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간 아들이 2박3일 외박을 나온다했다.. 넉달만에 아들을 보러 서울로 갈려니 꼭 애인 만나러 가는 여자처럼 가슴이 설레인다. 곰국도 한병 담고 추석에 남겨놓은 송편도, 튀김해줄 새우도,냉동실에서 꺼내어 다시 한번 챙겨 보았다. 강원도에서 경상남도인 집까지 올려면 몇번이나 차를 갈아타고 와야하는 번거로움도, 시간도 덜어주고 싶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집엘 왔다가면 서울에 있는 지 여자친구를 만나지 못하고 귀대하면 젊은 저희들 마음이 오죽하랴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고.... 그래서 내가 서울로 가기로 했다. 아들놈은 진심인지 한번 해보는 말인지 엄마도,아버지도 뵈려 집엘 내려 오겠다는걸 군대가면 집도,부모도,애인도 다 잊어야 된다는 남편의 평소 지론이고 보니 아빠는 안가도 되고 아들 보고싶어 안달하는 엄마만 서울 가서 지 얼굴보면 된다하며 서울에 있는 원룸으로 오라 하고는 일요일 기차표를 예약을 했었다. 그런데, 조금전 다급한 목소리로 외박이 연기 되었다며 화요일에 나온다면서 급하게 전화를 끊었다. 서둘러 인터넷으로 취소하고 화요일 표로 다시 예약하고.... 군복입은 아들놈의 사진을 꺼내어 들여다 보니 지 아빠를 많이 닮았다. 첫아들을 낳고는 좋아하던 남편이 보는 사람마다 아빠는 하나도 안닮고 엄마만 닮았다하니 갈수록 서운해 하더니만 급기야는 혈액 검사도 해보자더니 같은 A형, 그래도 마음이 안편한지 나중에 유전자검사까지 덜먹여서 나는 애를 업고 속상해 시댁에 가서 하소연을 해대고, 심각하게 말하는 나를보고는 친정 식구들은 기가 막힌다며 걱정스러워 했지만 아무리 뜯어봐도 나를 쏙 빼다박은 아들놈을 보다가 궁여지책으로 엄마와 언니는 남편듣는데서 "애는 툭 튀어나온 뒤꼭지가 지 애비랑 꼭 같네" 했고,닮은 곳을 찾던 남편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심정이었는지 아들의 뒤꼭지만 요리조리 만지작거리며 좋아했다. 자라면서 아들놈은 점점 남편을 닮아갔고, 중,고등학교다닐때는 보는사람마다 "아버지를 많이 닮았네"하니 그저 속이 없는 남자처럼 좋아서 입이 함박이었다. 올해소위로 임관할때 남편보다 한뼘이나 더 큰 장교복입은 아들의 어깨를 남편은 툭툭 치며 대견해 했고 아들과 둘이서서 찍은 사진을 액자에 넣어 사무실 책상위에 놓고 팔불출마냥 들락거리는 사람들에게 자랑을 하는것 같았다. 남편은 아이들을 키우면서 잘하는건 모두 자기 닮고 못하는건 다 나 닮았다 했다. 성적이 잘나오면 자기 머릴 닮아서 잘하는거고 성적이 내려가면 나쁜 내머리 닮았다며 잘 잘못을 항상 그런식으로 몰아붙였지만 옛날에 겪은 헤프닝때문에 "그래요.잘난건 다 당신닮고 못난건 다 내탓이요" 성당 미사중에는 항상 이 말을 다같이 꼭 응송한다. '내탓이요,내탓이요 내 큰 탓이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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