨을 들쉼하고 나니 조금 안정을 취했다.

 

그런데 아들놈의 이어지는 말이 또 열을 돋운다.

그 여자애가 내년 설을 쇠면 29살이 되고 그애 아버지가

내년이 정년이라고 음력설 전에 결혼을 했으면 한다는데

왜 우리가 거기에 장단을 마추어야하는가 말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전혀 급하지가 않는데..

올해의 큰 걱정거리는 딸애의 수능시험에 온 신경이 모아져있는데

아들놈 결혼은 꿈도 꾸지 않고 있는데 이놈이 그 여자애의 사주를 받았는지

일방적인 통보식으로 말을 한다.

 

엄마 내년 초쯤에 저는 결혼할겁니다.

그래 니 혼자 가거라. 이놈아.

더욱 화가나는건 그여자애의 부모를 만나 저녁을 먹었다고한다.

왜? 그럴수도 있잖아요. 여지친구니까.

야 임마!(아들에게 '임마'소리 안할려고했는데)

우리는 결혼을 확정도 짓지않았는데 왜 벌써 그애 부모를 만나냐?

벌써 그집 사위로 들어앉았냐?  아, 무슨 말씀을 그리...

일단 그정도에서 시동을 껐다.

 

아파트 바깥까지 마중을 나오는 아들놈은 내 눈치를 살피고

딸애와 역으로 가는 버스안에서 투덜거렸다.

엄마, 오빠에게 너무 그러지 말아요. 좀 심한거 같아.

왜? 난 너거들 엄마야. 내속으로 난 자식들에게 그런말도 못하니?

어,어, 나한테로 불똥튈라. 죄송~

기차안에서 아들놈에게서 문자가 온다.

엄마, 화 푸세요. 그리고 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할게요.

답은 안했다. 문자를 많이 칠려니 자신이 없어서..

 

집에와서 장문의 메일을 보냈다. 아들 놈에게.

못된놈! 이라고 제목을 붙여서.

아이들을 키우면서 잘난놈,  임마, 잘된놈,...그런식으로 욕을 했다.

못난놈,못된놈, 망할놈...그렇게 부르면 말이 씨가 된다고 어디서 줏어들은

기억에 내 딴에는 줄곧 잘난놈이라고 욕을 했다.

 

그런데 어제는 못된놈!이라고 서슴없이 욕을 했다.

부모의 입장은 생각도 않고 여자쪽의 의사대로 움직이는게 영 못마땅하거니와

내가 그렇게 누누히 이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피붙이라고. 부모가 없으면

지가 여동생의 보호자역할을 해야된다고 귀에 딱지가 앉도록 말을 했건만

막상 장가가려니 여동생은 걸림돌로 추락하는것이 아닌가.

 

그 여자애도 남자형제는 없고 여동생만 하나 있다니

조금 찜찜했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아무래도 시누이보다

여동생에게 더 신경이 쓰여질게 뻔한데 이왕이면 여형제보다 남형제가

있는집이면 좋겠다는 내 욕심이었지만 그래도 그게 인력으로 되는것이 아니니

그냥 넘기려고 하는데 이놈이 자꾸 내 심사를 건드리는것이 아닌가.

 

결혼할때 한푼도 보태주지도 않을거며, 집도 달세를 얻어살던지

마음대로 하고. 부모에게 손내밀 생각도 마라고 단단히 일렀다.

몇년이 걸려도 니가 벌어서 가던지 하라고.

중신하는 후배의 귀띰이 떠오른다.

선배님. 그 여자애집에서 집을 사주는지  묻던데요. 

무슨 돈으로? 우리 집 팔아서 아들 놈 아파트 사주랴?  젊은 놈들이 벌어서 사야지.

어림도 없는 소리라고 혀.

 

엄마가 힘들게 살았던 지난일들까지 들먹이며 온갖 잡다구니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았더니 전화 문자가 들어왔다.

엄마가 그렇게 까지 서운하게 생각하시는 줄 몰랐어요.

저도 다시 생각해 볼게요. 결혼도, 집문제도. 엄마글을 읽고 오늘 저녁에 많은걸

느꼈어요. 안녕히 주무세요.

 

아이들이 속상하게 만들때 꼭 편지로 나의 속내를 다 털어놓곤 했다.

맞서서 불만을 털어내다보면 감정이 앞서서 소리를 지르게 되어

생채기만 입는 꼴이 되어 차라리 글로 표현하는것이  훨씬 효과적이라서 지금도 서운함이나

못다한 말들을 메일로 잘 보내는데 아이들도 답장에서 대놓고 못다한 말들을

글로서 풀어내어 활자의 역할을 톡톡히 보는편이다.

 

메일을 보내고 났을때는 속이 후련했는데 아들놈 문자를 받고나니

변덕스런 마음이 또 흔들린다. 너무 심했나?

더 이상 이어지지않는다. 이쯤에서 제동을 걸어 공백기를 두면

나도, 아들놈도 감정이 정리되지 싶어서지만 오늘 왠종일 명치끝에 뭔가가

걸려있는것처럼 편치가 않다.

엄마자리가 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