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전 큰애가 대학가면서 처음 서울을 갔을때 땅속으로 달리는 지하철의 편리함과 빠름에 얼마나 감탄을 했던지, 백화점으로 바로 연결이 되는곳도 있었고, 강북에서 강남으로 가는길도 갈아타서 몇십분만하면 지하철이 연결된곳은 어디로든지 갈수 있음에 나는 집에 내려와서도 내 이웃들에게 입에 침이 마르도록 지하철자랑을 얼마나 했었다. 그 지하철을 타면서 일어난 에피소드도 참 많았다. 처음올라갔을때는 서울서 이사온 아줌마에게 상세히 호선을 적어서 내가 앞장서서 큰애를 데리고 가,나,다군 대학에 시험을 보러 다녔는데 타기전에 한번 더 물어봤으면 될걸, 괜히 아는척하며 탔다가 반대방향으로 가는 지하철을 타는 바람에 아들보기도 민망하고 얼마나 황당했던지, 그후로는 타기전까지 적어도 두번은 물어보고 탔다. 그리고, 탈때 승차권을 꼽아놓기만 하고 정작 빼지를 않아 내려서 다시 통과할때는 입구에서 나가지도 못하고 밑으로 몇번이나 기어서 나왔는지 모른다. 안들키면 다행이고 역무원에게 들키면 '저~어기..'하면 내 꼬락서니가 시골사람티가 나는지 웃으며 다음부터 꼭 빼서 잘챙기라했다. 큰애를 입학시키고 넉달후에 서울을 갔더니 이제는 아들놈이 앞장서고 나는 그 뒤를 쫄쫄 따라 다니는 형상이 되었다. 그래도 타기전에는 못미더워서 옆사람에게 또 물어보면 아들놈은 촌티내는 지 엄마가 부끄러운지 안물어 봐도 된다며 내 옷자락을 잡아 끌었다. 어느새 아들은 서울놈이 다 되어 가고 있었다. 나는 서울가면 동대문시장에 천을 끊으러 꼭 간다. 지하철에서 내려 입구를 잘못나와 쳐다보면 목적지인 시장은 눈에 뻔히 보이는데도 어떻게 건너가야할지도 모를 먼곳에 있어 다시 땅속으로 들어가서 나오기를 몇번을 했는지 모른다.그런데,이번에는...... 이번 서울갔을때 '아줌마닷 컴'을 꼭 가보고 싶어서 여기, 아컴에서 만난 태그사부인 미애씨를 만나서 같이 가기로 했었다. 어디서 만날지 몰라 난감했었는데 야무진 미애씨가 종로3가에서내려서 11번출구로 나오면 입구에 서있는다 했다. 커피숍에서 만나기로 했으면 틀림없이 나는 찾느라고 허둥될게 뻔하였지만 몇번출구라고 말을 하니 헤메지도 않고 사진과 TV 로만 봤던 늘씬하고 이쁜 미애씨를 입구에서 쉽게 만나서 아컴에 다녀왔다. 이참에 나도 깨우쳐 동대문시장으로 바로 나갈수있는 출구번호를 수첩에 아예 적어놓았다. 그렇게도 지하철을 신기해하며 감탄했었던 나는 내려올때쯤엔 넌더리를 쳤다. 계단! 때문이다. 발도,무릎도 아프고, 애들 먹을거리를 한보따리 챙겨들고 가니, 무거운걸 들고,아니 맨몸이라도 계단을 오르내리기가 이제는 두렵다. 한번만에 갈수있으면 그나마 좀 낫지만 두번 갈아탈려면 걷다가 계단으로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갔다가,갈아타는거리는 왜그리도 먼지... 더구나 기차를 기다리며 마시는 텁텁한 공기, 기차가 들어올때 일으키는 바람에 질식할것만 같았다. 애들과 강남에서 저녁을 먹고 돌아오는길에는 또 두번 갈아타고 가야한다는 말에 3일동안 돌아다니고 나니 발도 아프고,무릎에 통증도 있어 나는 택시를 탈거라 했다. 아들놈은 밀리면 택시요금이 장난이 아니라고 지하철을 타자했지만 고개를 짤짤 흔들며 기어이 택시를 타고 집으로 왔었다. 인간이 문명을 지배하는건지, 문명이 인간을 지배하는건지, 헷갈리지만 나는 다음에 서울가면 건망증 심한 여자가 되어 또 편리하고 빠른 지하철을 타게 될것이다. 문명의 편리함을 투덜대면서도 어쩔수없이 즐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
|